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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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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적막한 세상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적막한 세상

    적막한 세상 ― 권선옥(1951∼ ) 모처럼 서울 갔다 돌아오는 길, 다리 아프게 돌아다니면서 집 구경만 하고 결국 그냥 돌아왔다 이십 년 넘게 아내를 직장생활을 시키고서도 번듯한 서울집 한 채 살 수 없는 나의 형편, 잠이 든 아들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무능한 아비의 자식이 가엾…

    • 2017-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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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1945∼ )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

    • 2017-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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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송년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송년

    송년(送年) ― 김규동(1925∼2011) 기러기 떼는 무사히 도착했는지 아직 가고 있는지 아무도 없는 깊은 밤하늘을 형제들은 아직도 걷고 있는지 가고 있는지 별빛은 흘러 강이 되고 눈물이 되는데 날개는 밤을 견딜 만한지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버린 아름다운 꿈들은 정다운 추억 속에만 …

    • 2016-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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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밤눈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밤눈

    밤눈 ―김광규(1941∼ ) 겨울밤 노천 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의 집이 되고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 온갖 부끄러움 감출 수 있는 따스한 방이 되고 싶었다 눈이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날이 밝을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바깥이 되고 싶었다 처음부터 시는 춥고 난감한 상황에서 …

    • 2016-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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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아버지 자랑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아버지 자랑

    아버지 자랑 ― 임길택(1952∼1997) 새로 오신 선생님께서 아버지 자랑을 해보자 하셨다 우리들은 아버지 자랑이 무엇일까 하고 오늘에야 생각해보면서 그러나 탄 캐는 일이 자랑 같아 보이지는 않고 누가 먼저 나서나 몰래 친구들 눈치만 살폈다 그때 영호가 손을 들고 일어났다 술…

    • 2016-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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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첫눈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첫눈

    첫눈 ―박성우(1971∼ ) 첫눈은 강물에게로 가서 강물이 되었다 첫눈은 팽나무에게로 가서 팽나무가 되었다 강물도 팽나무도 되지 않은 첫눈을 맨손으로 받고 맨손으로 모아, 꽁꽁 뭉친 첫눈을 냉장고에 넣었다 긴긴 밤 시를 쓰다가도 긴긴 밤 외롭단 말을 하려다가도 냉장고 얼음 칸을 …

    • 2016-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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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별들은 따뜻하다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별들은 따뜻하다

    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1950∼ )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두 거짓이었으나 북…

    • 2016-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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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밥상 앞에서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밥상 앞에서

    밥상 앞에서 ―박목월(1916∼1978) 나는 우리 신규가 젤 예뻐. 아암, 문규도 예쁘지. 밥 많이 먹는 애가 아버진 젤 예뻐. 낼은 아빠 돈 벌어가지고 이만큼 선물을 사갖고 오마. 이만큼 벌린 팔에 한 아름 비가 변한 눈 오는 공간. 무슨 짓으로 돈을 벌까. 그것은 내일에 걱정…

    • 2016-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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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풍경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풍경

    풍경 ― 김제현(1939∼ ) 뎅그렁 바람따라 풍경이 웁니다. 그것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일 뿐, 아무도 그 마음 속 깊은 적막을 알지 못합니다. 만등(卍燈)이 꺼진 산에 풍경이 웁니다. 비어서 오히려 넘치는 무상(無上)의 별빛. 아, 쇠도 혼자서 우는 아픔이 있나 …

    • 2016-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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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고운 심장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고운 심장

    고운 심장 ― 신석정(1907∼1974) 별도 하늘도 밤도 치웁다 얼어붙은 심장 밑으로 흐르던 한 줄기 가는 어느 난류가 멈추고 지치도록 고요한 하늘에 별도 얼어붙어 하늘이 무너지고 지구가 정지하고 푸른 별이 모조리 떨어질지라도 그래도 서러울 리 없다는 너는 오 너는 아직 고운…

    • 2016-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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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 시가 깃든 삶]가마귀의 노래

    [나민애 시가 깃든 삶]가마귀의 노래

    가마귀의 노래―유치환(1908∼1967) 내 오늘 병든 짐승처럼 치운 십이월의 벌판으로 호을로 나온 뜻은 스스로 비노(悲怒)하여 갈 곳 없고 나의 심사를 뉘게도 말하지 않으려 함이로다 삭풍(朔風)에 늠렬(凜烈)한 하늘 아래 가마귀떼 날아 앉은 벌은 내버린 나누어 대지는 얼고 초목은…

    • 201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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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감처럼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감처럼

    감처럼―권달웅(1944∼ ) 가랑잎 더미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리고 훤한 하늘에는 감이 익었다 사랑하는 사람아 긴 날을 잎피워온 어리석은 마음이 있었다면 사랑하는 사람아 해지는 하늘에 비웃음인듯 네 마음을 걸어놓고 가거라 눈웃음인듯 내 마음을 걸어놓고 가거라 찬서리 만나 빨갛게 익…

    • 201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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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파타고니아의 양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파타고니아의 양

    세계 지도에서 파타고니아를 찾아본다. 남아메리카 중에서도 아래, 나라로는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있고 지형으로는 안데스 산맥이 있는 그곳이 파타고니아이다. 예전에 거대한 사람들이 살았다고 전해 오는 곳이며 지금은 빙하와 초원이 펼쳐져 있는 곳. 파타고니아는 우리에게 그다지도 낯선 지명이지…

    • 201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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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사랑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사랑

    이 시의 제목은 ‘사랑’이지만 본문에는 ‘사랑’이라는 말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도 시를 읽으면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분명, 사랑에 대한 시가 맞다. 시인이 말하기를 사랑이란 둘이 함께 걸어가는 것을 뜻한다. 그와는 반대로, 둘이 걷다가 어느새 혼자 걸어가게 되…

    • 201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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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시월에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시월에

    시월에 ― 문태준(1970∼ ) 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밑에는노란감국화가한무더기헤죽,헤죽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꽃빛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뺨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 왔다는 걸…

    • 201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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