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인트

연재

이근배의 神品名詩

이근배의 神品名詩

기사 52

구독 0

날짜선택
  • [이근배의 神品名詩]왕이여 고결한 영광이여

    [이근배의 神品名詩]왕이여 고결한 영광이여

    왕이여 고결한 영광이여 ―이 화 은(1946∼ ) 천년 세월을 도도히 지켰네 해 뜨는 나라 사로국에서 미증마립간 4년 신라에서 또 신라로 삼세번 출出 하라는 황금의 말씀 허공의 정수리에 깊이 새겼으니 성공한 왕조의 고단한 상징이여 역사는 광풍이었고 승리였고 끝없는 패배였네 또한 영…

    • 2016-04-13
    • 좋아요
    • 코멘트
  • [이근배의 神品名詩]돌손바닥에 놀고 가는 선녀구름같이

    [이근배의 神品名詩]돌손바닥에 놀고 가는 선녀구름같이

    돌손바닥에 놀고 가는 선녀구름같이 ―강인한(1944∼ ) 이만치 서서 바라보면 잘 보이려나 청보리 물결 황토를 휘돌아 흐르는 연두바람 불어라 불어가라 적막을 조그맣게 뭉쳐 입 다문 돌탑에까지 말갛게 몸 비우고 스미는 연두바람 왕궁에 가시랴오 예서 왕궁이라면 낙낙한 오릿길 잠시 …

    • 2016-04-06
    • 좋아요
    • 코멘트
  • [이근배의 神品名詩]반가부좌만 하시게

    [이근배의 神品名詩]반가부좌만 하시게

    반가부좌만 하시게 ―이인원(1952∼ ) 무슨 화두話頭에 얼마나 골몰했으면 턱을 괴었던 팔이 다 부러졌을까 아니다, 부러진 것은 미륵보살님의 팔이 아니다 3일도 못 가는 우리들의 작심作心이다 무슨 마음이 얼마나 자유로웠으면 팔꿈치가 부러져나가도 턱은 무사했을까 아니다, 자유로운 …

    • 2016-03-30
    • 좋아요
    • 코멘트
  • [이근배의 神品名詩]비(碑)의 의미

    [이근배의 神品名詩]비(碑)의 의미

    비(碑)의 의미 ―이승하(1960∼) 내가 다스릴 땅을 보고 싶었다 이 나라 백성들이 일굴 땅과 고기 잡을 강 집을 세울 터전을 둘러보고 싶었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여기에 나라를 세우는 동안 얼마나 많은 조상이 피를 흘렸던가 가야를 완전히 병합하는 동안 한강…

    • 2016-03-23
    • 좋아요
    • 코멘트
  • [이근배의 神品名詩]청화백자매조죽문호

    [이근배의 神品名詩]청화백자매조죽문호

    청화백자매조죽문호 ―박현령(1938∼2014) 혼이라도 들어왔으면 이 몸에 목소리라도 들어왔으면 이 몸에 아무것도 듣도 보도 못하는 이 막막함! 이 막막함을 붙들고 나는 살아가야 하리 천지사방 분간이 안 되는 이 막막함으로 칠흑의 밤을 더듬거리며 더듬거리며 걷다니 이 막막함을 쫓아가…

    • 2016-03-16
    • 좋아요
    • 코멘트
  • [이근배의 神品名詩]청동신수경(靑銅神獸鏡)

    [이근배의 神品名詩]청동신수경(靑銅神獸鏡)

    청동신수경(靑銅神獸鏡) ―박무웅(1944∼ ) 청동신수경 속에 해와 달이 들어 있다 청동신수경 속에 열두 마리 짐승이 들어 있다 신새벽 순금의 햇빛이 빛날 적마다 한밤중 순은의 달빛이 빛날 적마다 눈부시게 눈부시게 창이 날아갈 적마다 내 마음 속 짐승들은 신의 짐승으로 거듭 태…

    • 2016-03-09
    • 좋아요
    • 코멘트
  • [이근배의 神品名詩]그날이 오면

    [이근배의 神品名詩]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심훈(1901∼1936)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드리받아 올리오리다 두개골…

    • 2016-03-02
    • 좋아요
    • 코멘트
  • [이근배의 神品名詩]불국사 다보탑

    [이근배의 神品名詩]불국사 다보탑

    불국사 다보탑 ―신달자(1943∼ ) 저기! 거기가 어딘지 온 몸으로 가르키고 있는 국보 20호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 먼 발치부터 더듬더듬 몇백 년 발치부터 더듬더듬 정강이 살이 헐어, 헐어도 닿지 못하고 언제나 묵언수행으로 서서 너 혼자 깨달으라고 …

    • 2016-02-24
    • 좋아요
    • 코멘트
  • [이근배의 神品名詩]봉선홍경사갈비(奉先弘慶寺碣碑)

    [이근배의 神品名詩]봉선홍경사갈비(奉先弘慶寺碣碑)

    봉선홍경사갈비(奉先弘慶寺碣碑) ―유재영(1948∼) 왕비의 이빨조차 썩지 않는 불멸의 땅 옛 백제의 천안시 서북구 헹겡이벌 고려국 마지막 유민(流民) 멈춰선 듯 돌비 하나 구름 두른 머릿돌엔 비룡(飛龍)이 꿈틀대고 받침돌 당초무늬 덩굴손 뻗은 자리 오른쪽 머리 돌리고 눈 부릅뜬 이…

    • 2016-02-17
    • 좋아요
    • 코멘트
  • [이근배의 神品名詩]日月이 나를 낳으리라

    [이근배의 神品名詩]日月이 나를 낳으리라

    日月이 나를 낳으리라 ―노향림(1942∼) 해와 달을 닮은 한 여자 이 땅에 태어났노라 흙과 바람과 향기와 부드러움의 상생으로 한 생을 빚어 일월이 나를 점지한 청화백자철사진사국화문병 그 이름은 하도 둥글고 고혹해서 나는 한 천년을 더 기다리노라 하늘 향해 살짝 벌린 젖은 입으…

    • 2016-02-10
    • 좋아요
    • 코멘트
  • [이근배의 神品名詩]토우土偶라는 아이

    [이근배의 神品名詩]토우土偶라는 아이

    토우土偶라는 아이 ―유홍준(1962∼ ) 흙으로 빚어진 남자와 흙으로 빚어진 여자가 성교를 하고 있어요 머위밭에는 잎이 커다란 머위, 우물가에는 키가 조그만 달개비가 보라색 꽃을 피우고 있구요 (…) 섞이어 섞여…… 둥기당 둥땅 흙으로 만든 거문고 소리가 …

    • 2016-02-03
    • 좋아요
    • 코멘트
  • [이근배의 神品名詩]세상에서 제일 큰 집

    [이근배의 神品名詩]세상에서 제일 큰 집

    세상에서 제일 큰 집―김후란(1934∼ ) 세상에서 제일 큰 집입니다 가야산 중턱 해인사 숨은 듯 깊은 산 속에 팔만대장경 품어 안고 오랜 세월의 무게 묵묵히 감당해왔습니다 법보사찰 장경판전 어느 시대의 눈빛이 이렇듯 강하고 태산 같은 버팀목 되었으리오 그 역…

    • 2016-01-27
    • 좋아요
    • 코멘트
  • [이근배의 神品名詩]바위의 말

    [이근배의 神品名詩]바위의 말

    바위의 말 ―이성부(1942∼2012) 나는 오랫동안 너무 게을렀거나 한자리에서만 맴돌아 생각이 굳어졌거나 그리움으로 목말라 바윗덩이가 된 것은 아니다 내 안에는 아직도 더운 피 터질 듯 힘차게 돌아 흐르고 이리 무겁게 앉아 있어도 갈수록 눈 깊어져 천만리 머나먼 바깥세상 …

    • 2016-01-20
    • 좋아요
    • 코멘트
  • [이근배의 神品名詩]여인

    [이근배의 神品名詩]여인

    여인 ― 서경온(1956∼) 첫눈에 반해 뜨겁던 눈길에 뚝뚝 떨어져 내리던 모란꽃잎을 푸른 치마폭 가득히 받아 안으신 그대 천년이 하루 같은 벅찬 기다림으로 구름을 좇아 학이 날아가는 흰 저고리 가슴속 당신은 고운 아미 숙인 참한 걸음새로 물 길러가시던 고려의 여인 잘록한 허리…

    • 2016-01-13
    • 좋아요
    • 코멘트
  • [이근배의 神品名詩]무영탑 無影塔

    [이근배의 神品名詩]무영탑 無影塔

    무영탑 無影塔 ―김종해(1941∼ ) 불국사 대웅전 뜨락에 서서 천년 세월 풍우에 깎인 돌과 함께 탑을 떠나지 않는 백제의 석공 아사달이여 돌에 새겨진 연꽃은 지지 않고 사시사철 피어 있다 연못에 몸을 던진 아사녀의 혼이 지금도 연꽃으로 피어 있다 불국사 대웅전 뜨락…

    • 2016-01-06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