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한예리 “무용수에서 여배우로, 이것은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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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0월 9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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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셀카봉 처음이에요. 이거 어떻게 찍어요?”

부산 해운대 바닷가 백사장, 배우 한예리에게 셀카봉을 쥐어줬다. 거리에서 셀카봉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많이 봤지만 본인이 직접 사용해본 것은 처음이란다. 신기한 듯 두리번두리번 거리다 타이머를 맞춰주니 “에구머니, 어떡해?”라며 포즈를 취했다. 한두 번 자신의 셀카를 본 후 “다시, 다시”라며 하더니 곧바로 ‘얼짱 각도’를 찍어낸다. 한예리 스스로도 만족한 듯했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맞아 부산을 찾은 한예리를 만났다. 전날까지만 해도 무척 따뜻했던 해운대는 폭풍이 몰려와 바닷가를 모래바람으로 뒤덮었다. 강한 바람에 머리가 휘날려 사진 촬영이 힘들었을 텐데 한예리는 신이 난 듯했다. 조개껍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파도에 가까이 가는 등 바닷가에서 잠시 여유를 즐겼다.

한예리는 영화 ‘코리아’(2012·감독 문현성)로 이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지만 그에게 ‘부산’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장소다. 배우 한예리가 아닌 무용수 한예리로서 말이다. 한예리는 5살부터 무용을 시작해 학창시절을 국립국악중고등학교에서 보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한국무용과에 진학해 무용가로서의 꿈을 키웠다. 19세에 정신혜 교수에게 사사하며 예술세계의 눈을 떴다. 이에 누구보다 한국무용에 대한 애정이 컸다.

“부산과 인연이 많네요. 고등학교 때부터 매주 부산에 공연을 보러 오기도 하고,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정신혜 선생님께서 여기에 계셔서 부산에서 무용을 많이 배웠죠. 무용을 배울 때는 사상구에 있는 신라대학교를 자주 갔는데 배우가 되니 해운대에 자주 있네요. 저는 업(業)으로 부산에 올 팔자인가 봐요. (웃음)”

부산을 방문하면 바쁜 와중에도 틈을 내어 해변가를 산책한다는 그는 계속된 부산 이야기에 영화인으로서 처음으로 방문한 부산국제영화제를 떠올렸다. 수백 명의 취재진에 둘러싸인 레드카펫 현장과 현장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만나니 다리가 덜덜거리고 심장이 쿵쾅거려 어쩔 줄을 몰랐다고 했다.

“혹시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됐어요. 얼마나 긴장하고 불편했는지….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속은 얼마나 울렁거렸는지 몰라요. (웃음) 그런데 지금은 영화제에서 선배들 만나는 게 좋아요. 제가 출연한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누고 칭찬도 듣고. 하하. 배우들도 현장에서 만나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데 이렇게 영화제를 통해 보면 반갑고 설레고 그렇답니다.”

올해 한예리는 영화 ‘해무’(감독 심성보)를 들고 부산을 방문했다. 한예리는 영화 ‘해무’서 소식이 끊긴 오빠를 찾기 위해 밀항에 오른 조선족 처녀 ‘홍매’ 역을 맡아 여려 보이지만 강단 있는 여성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의 순수하지만 강렬한 연기는 우락부락한 여섯 명의 남성 배우 사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한예리’라는 배우를 기억하게 한 영화였고 제 스스로도 다채로운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작품이기도 해요. 우리 ‘해무’팀, 어제(2일) 야외무대를 돌면서 다시 만나고 복국 먹으러 갔어요. 호로록, 호로록! 바로 한 잔 하러! (웃음) ‘해무’라는 영화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늘 만나면 반가워요. 영화제에서 송광호 선배님을 만났는데 ‘올해 영화 중에 가장 잘 본 영화’라고 해주셨어요. 선배들께 칭찬을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특히 올해는 한예리의 소속사 배우인 문소리와 조진웅이 부산국제영화제의 문을 열고 닫는다. 문소리는 개막식 사회자로 조진웅은 폐막식 사회자로 서게 된다. 그는 “언젠간 나도 선배들처럼 한국의 대표배우가 돼서 그 자리에 서고 싶다”며 “올해는 권율 선배, 윤계상 선배, 지우 등 회사 식구들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작품을 갖고 참가하게 돼 정말 좋다”고 밝혔다.

“‘코리아’를 시작으로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무용으로 생을 다하려 했는데 영화와 연을 맺고, 상도 받고…. 사람 인생이 이렇게 된다는 것이 참 놀라운 것 같아요. 전 진짜 제가 무용하다가 죽을 줄 알았거든요. 물론 지금도 한국무용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그런데 지금은 ‘연기’도 제 마음에 들어왔어요. 더 열심히 하고 싶고 계속 하고 싶죠. 하지만 그게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도 알고 있어서 혹여 잘 되지 않더라도 속상해하지 말자고 마음먹고 있어요.”

한예리는 연말까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고를 예정. 앞으로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하며 한국 무용도 알리고 싶다는 야무진 계획을 갖고 있는 그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그냥,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누구나 한예리를 떠올리면 ‘좋은 배우야’라고 떠오르게 되는? 가장 간편한 대답인데 제일 어려운 목표네요. (웃음) 그러고 보니 나 진짜 욕심꾸러기잖아?”

해운대(부산)|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배우 한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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