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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디스? 밥이나 주는게 어디서…” 비행 때마다 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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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디스? 밥이나 주는게 어디서…” 비행 때마다 철렁

동아일보입력 2014-01-21 03:00수정 2014-01-2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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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세상을 바꿉니다/동아일보-채널A 공동 연중기획]
<1부>나는 동네북이 아닙니다
크게보기스튜어디스들은 성적인 농담에도 노출돼 있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들은 해외 회사들과는 달리 막말 승객을 제재할 제대로 된 규정조차 없는 실정이다. 동아일보DB
지난해 4월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라면을 시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 국민이 알게 된 것은. 그런데 사람들이 분개한 것은 따로 있었다. “라면 맛이 없다”며 폭언을 던진 대기업 임원의 ‘갑(甲)질’. 그리고 사건이 알려지기 전까지 숱한 폭언을 속으로 삼켜야 했던 항공기 승무원들의 근무 실태였다.

사건 이후에도 하늘 위의 폭언은 계속되고 있었다. 항공사 관계자들은 “‘라면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국내 주요 항공사들의 캐빈리포트(탑승객의 이상 언동을 기록한 승무원 사고일지)를 입수해 최근 사례를 살펴봤다.

남성 승무원 A 씨는 “곧 착륙하니 안전벨트를 매고 의자를 바로 세워 달라”는 말을 꺼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한다. 그는 “무슨 남자가 ‘스튜어디스’냐”, “너 내가 확 잘라 버릴 거야” 같은 말을 툭하면 듣곤 했다.


“오늘밤 뭐해? 이 회사 임원이 내 친구야. VIP한테 전화번호 정도는 알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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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 여성 승무원 B 씨는 신분을 과시하며 연락처를 알려달라거나 근무시간 후 만남을 요구하는 남성 탑승객을 적어도 한 달에 두세 번은 만난다. 웃음으로 에둘러 무마하고 돌아서지만 마음은 무겁다. 혹시라도 서비스 불만 신고를 하지는 않을까, 기내에서 소란을 피우지는 않을까….

○ “내가 누군지 알고…” 지위 과시 두드러져

한 번에 수백 명의 승객을 상대하는 항공기 승무원들은 ‘나쁜 말’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실이 지난해 10월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에서 승무원 등 항공업 종사자 3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0.1%(337명)가 승객에게서 폭언이나 인격을 비하하는 발언을 들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49%는 ‘하루 이틀에 한 번씩 폭언을 듣는다’고 답했다.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승객들의 폭언은 주로 △‘내가 누군지 알아’ 등 자신의 신분 과시 및 과장 △‘밥이나 주는 것들’이라 칭하는 등 무시하는 말투 △‘잘라버리겠다’는 협박 △‘개××’, ‘씨×’ 같은 욕설이었다.

탑승객이 승무원들에게 폭언을 던지는 심리는 뭘까. 최혜경 이화여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일부 소비자들은 아직도 서비스를 ‘나보다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제공하는 것’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유난히 과시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서 이런 공통점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상습적인 기내 폭언은 승무원의 접객 서비스를 중시하는 항공사들의 운영 방침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들이 세계 항공시장의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성장하는 과정에서 서비스를 지나칠 정도로 강조했다”고 말했다.

○ ‘승객은 왕’ 폭언 들어도 쉬쉬 넘어가

“나쁜 말을 들으면 당장 항의하고 원칙대로 대응하고 싶죠. 물론 대응 규정이야 있지만 절차도 까다롭고, 또 인사상의 불이익이 있을까 걱정도 되고….”

지난해 4월 개정된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공항 운영을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지켜지지 않는 규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국내 항공기 승무원에 대한 폭언·폭행 사건은 총 101건이 신고됐다. 폭언은 87건, 폭행은 14건이었다. 그러나 실제 처벌된 사건은 폭행 1건뿐으로 벌금형에 그쳤다. 나머지 100건은 훈방 조치로 넘어갔다.

신고하지 않고 넘어간 사례는 훨씬 많다. 항공업 종사자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피해자의 73%가 ‘폭언을 들어도 그냥 참고 넘어간다’고 대답했다. 피해자들은 대처 방안으로 ‘가해자들의 형사처벌을 원한다’(42%)거나 ‘항공사의 굴종적인 고객 대응 지시를 개선해야 한다’(33%) 등을 지목했지만 실제 조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공공운수노조 항공협의회 관계자는 “승객 불만이 접수되면 인사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 항공사들의 경영 방침 때문”이라며 “승무원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어디까지나 기내 안전인 만큼 승객이 이를 저해하면 강경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내 폭언으로 인한 승무원들의 스트레스는 업무 만족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건강 악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감정노동자인 항공기 승무원이 비행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잇단 폭언에 노출되면 우울증은 물론이고 뇌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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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디스#폭언#해외 항공사#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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