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거제도 여차마을 몽돌해안

  • 입력 2002년 5월 8일 18시 07분


여차마을 몽돌밭에는 모난 돌이 한 개도 없다.
여차마을 몽돌밭에는 모난 돌이 한 개도 없다.

마을까지 포장도로 나고 포구까지 자동차가 들어오기는 하나 그래도 이 곳은 오지다. 시내버스도 하루 한 차례 뿐이고 인터넷이 연결됐다고는 하나 통신라인에 연결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통영과 사이에 다리가 두 개나 놓여 육지나 다름없는 연륙도가 된 지도 오래. 덕분에 섬사람 성정속에 깊이 배인 고립과 외로움, 억척스럼은 사라지고 남을만도 한데.

▼섬 한켠에 꼬옥 박혀

그래도 본디 이 곳은 육지를 등진 바다 가운데 섬. 거기서도 이곳 여차마을(거제시 남부면 여차리)처럼 섬 한 켠에 꼬옥 박힌채 외지와 접촉이 쉽지 않은 갯가 사람들은 여지껏 바다만 쳐다보고 살아온지라 지금도 그들의 말과 행동에는 섬사람의 풋풋함이 남아 있는 듯 했다.

거제 섬에서도 거의 맨 아래, 땅끝 언저리. 포장도로는 예서 끝나고 비포장도로가 마을 뒤편 숲길을 지나 바다로 돌출한 마을 오른편 절벽위 높은 언덕을 기어 오른 뒤 그 너머 해안의 홍포를 지나 멀리서 14번 국도와 연결된다. 이렇듯 외진 탓에 자동차로 불과 10여분 거리의 학동은 해상농원 들어선 외도바람에 유명세를 탔지만 이 마을은 여지껏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도 홍포와 여차 두 마을 사이의 까마귀재에서 바라다 보는 기막힌 바다풍경은 입소문 난지 오래인 탓에 띄엄띄엄 외지 차량이 마을을 찾아온다.

거제도 남단의 몽돌해안. 뭍에서 온 여행자의 지칠줄 모르는 호기심을 채워주기에 모자람이 없는 명물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그 돌멩이 중에는 정말로 모난 놈이 하나도 없다. 작으나 크나 동골동골 매끈매끈 한 것이 꼭 우리 아이 세 살적 보드란 피부의 주먹 같았다.

저 바람에 시달리다 보면 이리 되고도 남을 것이려니…. 시도 때도 없이 해안으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세차고 거칠었다. 그 바람에 일어나는 파도는 더 말할 나위 없을 터.

까마귀재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몽돌해안을 걷다 보니 숲뒷편 언덕에 두 세가구가 어울린 ‘한개’라는 마을이 있었다. 계곡 사이로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팜트리(야자수) 몇그루를 심어둔 이 곳. 별장 지으면 안성맞춤일 전망좋은 곳이었다.

여차마을에서 시작된 비포장도로는 이 마을입구를 지나 까마귀재까지 이어졌다. 길 왼편은 까마득한 절벽. 그 아래로 한개 여차 두 마을과 그 앞 몽돌해변, 그리고 파도 쉼없이 밀어내는 파란 남해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해녀 “이따 오이소” 인사

몸이 날아갈 정도로 세찬 바람이 몰아치던 고개 마루. 정면으로 숨이 턱하고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남해의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졌다. 왼편에 대병도, 오른편에 매물도 소매물도. 소매물도 언덕의 작은 등대가 물안개에 가려 아스라이 보였다. 그 앞 작은 섬은 어유도. 사람 살지 않는 소병대도가 그 앞에 굳건히 포석하고 그 오른쪽 뒤편에 가왕도가 보였다.

마을로 돌아오는 길. 몽돌해안에서 이제 막 물질을 마쳤는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잠수복을 입은채 머리에 한 짐 얹고 걸어가는 해녀를 만났다. 미소지어 인사건네는 해녀(정형연씨·49)에게 많이 잡았냐고 인사치레를 했다. 그랬더니 ‘이따 오이소’하며 손가락으로 집을 가리켰다. 마을 한가운데 민박을 겸한 2층집 ‘여차회집’(055-633-1332)이었다.

▼피서철엔 텐트로 덮여

안그래도 차고 끈끈한 바닷바람 맞은 뒤에 소주 한잔이 간절하던 참인데. 따끈한 이 집 안방에 상펴고 막 삶은 고동의 속내를 이쑤시개로 빼먹는 맛. 갯가에서나 맛보는 호강이었다. 바깥주인(김용득씨·54)에게 소주잔을 건네며섬마을 이야기를 청했다. 부부는 여차마을 토박이. 돌미역은 해저 3∼4m에서 자라는 자연산으로 근방의 섬과 해안에서 거두는데 바위틈의 수초를 쳐내 주어야만 거기서 자란단다. 그래서 12월이면 온 주민이 바다로 나가 추위속에 작업한다고 했다. 돌미역 수확철은 지금부터. 마을앞 몽돌밭이 널어 말리는 돌미역으로 시커멓게 뒤덮일 날도 머지 않았단다.

오지라해도 한여름에는 피서객들로 몸살을 앓는다고 했다. 몽돌해변이 몽땅 텐트로 덮이는 터라 주민들 낚싯배까지도 피난을 간단다. 그러나 그날 마을은 그리도 한가할 수가 없었다. 파도소리 들으며 든 잠, 역시 파도소리 들으며 깼다. 아침이 밤과 다른 점이라면 새소리가 있다는 것. 청아한 새 울음소리가 파도소리와 겹쳐 음악처럼 들려왔다. 그 후렴으로 몽돌 구르는 소리는 여전했고….

거제〓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식후경…해물돌솥밥 갈치장조림

바닷바람에 실려온 비릿한 갯내음이 도시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냄새를 확 몰아낸다. 그 산뜻함 뒤에 살아나는 미각. 두리번 두리번 상큼한 바다의 맛을 찾아 항구주변을 어슬렁거린다.

거제 장승포의 신매립지 골목안에서 찾은 갈치구이 장조림 전문 ‘미락’(신현읍·055-636-6980). 깔끔한 식당 내부만큼 음식맛도 깔끔했다. 메뉴는 장수해물돌솥밥(8000원) 갈치조림(대 2만, 소 1만5000원) 구이정식(갈치 삼치·각 9000원) 뿐. ‘소수정예’에 적당한 가격까지 마음에 쏙든다.

앉자 마자 뜨거운 불판에 놓인 호박전이 나왔다.

갈치구이는 두 토막이 1인분. 제철이 아니어서 냉동을 쓴다 했지만 그래도 싱싱한 편이다. 간장을 얹어 낸다. 갈치 조림은 간장에 고추장을 듬뿍 넣고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걸쭉한 장을 끼얹어 끓여내는데 ‘짜고 맵고’의경상도 음식맛이 온전히 살아있다. 그러나 조림상의 백미는 상추 다시마 등 신선한 야채. 짭잘한 생선조림은 쌈밥에 얹는 먹어야 제 맛 난다는 경상도식 입맛을 그대로 살린 식단이다.

마지막 해물돌솥밥. 검은 콩 넣어 지은 밥 위에 채썬 대추 밤이 실백, 은행 새우 오징어채가 고명으로 놓인다. 여기에 가늘게 썬 푸른 금강초와 노란 배추속 실채를 얹고 간장(혹은 고추장)뿌려 비빈다. 구수한 누룽지는 덤이다.

매달 첫 일요일은 쉰다.

영업은 오전 11시반부터. 고현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 신매립지의 바닷가 도로 한블록 안쪽의 골목안. 14번국도(거제대교→옥포)이용시 고현버스터미널∼다리∼육교(U턴)∼다리(건너기 직전 우회전)∼‘어가’식당에서 우회전.

◇함께 떠나요

코스는 ‘여차마을∼몽돌해변∼해안트레킹(까마귀재)∼해금강(유람선일주)∼외도해상농원’. 승우여행사(www.swtour.co.kr) 02-720-8311.

△무박2일(6만3000원)〓11, 18, 25일 출발. △1박2일(9만8000원)〓17, 25일 출발. 해물돌솥밥, 갈치구이&조림(전문식당 미락) 시식, 비치파크호텔 숙박.

◇여행정보

▽찾아가기〓대전·통영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거제도(장승포)가 4시간대(396㎞)에 진입했다. △손수운전 ①거제시〓대전∼대전·통영고속도로∼진주분기점/3번국도∼사천/33번국도∼고성/14번국도∼통영∼거제대교. ②여차마을〓거제대교∼1018번 지방도(남행)∼동부면∼남부면∼저구∼다포∼여차마을. ③해안도로(비포장 일부·길이 13㎞)〓다대·다포∼여차∼한개∼홍포∼대포∼근포∼명사∼저구∼다대·다포(1018번 지방도+14번 국도). △대중교통 ①서울↔거제(고현 시외버스터미널) ②고현↔여차(하루 1회 운행)〓고현(터미널)→여차/오전 10시45분 출발, 여차→고현/오후 12시반 출발. 1시간 20분 내외 소요. 700원. ▽숙박(지역번호 055)〓섬내에 새로 지은 펜션 콘도식 민박이 많다. 보통 3만원 내외. △여차마을 ①정원(633-4731)〓신축 3층, 샤워실 딸린 전망좋은 방. ②여차회집(633-1332)〓해녀 아줌마와 낚싯배 아저씨(토박이부부)의 횟집 2층, 방 4개. △문화관광농원(633-5955)〓거제만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동부면 노송리 산중턱의 유자과수원의 초원에 자리잡은 유럽풍 전원형 펜션리조트. 6만원부터. ▽해금강&외도〓유람선 선착장은 6곳(해금강 도장포 학동 와현 구조라 장승포).가격은 해금강유람선(2시간 20분 투어)의 경우 1만8300원(승선료 1만2000원, 국립공원입장료 1300원, 외도입장료 5000원). 수시 출항. 하루전 출항 가능여부 확인. 055-633-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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