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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 교수의 지도 읽어주는 여자]끝없는 이야기 ‘천일야화’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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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 교수의 지도 읽어주는 여자]끝없는 이야기 ‘천일야화’의 마법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입력 2018-07-09 03:00수정 2018-07-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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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아라비안나이트와 중동
천일야화에는 이슬람의 지리 정보와 지혜가 담겨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그랜드 모스크. 동아일보DB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
‘페르시아의 샤리아르 왕은 왕비와 흑인 노예의 불륜을 목격하고 분노했다. 매일 밤 처녀와 동침한 후 다음 날 죽이기를 3년. 한 여성이 왕과의 첫날밤을 자원한다.’

세계문학의 원조, ‘천일야화(千一夜話·아라비안나이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슬람 문화에서 영원을 상징하는 숫자인 ‘1001’일 동안 셰에라자드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진 왕은 그녀를 죽일 수 없었다. 세 아들을 낳고 왕비가 된 셰에라자드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이슬람 문학에서 드문 여성 화자로, 이상적인 여성을 상징한다. ‘책의 사람들’로 불렸던 중세 무슬림들은 정복지마다 모스크와 도서관부터 세웠다.

천일야화에는 역사적 인물과 실제 지명이 등장한다. 페르시아 제국의 화려한 도시 페르세폴리스·이스파한, 아라비아 반도의 메카·메디나와 함께 무역과 문화의 중심지 바그다드는 천일야화의 원형이 탄생한 곳이다. 12세기 몽골의 침략으로 이슬람 제국의 중심이 서쪽으로 이동하자 카이로·알렉산드리아·콘스탄티노플 등 지중해 연안 도시까지 무슬림 문화가 확산됐다. 부유한 카이로 무역상의 아들 알라딘이 바그다드로 떠나며 모험이 시작되고 신드바드는 무역선을 타고 인도·수마트라로 향한다. 권선징악적 이슬람 교리에 동서양을 융합한 소재와 이야기가 녹아들며 천일야화는 한층 풍성해졌다.

천일야화는 중세 암흑기에서 벗어나 쾌락의 세계에 눈뜨던 유럽을 매혹시켰다. 이탈리아 작가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영미문학의 효시로 꼽히는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에 영향을 끼쳤다. 18세기 초 프랑스 민중은 동양학자 앙투안 갈랑이 13년간 번역한 천일야화에 열광했다. 신비한 마법과 모험의 세계, 궁중의 권모술수, 사랑과 배신, 남녀의 적나라한 정사 장면까지 생생하게 표현한 아라비안나이트의 재미와 중독성은 현대 ‘막장 드라마’ 못지않았다.

천일야화의 생명력은 시공간을 초월한다. 16세기 세계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유행했던 카이로에서는 전문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천일야화가 큰 인기를 끌었다. 35개 언어에 능통한 중동지역 전문가인 영국인 탐험가 리처드 버턴의 번역본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읽는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신드바드의 모험’은 아동문학과 애니메이션의 단골 소재이고, 일본 가부키 극장 무대에도 올랐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움베르토 에코,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마르크 샤갈의 그림에도 소재로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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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여왕 시대, 천일야화는 영국인의 지리적 상상력을 자극했다. 19세기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들은 팬터마임, 오페라로 만든 천일야화를 보며 고단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었다. ‘알라딘’은 지금도 런던 웨스트엔드의 인기 뮤지컬이다. 마법 양탄자를 타고 날아다니는 알라딘과 자스민 공주는 사랑을 키우고, 램프의 요정 지니는 자유를 얻는다. 아라비안나이트의 매혹은 현재 진행형이다.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
#천일야화#아라비안나이트#페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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