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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D/ Face to Face]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주목받은 박철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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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D/ Face to Face]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주목받은 박철완 박사

윤영호 기자 입력 2016-10-14 18:23수정 2016-10-1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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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부실한 위기관리와 엉터리 전문가들이 사태 키웠다”
이차전지 전문가로 통하는 박철완 박사는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 초기 “배터리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지호영 기자 f3young@donga.com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노트7을 단종하기로 10월 11일 결정했다. 출시한 지 54일 만의 일이다. 이상 발화 사고로 리콜을 선언한 이후 출시한 신제품에서도 똑같이 폭발하는 사례가 국내외에서 잇따라 보고된 데 따른 조치였다. 이날까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새 제품의 발화 사고는 총 8건이었다.

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을 지낸 박철완 박사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갤노트7 단종 선언 이후 갑자기 유명해졌다. 국내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뉴욕타임스>와 <슈피겔>, AP통신 등 외국의 유명 언론도 이 사태와 관련한 기사를 쓸 때는 그의 지적을 인용할 정도다.

박철완 박사가 각광을 받은 것은 삼성전자의 갤노트7 발화 사고 원인 진단이 잘못 됐다고 지적한 게 맞아떨어졌기 때문. 삼성전자는 9월 2일 갤노트7 리콜 선언 당시 계열사인 삼성SDI가 생산한 배터리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리콜 선언 이전부터 “간단한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최소한 배터리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 1988년 이후 최악으로 기록될 이번 사태에서 삼성전자는 갤노트7 이상 발화 사고의 원인을 두고 박철완 박사 한 사람에게 완패를 당한 셈이 됐다. 서울대 공대 공업화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국내 리튬이온 이차전지 개발 초기부터 참여한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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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단종 조치 이후 방송 출연 및 언론 인터뷰 등으로 바쁜 그를 10월 13일 만났다. 그의 첫마디는 “참담하다”였다. “이차전지 분야 전문가라고 자처해 왔던 사람들이 사고 이후 제대로 고장을 분석하지 못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는데, 초기부터 이 분야를 개척해 온 사람으로서 어찌 고개를 들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9월 2일 삼성측이 리콜 선언 이후 중국 ATL사 배터리로 교체한 새 제품을 출시한다고 했을 때 여전히 발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는데.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SDI에서 생산한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막이 얇고 이물이 있을 수 있어 단락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여서 그 자체로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삼성SDI가 실제 배터리를 생산할 때 후공정에서 대부분 잡아내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일어나기가 아주 어렵다. 이론과 실제에 두루 능하지 못한 사람들의 무리한 얘기에 지나지 않았다. 기초 실력도 없으면서 전문가 행세를 하는 사람이 판을 치는 곳이 바로 이차전지 분야다. 생각보다 역사가 짧다.
리콜 직후 한 종합편성 TV의 메인 뉴스에 나가서 삼성전자의 처방을 비판하면서도 ‘ATL사 배터리로 교체해 출시한 새 갤노트7이 좋은 성과를 내면 좋겠다’고 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삼성전자가 잘 돼야 우리 경제에 좋으니까 내가 틀리기를 바랐다. 그러나 과학이란 건 그런 게 아니지 않은가? 탄탄한 기초 전기화학, 오랜 위기관리 경험과 분석력으로 배터리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전쟁터에서 생존을 건 진검 승부를 하는 심정이었다.”

-구체적인 자료도 없는 상황에서 배터리 자체 문제가 아니라고 확신한 근거는?
“인터넷에 떠도는 갤노트7 발화 사고를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배터리 자체의 결함으로 생긴 발화 사고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나만의 오랜 노하우이기 때문에 여기서 밝힐 수 없다. 몇 마디 말로 설명할 정도면 삼성전자가 이미 찾은 지 오래일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원인도 제대로 밝혀내지 않고 배터리만 교체한 새 제품을 출시했다가 대형 사고를 친 셈이 됐다.
“이번처럼 제품을 출시한 지 일정 시점이 지난 후 발화 사고가 수십, 수백 건 터진 건 전대미문의 일이다. 그 원인도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ATL사 배터리로 교체한 새 제품을 출시한 것은 성급했다. 처방이 틀렸다는 것은 원인 규명을 제대로 못했다는 얘기 아닌가. 그러나 어떻게 보면 삼성전자도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로부터 많은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받아 이차전지 연구를 해온 연구기관이나 학계도 이번 사고에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했지 않는가. 또 이차전지 전문 기업인 삼성SDI에서 자사가 생산한 배터리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설명했으니 삼성전자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지 않았겠는가.”

-리콜 이후 교환받은 새 제품에서도 10월 초 발화 사고가 났다는 국내 소비자의 주장에 대응하는 삼성전자의 방식이 논란이 됐다.
“삼성전자는 이 소비자의 갤노트7을 넘겨받아 민간 검사 서비스 업체인 한국SGS 기흥시험소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외부의 충격과 눌림에 의해 배터리에 문제가 생겨 발화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두 기관 모두 삼성전자가 원하는 결론을 내줬다고 비판받아도 마땅하다. 해당 소비자로서는 국가 기관인 KTL까지 나서 외부 충격이 원인이라고 했으니 얼마나 억울했겠는가. 심지어 삼성전자는 교환받은 새 제품에서 발화 사고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블랙 컨슈머로 몰아가기도 했다. 또 삼성과 다른 얘기를 하는 전문가들을 경쟁사와 관련 있는 사람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외국에서 사고가 발생하자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단종 조치를 했다. 나는 이차전지 전문가인데, 어쩌다 보니 위기관리에 풍부한 경험을 갖게 됐다. 수많은 경험에 비춰보면, 삼성전자의 위기관리 방식이 문제였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환불과 교환이 시작된 13일 서울 종로구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소비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초기에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도 삼성전자의 처방만 믿고 리콜 계획을 그대로 승인해줬다. 도대체 국표원이 하는 일이 뭐냐는 비판이 많다.
“국표원은 제품안전자문위원회를 열어 삼성전자의 리콜 계획서를 검증한 후 삼성전자의 계획을 그대로 승인했다. 결과적으로 독립적이고 엄정하게 검증할 실력이나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자문위원을 맡아 엉터리로 일을 처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기술 자문을 위해 전문가 3명이 여기에 참여했다고 들었는데 결국 이들이 문제였다. 이차전지 분야에는 유독 이런 전문가가 많다. 이번처럼 소비자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고가 터졌을 때 국표원이 이런 잘못을 또 다시 저지르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그럼 삼성전자는 앞으로 발화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다고 보는가.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지금부터는 원점에서 선입견을 배제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아니라 보이는 대로 봐야 한다. 가령 배터리 적재 공간 문제나 시스템의 전반적인 밸런스 문제는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이차전지와의 인연은?
“한국 리튬이온 이차전지 연구 개발의 출발점부터 참여했던 소수의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삼성SDI 김유미 소형전지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과 함께 국방과학연구소(ADD) 과제를 하며 시작했다. 우스갯소리를 하면 '젊은 원로'다. 1994년 대학원에 입학한 이후 연구 과제뿐 아니라 별별 일을 다 했다. 제1회 전지기술 심포지움, 제1회 한일 전지 세미나, 제1회 전기화학회 등이 열릴 때 지도교수가 나에게 일을 거의 도맡기다시피했다. 당시에는 다른 실험실 연구원도 많은데 유독 나만 시킨다고 불만도 가졌는데 지나고 보니 극한 상황에서 일을 열심히 하면서 실력이 쌓인 것 같다. 그래도 일은 잘한다고 오전 11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을 용인해줬다. 그리고 대학원 재학 기간에도 수많은 국내 실험실과 삼성, 동부, 한화, 제일모직 등 큰 업체들이 전지를 시작하려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제법 많은 전지 쪽 부품, 소재, 장비 수입 업체들이 내 도움을 받았다.
무엇보다 한국 리튬이온 이차전지 산업의 중흥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는 차세대전지 성장동력 사업단을 꾸릴 때 산업자원부에서 이를 맡길 전문가가 나밖에 없다며 엄격한 경쟁을 거쳐 부단장으로 선발해줬다. 정부 정책과 기술 관점에서 한국 리튬이온 이차전지 세계 1위의 10년 대계를 그때 세웠다. 내 할 일은 했다 생각하고 2008년 정점에서 손을 뗐다. 그런데 10년도 안 되어 이런 참담한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

-박 박사의 특이한 이력 가운데 하나가 2012년 대선 때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 참여한 것인데.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새누리당은 선거대책위원회 공식 조직도에 없는 디지털 종합상황실을 꾸렸다. 일부 선대위 고위 관계자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조직이었다. 대선에 임박해 내가 새누리당의 삼고초려에 응해 만든 조그마한 조직이었다. 당시 위기관리 전문가로 인정받아 히든 리베로로 활약했다. 공식 조직인 종합상황실과 손발을 맞춰 가며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전략에 대응하는 일을 했다는 정도까지만 얘기하겠다.”

-앞으로 계획은?
“우선 집에서 담당하는 육아를 더 잘하는 게 일차 목표다. 그 다음엔 기초가 열악한 척박한 환경에서 한국 이차전지 후학들을 양성할 수 있는 새로운 길로, ‘꾸준한 스몰 사이즈 연구’(꾸준히 한 우물을 팔 수 있도록 적은 연구비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는 시스템)가 정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직접 양성하는 일도 기회가 닿는 대로 할 것이다. 또 내년 대통령선거에서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대통령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다만 지지 후보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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