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직기자의 식탐클럽]서울 부암동 '손만두'

  • 입력 2001년 8월 17일 18시 34분


◇화학조미료 안써 담백 격조높은 班家요리 자랑

서쪽 창문 사이로 인왕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질 녘이면 발그스름한 저녁놀이 아스라이 퍼진다. 서울에도 이런 고즈넉한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3층짜리 양옥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손만두 전문점. 이 곳의 이름은 단순 소박하게 그냥 ‘손만두’(02-379-2648)다. 주류를 제외하고는 만두와 관련된 10여가지 메뉴가 전부. 화학조미료는커녕 직접 장독에 담근 간장이 거의 유일한 맛내기 수단일 정도로 원재료의 맛을 충실히 살렸다.

요즘 보기 드문 ‘정통 서울 반가(班家) 요리’로 격조 있는 외국인 손님 접대에도 그만이다. 대대로 부암동 토박이인 이화여대 출신의 주인 박혜경씨는 한국 전통 염직에도 일가견이 있어 이 집 음식의 맛과 모양, 색에도 그 정취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시금치 당근 등 야채를 갈아 만든 즙으로 반죽해 초록색 노란색 분홍색 빛이 나는 떡만두(8000원), 담백한 국물 맛의 여운이 오래 가는 만두전골(2만8000∼4만원) 등이 인기메뉴. 경기 이천시에서 가져온 녹두로 만든 빈대떡(1만원)도 흐린 날씨에는 찾는 사람이 많다.

산사춘 복분자술 흑미주 등 각종 곡주 외에 앵두술 매실주 등 이 집에서 직접 담근 술도 인기. 얼음에 절인 시원한 앵두화채도 독특한 후식이다.

8∼1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온돌방이 6개 있어 친목모임을 갖기에 좋다. 나들이 삼아 나온 가족단위의 고객이 몰리기 때문에 주말에는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주차 가능.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