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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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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지구의 눈물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지구의 눈물

    지구의 눈물 ― 배한봉(1962∼) 눈물이 많다, 눈물왕국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칼로 수박을 쪼개다 수박의 눈물을 만난다 (…) 그렇기 때문인가? 사람들은 둥근 것만 보면 깎거나 쪼개고 싶어 한다 지구도 그 가운데 하나다 숲을 깎고 땅을 쪼개 날마다 눈물을 뽑아 먹는다 번성하는 문…

    • 2017-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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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바닥에서도 아름답게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바닥에서도 아름답게

    바닥에서도 아름답게 ― 곽재구(1954∼ )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날은 올 수 있을까 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채 그리워진 서로의 마음 위에 물먹은 풀꽃 한 송이 방싯 꽂아줄 수 있을까 (…) 미쟁이 토수 배관공 약장수 간호원 선생님 회사원 박사 안내양 술꾼 의사 토끼 나팔꽃 지명…

    • 201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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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꽃씨로 찍는 쉼표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꽃씨로 찍는 쉼표

    꽃씨로 찍는 쉼표 ― 이은규(1978∼ ) 먼 이야기 어느 왕에게 세 명의 아들이 있었지 왕은 그들에게 꽃씨를 나눠주며 가장 잘 간직한 사람에게 왕위를 물려준다 했지 간직이라는 말에 방점을 첫째 아들은 바람 한 줄기 없는 금고 속에 꼭꼭 숨겨두었고 둘째 아들은 꽃씨를 팔아 더 귀…

    • 2017-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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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은현리 천문학교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은현리 천문학교

    은현리 천문학교 ― 정일근(1958∼ ) 내 사는 은현리 산골에 별을 보러 가는 천문학교가 있다. 은 현리 천문학교에서 나는 별반 담 임선생님. 가난한 우리 반 교실 에는 천체만원경이나 천리경은 없다. 그러나 어두워지기 전부터 칠판을 깨끗이 닦아놓는 착한 하 늘이 있고, 일찍 등교…

    • 2017-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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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달이 빈방으로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달이 빈방으로

    달이 빈방으로 ― 최하림(1939∼2010) 달이 빈방으로 넘어와 누추한 생애를 속속들이 비춥니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속옷처럼 개켜서 횃대에 겁니다 가는 실밥도 역력히 보입니다 대쪽 같은 임강빈 선생님이 죄 많다고 말씀하시고, 누가 엿들었을라, 막 뒤로 숨는 모습도 보입니다 …

    •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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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큰아이에게 ―엄마, 엄니, 어머니로부터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큰아이에게 ―엄마, 엄니, 어머니로부터

    큰아이에게 ―엄마, 엄니, 어머니로부터 ― 이은봉(1953∼ ) 상추쌈, 씻다가 너를 생각한다 된장국, 끓이다가 너를 생각한다 콩나물, 무치다가 너를 생각한다 땡볕, 살 따갑고 매미소리, 귀 따갑고 땅훈기, 숨막히고 ……… 아이야, 서울의 큰아이야 엄…

    •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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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네가 올 때까지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네가 올 때까지

    네가 올 때까지 ― 이건청(1942∼) 밤 깊고 안개 짙은 날엔 내가 등대가 되마 넘어져 피 나면 안 되지 안개 속에 키 세우고 암초 위에 서마 네가 올 때까지 밤새 무적을 울리는 등대가 되마 이 시는 지하철 역사, 투명한 유리창 위에 적혀 있다. 그 전에는 한 성실한 시인의…

    • 2017-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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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천수답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천수답

    천수답 ― 이성선(1941∼2001) 도시의 길들은 바둑판 줄처럼 구획져 뻗고 인간들 마음도 그 길 따라 굳어지고 마침내 이 땅 들의 논들도 모두 가로세로 반듯하게 정리 되어 바람조차 조심히 비켜 간다. 그러나 기계가 들어가지 못하는 산골 하늘물만 받아서 벼를 기르는 천수답 밤에는 …

    • 2017-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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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풍·1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풍·1

    풍·1 ― 이윤택(1952∼ ) 아이들이 봄소풍을 간다 잘난 권세도 학문도 닿지 않는 곳으로 민들레 풀씨처럼 움직이는 세계의 느낌처럼 철 지난 역사를 뒤켠으로 밀어내면서 우리는 민들레 풀씨를 불어본 때를 기억할까. 기억 속의 우리는 아마 어린아이였을 것이다. 풀씨가 흩어지는 모양…

    • 2017-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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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완생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완생

    완생― 윤효(1956∼ ) 그렇게 좋아하시던 홍시를 떠 넣어 드려도 게간장을 떠 넣어 드려도 가만히 고개 가로저으실 뿐, 그렇게 며칠, 또 며칠, 어린아이 네댓이면 들 수 있을 만큼 비우고 비워 내시더니 구십 생애를 비로소 내려놓으셨다. ―완생(完生).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 2017-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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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안부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안부

    안부 ― 김초혜(1943∼) 강을 사이에 두고 꽃잎을 띄우네 잘 있으면 된다고 잘 있다고 이때가 꽃이 필 때라고 오늘도 봄은 가고 있다고 무엇이리 말하지 않은 그 말한 나무가 있다. 나무 곁으로는 수없이, 정말이지 수없이 많은 무엇이 지나갔다. 어떤 것은 길게 머물렀고,…

    • 20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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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파랗게, 땅 전체를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파랗게, 땅 전체를

    파랗게, 땅 전체를 ― 정현종(1939∼) 1 파랗게, 땅 전체를 들어올리는 봄 풀잎, 하늘 무너지지 않게 떠받치고 있는 기둥 봄 풀잎 2 그림 속의 여자도 개구리도 꿈틀거리는 봄바람 속 내 노래의 물소리는 저 풀잎들 가까이 흘러가야지 시인은 풀잎을 어떻게 노래할까. 그는 풀잎이…

    • 2017-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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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반성·100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반성·100

    반성·100 ― 김영승(1959∼ ) 연탄장수 아저씨와 그의 두 딸이 리어카를 끌고 왔다. 아빠, 이 집은 백 장이지? 금방이겠다, 뭐. 아직 소녀티를 못 벗은 그 아이들이 연탄을 날라다 쌓고 있다. 아빠처럼 얼굴에 껌정칠도 한 채 명랑하게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딸을 낳으면 이 얘…

    • 201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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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1921∼1984)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되어도 순…

    • 2017-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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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보내 놓고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보내 놓고

    보내 놓고 ― 황금찬(1918∼2017) 봄비 속에 너를 보낸다 쑥순도 파라니 비에 젖고 목매기 송아지가 울며 오는데 멀리 돌아간 산굽잇길 못 올 길처럼 슬픔이 일고 산비 구름 속에 조는 밤 길처럼 애달픈 꿈이 있었다. 황금찬 시인은 10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시를 썼던, …

    • 201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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