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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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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34〉산·2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34〉산·2

    산·2 ―한성기(1923∼1984) 산을 오르다가 내가 깨달은 것은 산이 말이 없다는 사실이다 말 많은 세상에 부처님도 말이 없고 절간을 드나드는 사람도 말이 적고 산을 내려오다가 내가 깨달은 것은 이들이 모두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이 없는 세상에 사람보다는 부처님이 더 말…

    • 201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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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33〉엄마 목소리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33〉엄마 목소리

    엄마 목소리 ―신현림(1961∼) 물안개처럼 애틋한 기억이 소용돌이치네 한강다리에서 흐르는 물살을 볼 때처럼 막막한 실업자로 살 때 살기 어렵던 자매들도 나를 위한 기도글과 함께 일이만 원이라도 손에 쥐여주던 때 일이십만 원까지 생활비를 보태준 엄마의 기억이 놋그릇처럼 우네 내주신 …

    •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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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32〉봄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32〉봄

    봄 ― 최계락(1930∼1970) 양지바른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아가는야 나즉히 불러보는 것 “봄이야 오렴” “봄이야 오렴” 어디라 바라보는 산마다 들판마다 흰 눈만 차거히 다가서는데 “봄은 언제사 오나” “봄은 언제사 오나” 스치는 바람결에 손만 시리며 아가는야 그래도 기다리는…

    • 201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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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31〉옛이야기 구절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31〉옛이야기 구절

    옛이야기 구절 ―정지용(1902∼1950) 집 떠나가 배운 노래를 집 찾아오는 밤 논둑 길에서 불렀노라. 나가서도 고달프고 돌아와서도 고달팠노라. 열네 살부터 나가서 고달팠노라. 나가서 얻어온 이야기를 닭이 울도록, 아버지께 이르노니- 기름불은 깜빡이며 듣고, 어머니는 눈에 눈…

    •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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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30>섣달 그믐밤에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30>섣달 그믐밤에

    섣달 그믐밤에 ―강소천(1915∼1963) 내 열 살이 마지막 가는 섣달 그믐밤. 올해 일기장 마지막 페이지에 남은 이야기를 마저 적는다. -아아, 실수투성이 부끄러운 내 열 살아, 부디 안녕, 안녕… 인제 날이 새면 새해, 나는 열하고 새로 한 살. 내 책상 위엔 벌써부터 새 …

    • 201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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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9>보리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9>보리

    보리 ― 가람 이병기(1891∼1968) 눈 눈 싸락눈 함박눈 펑펑 쏟아지는 눈 연일 그 추위에 몹시 볶이던 보리 그 참한 포근한 속의 문득 숨을 눅여 강보에 싸인 어린애마냥 고이고이 자라노니 눈 눈 눈이 아니라 보리가 쏟아진다고 나는 홀로 춤을 추오 예전의 어린이들은 추워서 …

    • 20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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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8>엄마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8>엄마

    엄마 ―나기철 (1953∼ ) 아내가 집에 있다 아파트 문 열기 전 걸음이 빨라진다 어렸을 때 엄마가 있는 집에 올 때처럼 어린아이들이 집에 들어오는 장면은 언제나 같다. 문을 열면서 집에 있는 가장 좋은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들어온다. 대개는 ‘엄마’라고 부르고, 상황에 따…

    • 2018-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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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7>나무 아래 시인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7>나무 아래 시인

    나무 아래 시인 ―최명길(1940-2014) 광야에 선 나무 한 그루 그 아래 앉은 사람 그는 시인이다. 나무는 광야의 농부 그 사람은 광야의 시인 가지 뻗어 하늘의 소리를 받들고 뿌리 내려 땅의 소리를 알아채는 나무 그런 나무 아래서 우주를 듣는 그런 사람 그 또한 시인이다. …

    • 2018-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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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6>백설부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6>백설부

    백설부 ―김동명(1900∼1968) 눈이 나린다 눈이 날린다 눈이 쌓인다 눈 속에 태고가 있다 눈 속에 오막살이가 있다 눈 속에 내 어린 시절이 있다 눈을 맞으며 길을 걷고 싶다 눈을 맞으며 날이 저물고 싶다 눈을 털며 주막에 들고 싶다 눈같이 흰 마음을 생각한다 눈같이 찬 님…

    • 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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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5>평안을 위하여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5>평안을 위하여

    평안을 위하여 ―김남조(1927∼) 평안 있으라 평안 있으라 포레의 레퀴엠을 들으면 햇빛에도 눈물난다 있는 자식 다 데리고 얼음벌판에 앉아 있는 겨울 햇빛 오오 연민하올 어머니여 평안 있으라 그 더욱 평안 있으라 죽은 이를 위한 진혼 미사곡에 산 이의 추위도 불쬐어 뎁히노니 진실로…

    • 201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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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4>고고(孤高)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4>고고(孤高)

    고고(孤高) ― 김종길(1926∼2017) 북한산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밤사이 눈이 내린, 그것도 백운대나 인수봉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깵 신록이나 단풍,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눈이래도 왼 산을 뒤…

    • 20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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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3>그대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3>그대

    그대 ―정두리(1947∼ ) 우리는 누구입니까. 빈 언덕의 자운영꽃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반짝이는 조약돌 이름을 얻지 못한 구석진 마을의 투명한 시냇물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다가오는 첫눈입니다 (…) 우리는 어떤 노래입니까. 이노리나무 정수리에 낭낭 걸린 노래 한 소절 아름…

    • 2017-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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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2>아비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2>아비

    아비 ―오봉옥(1961∼ ) 연탄장수 울 아비 국화빵 한 무더기 가슴에 품고 행여 식을까봐 월산동 까치고개 숨차게 넘었나니 어린 자식 생각나 걷고 뛰고 넘었나니 오늘은 내가 삼십 년 전 울 아비 되어 햄버거 하나 달랑 들고도 마음부터 급하구나 허이 그 녀석 잠이 안 들었는지. 우리…

    • 2017-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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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1>십계(十戒)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1>십계(十戒)

    십계(十戒) ― 박두진(1916∼1998)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떠내려가지 말아라.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무너지지 말아라.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뒤돌아보지 말아라.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눈물 흘리지 말아라. 거기서 너 서 있는 채로 너를 잃어버리지 말아라. 네가 가진 …

    • 201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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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0>노신(魯迅)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20>노신(魯迅)

    노신(魯迅) ―김광균(1914∼1993) 시를 믿고 어떻게 살아가나 서른 먹은 사내가 하나 잠을 못 잔다. 먼 기적 소리 처마를 스쳐가고 잠들은 아내와 어린 것의 베개맡에 밤눈이 내려 쌓이나 보다. 무수한 손에 뺨을 얻어맞으며 항시 곤두박질해온 생활의 노래 지나는 돌팔매에도 이제는 …

    • 2017-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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