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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고 나서]지혜도 길잃은 자 앞에선 빛바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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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고 나서]지혜도 길잃은 자 앞에선 빛바랠 뿐

입력 2004-06-11 17:24수정 2009-10-09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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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 시드니 민츠가 지적했듯이 인간이 무엇을 먹는다는 것은 결코 생물학적인 행동만이 아닙니다. 한 그릇의 음식에는 그것을 만들고 먹는 사람들의 과거의 역사가 담겨 있으며 현재의 먹는 기쁨과 미래의 먹고 싶은 욕망이 투영됩니다.

‘에도의 패스트푸드’(B1)에서는 쏟아지는 일거리를 쫓아다니느라 거리에 서서 메밀국수를 후루룩 마셔대는 18세기 에도 사람들의 역동적인 숨소리가 느껴집니다. 회 뜨는 칼질을 예술의 경지에 올려놓은 그 시대의 사치를 통해 새삼 먹는 일이란 육체적 배고픔과만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허기까지 달래는 일임을 느끼게 됩니다. 200여년 전 에도의 먹을거리 문화가 만두 하나 마음놓고 먹을 수 없는 21세기 한국의 식탁 풍경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도판이 풍성한 ‘콜럼버스 항해록’(B2)이나 소크라테스가 당대 철학자들과 먹고 마시고 떠들던 모습이 담긴 ‘고대 그리스의 일상생활’(B3)은 아련한 이미지로만 남아 있는 ‘역사’의 모습을 복원해 보여 줍니다.

한학(漢學)의 거장 모로하시 데쓰지는 ‘중국고전명언사전’(B5)을 펴내며 ‘명언이란 구절은 짧지만 그 의의는 깊은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하늘의 가르침이든, 백성의 소리든 귀담아들을 만한 말들은 결코 길지도 어렵지도 않습니다. 문제는 순자(荀子)의 말처럼 ‘길 잃은 자는 결코 길을 묻지 않는(迷者不問路)’ 데 있으니, 천하의 지혜가 길 잃은 자 앞에서는 빛바랠 뿐입니다.

책의 향기팀 b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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