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탑승 일본인 2명 사망·확진자↑…日정부 부실 대응 비판 고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0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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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했던 일본인 2명이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지고, 이 크루즈선에서 무려 621명의 확진 환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일본 정부 대응에 대한 여론의 비판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정부 산하기관에서 반박하기도 했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NIID)는 19일 웹사이트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크루즈선 승선객 감염 대부분은 객실 대기를 시작한 5일 이전에 일어났지만 객실 대기 이후에도 감염이 계속됐다”고 밝혔다. 또 “10일 이후 승무원의 감염이 증가했다. 일부 승무원의 격리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후생노동성 산하 기관인 NIID의 이 분석은 후생성의 입장과 상반된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지금까지 “크루즈선 감염자는 5일 객실 격리를 시작하기 전에 감염됐다”고 주장해왔다.

18일 크루즈선의 방역 환경에 대해 ‘매우 비참한 상황’이라고 고발한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한 이와타 겐타로(岩田健太郞) 고베대 교수는 20일 도쿄 외국특파원협회에서 특파원들과 인터넷 화상 인터뷰를 하며 또다시 “선내 적절한 감염관리가 안 됐다”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20일 오전 고발 영상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선 “객실 격리가 실시된 5일 이후 2차 감염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이터를 제시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외압을 받아 동영상 삭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19일부터 하선한 일부 승객들의 입을 통해 선내 방역 조치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부인과 함께 탑승한 한 남성(59)은 아사히신문에 “집사람이 발열 증상을 보여 선내 의무실을 방문했더니 접수대 의자에 7, 8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 상태로 30분 정도 기다렸다”며 “감염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섞여 있었다”고 말했다. 20일 하선한 70대 일본인 남성은 본보에 “선내에서 2차, 3차 감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폭발적으로 감염자가 늘 수 없다”고 주장했다.

크루즈선이 정박한 이후 12일부터 크루즈선에 탑승해 사무 업무를 담당하던 후생성 공무원 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일본 내 감염자 수는 709명으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해이한 대처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은 16일 아베 총리가 주재한 범정부 대책본부회의 대신 지역구에서 열린 신년회에 참석했다. 전 각료가 참석 대상이었지만 다른 각료 2명도 지역구 활동 등을 이유로 결석했다. 야당에선 “해당 각료가 사퇴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아사히신문은 20일 “본부장인 아베 총리는 14일 저녁 대책본부회의에 8분 동안만 출석하고, 이후 한 신문사 간부들과 3시간 회식을 했다”며 “인터넷에 ‘8분간 출석, 3시간 회식’이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요코하마=김범석 특파원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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