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80% 넘게 손상돼야 이상신호 느껴져… 국소 방사선 요법으로 癌크기 줄여 절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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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빨리 찾으면 이긴다] <3> 침묵의 암, 간암

간암은 간이 상당 부분 손상돼야 증세가 나타나는 만큼 초기 진단이 어렵다. 간염 보균자는 정기검진을 통해 발병 여부를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 최진섭 연세암병원 간암센터 간담췌외과 교수(오른쪽)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제공
간암은 간이 상당 부분 손상돼야 증세가 나타나는 만큼 초기 진단이 어렵다. 간염 보균자는 정기검진을 통해 발병 여부를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 최진섭 연세암병원 간암센터 간담췌외과 교수(오른쪽)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제공
간암은 ‘침묵의 암’이라고 한다. 간 기능이 80% 이상 손상돼 제 기능을 못할 때쯤에야 자각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정기적 암 검사를 소홀히 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간암의 5년 생존율(2007∼2011년)은 28.7%에 불과하다. 유방암(91.3%) 대장암(70.7%) 위암(67.9%) 등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이 매우 낮은 것도 조기 발견에 실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만성 간질환자는 정기검진 필수

간이 나빠지면 영양분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쉽게 나른하고 피곤해진다.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구토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 담즙 생산이 원활하지 못해 배가 더부룩하고 설사를 한다. 눈과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세도 생긴다. 황달이 생기면 피부가 가렵고 얼굴 목 부위, 손바닥이 붉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증세가 있다면 꼭 검진을 받아야 한다.

간암 환자는 장년층에 집중돼 있다. 전체 환자 중 50대가 28.6%, 60대가 26%를 차지한다. 남성 환자 비율이 여성보다 2.85배 높다. 한 집안의 가장이 간암으로 투병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상훈 연세암병원 간암센터 소화기내과 교수는 “소주 1병을 10년 이상 매일 마시는 사람의 30% 이상이 알코올성 간경변증으로 악화한다”며 “과음하는 사람들이 정상인에 비해 간암 발병률이 6배나 높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에서 소주 등 도수가 높은 술의 1인당 연간(2011년) 소비량은 9.57L로 세계 1위다. 도수가 높은 술은 간 기능에 큰 부담을 준다. 전체 알코올 소비량 세계 3위인 프랑스보다 13위인 우리나라가 2배 높은 간암 발병률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으로 추정된다.

비만과 운동 부족에 따른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증가세도 가파르다.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 경기지역 성인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유병률이 2004년 11.5%에서 2010년에는 23.6%로 두 배로 증가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가진 사람 중 10∼20%는 지방간염으로 악화돼 간암 발병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업 연세암병원 간암센터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간염 예방접종을 하고 술은 하루 소주 반병 이내로, 한 번 술을 마신 뒤엔 3일 정도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 수술이 어려운 환자, 동시요법 후 수술 및 이식


간암은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 암일 경우 적절한 치료를 하면 5년 생존율이 70∼80%까지 향상될 수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치료, 수술법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암의 크기가 2∼3cm 이하로, 부위가 한두 개만 있는 간암 환자의 경우 고주파 열치료법이나 동결치료법 등의 국소 치료법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간암 부위를 제거하는 절제 수술은 간이식 수술과 함께 현재 가장 성과가 좋은 치료법이다. 간은 정상의 경우 70% 정도를 떼어내도 한 달 이내에 원래 기능을 회복할 정도로 재생 능력이 뛰어나지만 간경변이 있는 경우에는 재생력이 현저히 떨어져 수술에 제약이 있다. 우리나라 간암환자의 80∼90%는 간경화가 악화돼 발병한 경우여서 진단 당시 바로 수술이 가능한 비율은 15% 내외다.

이같이 수술이 어려운 국소 진행성 간암 환자를 위해 연세암병원 간암센터는 1990년대 중반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소적 항암방사선 동시요법(CCRT)’을 개발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치료법은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하게 진행된 간암을 치료하기 위해 간 동맥을 통해 국소적으로 항암제를 주사한 뒤 연속적으로 간암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함으로써 암의 크기를 줄인 후 수술하는 방법이다.

연세암병원 간암센터 최진섭 교수팀이 올해 6월 해외 유명 암외과 학술지인 ‘외과임상종양학회보’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연세암병원 간암센터에서 국소적 항암방사선 동시요법을 받은 환자 243명 중 41명이 성공적으로 암의 크기를 줄여 간 절제 수술까지 받았다. 수술을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이 50%에 이를 정도로 성과를 냈다.

최 교수는 “국소적 항암방사선 동시요법을 시행하면 수술 후 잔존 간의 크기가 커져 환자의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고도로 진행된 간암 환자도 계속 발전하고 있는 복합적 항암치료법에 따라 머지않은 미래에는 현재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간암#암#국소 방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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