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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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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의자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의자

    의자 ―이정록(1964∼ )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

    • 201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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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9월도 저녁이면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9월도 저녁이면

    9월도 저녁이면 ― 강연호(1963∼ ) 9월도 저녁이면 바람은 이분쉼표로 분다 괄호 속의 숫자놀이처럼 노을도 생각이 많아 오래 머물고 하릴없이 도랑 막고 물장구치던 아이들 집 찾아 돌아가길 기다려 등불은 켜진다 9월도 저녁이면 습자지에 물감 번지듯 푸른 산그늘 골똘히 머금는 마을 …

    • 201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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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아름다운 얘기를 하자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아름다운 얘기를 하자

    아름다운 얘기를 하자 ― 노천명(1912∼1957) 아름다운 얘기를 좀 하자 별이 자꾸 우리를 보지 않느냐 닷돈짜리 왜떡을 사먹을 제도 살구꽃이 환한 마을에서 우리는 정답게 지냈다 성황당 고개를 넘으면서도 우리 서로 의지하면 든든했다 하필 옛날이 그리울 것이냐만 늬 안에도 내 속…

    • 201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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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아들에게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아들에게

    아들에게 ― 문정희(1947∼ ) 아들아 너와 나 사이에는 신이 한 분 살고 계시나보다. 왜 나는 너를 부를 때마다 이토록 간절해지는 것이며 네 뒷모습에 대고 언제나 기도를 하는 것일까? 네가 어렸을 땐 우리 사이에 다만 아주 조그맣고 어리신 신이 계셔서 (…) 이젠 쳐다보기만 …

    • 201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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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칠백만원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칠백만원

    칠백만원 ― 박형준(1966∼ )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식구들 몰래 내게만 이불 속에 칠백만원을 넣어두셨다 하셨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이불 속에 꿰매두었다는 칠백만원이 생각났지 어머니는 돈을 늘 어딘가에 꿰매놓았지 … 어머니는 꿰맨 속곳의 실을 풀면서 제대로 된 자식이 없다고 …

    • 201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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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서해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서해

    서해 ― 이성복(1952∼ ) 아직 서해엔 가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거기 계실지 모르겠기에 그곳 바다인들 여느 바다와 다를까요 검은 개펄에 작은 게들이 구멍 속을 들락거리고 언제나바다는 멀리서 진펄에 몸을 뒤척이겠지요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두어야 …

    • 201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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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겨자씨의 노래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겨자씨의 노래

    겨자씨의 노래 ―강은교(1945∼ ) 그렇게 크지 않아도 돼. 그렇게 뜨겁지 않아도 돼. 겨자씨만하면 돼. 겨자씨에 부는 바람이면 돼. 들을 귀 있는 사람은 알아 들어라 가장 작은 것에 가장 큰 것이 눕는다. 예전에는 ‘건강한 마음에 건강한 몸’이 자란다고 했는데, 요즘에는 …

    • 201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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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여름밤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여름밤

    여름밤 ― 이준관(1949∼ )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여름밤은 뜬눈으로 지새우자 아들아, 내가 이야기를 하마 무릎 사이에 얼굴을 꼭 끼고 가까이 오라 하늘의 저 많은 별들이 우리들을 그냥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는구나 나뭇잎에 진 한낮의 태양이 회중전등을 켜고 우리들의 추억을 깜짝깜짝 깨…

    • 20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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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터미널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터미널

    터미널 ― 이홍섭(1965∼ ) 젊은 아버지는 어린 자식을 버스 앞에 세워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지시곤 했다 강원도 하고도 벽지로 가는 버스는 하루 한 번뿐인데 아버지는 늘 버스가 시동을 걸 때쯤 나타나시곤 했다 늙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서울대 병원으로 검진 받으러 가는 길 버스 앞에 …

    • 201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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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선운사에서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선운사에서

    선운사에서 ― 최영미(1961∼ )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

    • 201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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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재 한 줌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재 한 줌

    재 한 줌 ― 조오현(1932∼ ) 어제, 그끄저께 영축산 다비장에서 오랜 도반을 한 줌 재로 흩뿌리고 누군가 훌쩍거리는 그 울음도 날려 보냈다. 거기, 길가에 버려진 듯 누운 부도 돌에도 숨결이 있어 검버섯이 돋아났나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그대로 내려왔다. 언젠가 내 가고 나면 …

    • 201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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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등잔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등잔

    등잔 ― 신달자(1943∼ ) 인사동 상가에서 싼값에 들였던 백자 등잔 하나 근 십 년 넘게 내 집 귀퉁이에 허옇게 잊혀져 있었다 어느 날 눈 마주쳐 고요히 들여다보니 아직은 살이 뽀얗게 도톰한 몸이 꺼멓게 죽은 심지를 물고 있는 것이 왠지 미안하고 안쓰러워 다시 보고 다시 보다가 …

    • 201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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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호수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호수

    호수― 조병화(1921∼2003) 물이 모여서 이야길 한다 물이 모여서 장을 본다 물이 모여서 길을 묻는다 물이 모여서 떠날 차빌 한다 당일로 떠나는 물이 있다 며칠을 묵는 물이 있다 달폴 두고 빙빙 도는 물이 있다 한여름 길을 찾는 물이 있다 달이 지나고 별이 솟고 풀벌레 …

    • 201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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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거미줄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거미줄

    거미줄 ― 손택수(1970∼ ) 어미 거미와 새끼 거미를 몇 킬로미터쯤 떨어뜨려놓고 새끼를 건드리면 움찔 어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킨다는 이야기,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 내게도 있어 수천 킬로미터 밖까지 무선으로 이어져 있어 한밤에 전화가 왔다 어디 아픈 데는 없느냐고, 꿈자리가 뒤숭숭…

    • 201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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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목련꽃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목련꽃

    목련꽃 ― 김달진(1907∼1989) 봄이 깊었구나 창밖에 밤비 소리 잦아지고 나는 언제부터선가 잠 못 자는 병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지난밤 목련꽃 세 송이 중 한 송이 떨어졌다. 이 우주 한 모퉁이에 꽃 한 송이 줄었구나. 올해 봄은 유난히 아쉽다. 더위는 생각보다 …

    • 201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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