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마음건강]<9>우울증

  • 입력 2007년 3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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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은 슬픔의 씨앗 자녀마음 늘 살피세요

하루 15시간 이상 자면서 학교 가기도 귀찮아하는 여고 2학년생이 있었다. 어머니는 딸이 매사에 의욕이 없고 모든 것을 귀찮아 해 목욕도 자주 하지 않을 정도라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예전에는 반에서 1, 2등을 다투는 모범생이고 친구도 많았는데 어느새 정반대가 되었다. 생기가 없고 심지어 슬픈 표정으로 눈물까지 짓는 일이 흔하다는 것이었다. 난데없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해 어머니는 딸을 병원에 데리고 왔다.

누구나 우울한 느낌이 들 때가 있지만 이 학생처럼 심하지 않으며 오래 지속되지도 않는다.

어떤 이들은 이 학생보다 더 심하게 그리고 더 자주 우울감에 빠진다. 행동은 느리고 목소리에 기운이 없다. ‘나는 머저리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등의 말을 자주하고 짜증을 잘 낸다.

우울증은 주위 사람까지 우울하고 부정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당사자는 자연스레 외톨이가 된다. 허무감이나 죄책감, 분노의 감정이 심해져 자살할 생각을 하거나 죽음에 대해 몰두하게 만든다. 이런 현상은 10대에게도 마찬가지다.

우울한 청소년은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고 학업 성취도도 좋지 않다. 집중을 할 수 없으니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 무슨 일이 잘못되면 무조건 자기 탓으로 여긴다. 잘못한 일은 확대하고, 잘한 일은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부정적 사고는 가정환경에 의해 형성되거나 정도가 심해질 수 있다.

우울증이 심한 청소년들에게는 정신치료를 하고 항우울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그러나 약물치료 전에, 우울증을 일으킨 원인에 대해 청소년과 부모, 의사 간에 의사소통을 하는 게 중요하다. 부모는 약물치료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비롯하여 약물 사용의 여러 측면을 의사에게서 상세하게 들어야 한다. 새로 나온 항우울제는 이전의 약보다 훨씬 안전하며 부작용도 적다.

부모는 자녀의 심리상태를 늘 면밀히 살펴서 심각하다 싶으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자녀의 우울증을 방치하다 보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홍성도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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