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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한 김성근 “프런트가 육성까지 맡는 건 명백한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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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한 김성근 “프런트가 육성까지 맡는 건 명백한 간섭”

강홍구 기자 입력 2017-02-23 03:00수정 2018-11-0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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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축소 움직임에 불편한 심기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만난 한화 김성근 감독. 올해로 3년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은 김 감독은 한화에서의 생활에 대해 “감독을 하면서 가장 소프트 했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최근 불거진 팬들의 퇴진 요구에 대해 김 감독은 “팬들은 얼마든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 제공
김성근 한화 감독(75)은 요즘 벼랑 끝에 섰다.

2015시즌을 앞두고 바닥에 떨어진 한화의 성적을 책임질 보증수표로 영입됐지만 팀은 2년 연속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도리어 투수 혹사와 부상 병동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그동안 쌓아올린 김 감독의 야구철학에 대한 신뢰가 밑바닥부터 흔들렸다.

계약 기간 3년 가운데 3분의 2를 보낸 김 감독에게 이번 시즌은 더욱 혹독한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다. 한화 구단이 프런트에 힘을 실어주면서 상대적으로 김 감독의 역할은 축소되는 모양새다. 한화는 LG 감독, NC 육성이사 등을 지냈던 야구 선수 출신 박종훈 단장(58)을 새로 선임하며 업무 구분을 강조하고 나섰다. 사실상 팀 운영의 전권을 휘둘렀다는 평가를 듣던 김 감독의 팔다리를 묶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자신을 둘러싼 이 같은 기류 변화에 대해 김 감독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20일 한화가 스프링캠프를 차린 일본 오키나와에서 김 감독을 만났을 때였다. 김 감독은 “(선수 출신 단장 선임은) 환영할 일이며 너무 늦게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면서도 “우리나라가 너무 흐름에 민감하다. 남이 하니까 하고, 미국이 하니까 따라 하는 식이 돼선 안 된다. 변화란 쉽게 오는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미국식) 프런트 야구를 하려면 그 바닥의 사고방식이나 사상 등 모든 것을 갖춰 놓은 상황에서 움직여야 한다. 더 깊은 곳, 더 높은 곳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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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펜을 꺼내들어 메모까지 해가며 선수 육성의 역할은 감독을 비롯한 현장에 맡겨야 한다고도 했다. “프런트 역할은 육성이 아니라 보강이다. 프런트가 육성을 맡겠다는 건 영역 침범이자 간섭이다.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선 업적을 세운 다음에 해야지 그저 현장 간섭을 프런트 야구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룬 두산은 프런트 야구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프런트 야구가 높게 평가되는 데 대해서 김 감독은 왼손 주먹으로 테이블까지 쳐가며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두산이 프런트 야구에 성공한 건 맞지만, 그 밖의 많은 구단이 프런트 야구를 시도했다 실패하지 않았나. 반대로 프런트 야구를 하지 않고도 성공한 구단에 대해선 또 어떻게 설명할 건가.”

지도자 인생의 최대 위기에 몰린 김 감독은 결국 자신의 능력을 성적으로 보여주는 것 말고는 다른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우선은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를 가을잔치에 올려놓는 게 당면 과제다.

김 감독은 구체적인 순위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몇 위를 하겠다는 말보다는 팀에 ‘우리는 하나’라는 정신을 남겨 놓고 싶다. 각자가 할 것을 하고 거기에 대한 의무와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팀을 남기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부상 투수들이 복귀하고 주전과 백업 선수의 기량 차를 좁히는 게 관건이다. 아킬레스건인 오른손 외야수와 포수도 보강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이맘때쯤 김 감독은 어떤 자리에 있을까.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그는 단호했다. “나는 어디서든 죽을 때까지 야구장에 있을 것이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김 감독은 갑자기 “춤추는 사람이 춤을 춰야지, 무대도 옮기고 춤도 추지 말라고 하고는 도리어 자기네들이 춤을 추고 있다”고 했다. 자신을 향한 이런저런 제약에 불만을 드러낸 뼈 있는 발언이었다.

김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한 장소는 고친다(東風平) 구장이었다. 봄바람이 부는 곳이라는 의미였지만 이날 차가운 비바람이 불어 훈련을 중단할 정도였다. 한화를 고치기 위한 마지막 시즌을 시작한 70대 노감독의 마음에도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오키나와=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화 이글스#김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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