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문화&사람]<36>보나장신구박물관 김명희 관장

  • 입력 2008년 7월 28일 02시 58분


김명희 보나장신구박물관장이 박물관 3층에 전시된 우리나라 전통 베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관장은 40여 년간 우리 전통 장신구 1만여 점을 모아 2006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박물관을 열었다. 김경제  기자
김명희 보나장신구박물관장이 박물관 3층에 전시된 우리나라 전통 베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관장은 40여 년간 우리 전통 장신구 1만여 점을 모아 2006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박물관을 열었다. 김경제 기자
선조들 장신구에 흠뻑 빠져‘생활의 美’ 세상에 알리고파

자수베개… 노리개… 40년 모으다보니 1만점

남편 사별후 우울증 박물관 만들며 이겨내

“우울할 때면 박물관 3층에 올라가서 빛깔 고운 베개들을 한번 봐요. 한 땀 한 땀 정성들인 바느질이며 맑은 색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다시금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죠.”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장신구 박물관을 운영 중인 김명희(60) 관장은 우리 조상들의 유물과 사랑에 빠진 인물이다. 박물관에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고운 비녀가 떠오르면 다시 박물관으로 발길을 되돌릴 정도다.

‘보나(寶娜·아름다운 보배)장신구박물관’은 규모는 작지만 소장품 하나하나에 김 관장의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노리개의 아름다움 알릴 거예요”

“인사동에서 발품을 팔아 가락지라도 10만 원에 구해 오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렀어요. 이곳저곳을 다니다 남편 저녁 챙겨줄 시간에 맞춰 허둥지둥 들어오는 일이 부지기수였죠.”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금은방을 다니며 장신구에 대한 안목을 키운 김 관장이 본격적으로 장신구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결혼 이후다.

김 관장의 남편은 장신구와 사랑에 빠진 그를 타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편도 점점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든든한 조력자이자 후원자이던 남편은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김 관장은 우울증에 빠져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가족을 좀 더 챙겨야 했는데 내가 유물들을 모은다고 소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장신구들도 조각천도 다 보기가 싫었죠.”

우울증에 빠져 있는 그녀를 일으켜 세운 건 2002년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한 특별전이다.

“특별전에 2점을 빌려줬는데 전시회에 가보고 나니까 지금까지 모은 물건들을 이렇게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봐야겠구나 싶더라고요.”

김 관장은 40여 년간 모아온 우리 전통 장신구 등 유물 1만여 점을 가지고 2003년 한 한옥에 전시를 시작했고 2006년 지금의 박물관을 열었다.

대한민국에서 사립 박물관을 운영한다는 건 결코 만만치 않은 일. 박물관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 하나 걸기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알음알음 박물관이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고 있음에 힘을 낸다. 일본 잡지에 4번 정도 소개가 되면서 일본 관광객들도 종종 박물관을 찾고 있다.

그의 목표는 도쿄의 ‘일본 민예관’처럼 생활의 풍경을 보여주는 박물관을 만들어 우리 선조들의 미적 감각을 알리는 것.

○입소문으로 日관광객들 발길

보나장신구박물관은 인사동 거리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이나 1호선 종각역에서 가깝다.

조선시대의 노리개를 비롯해 자수 보자기 목기 단추 유리구슬 보자기 등 화려한 장신구들이 3개 층 전시실에 꽉 들어차 있다.

남는 천을 활용했음에도 단아한 미를 보여 주는 조각보와 갖가지 고운 색의 전통 자수 베개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요즘은 ‘옛 여인의 머리단장’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부녀자들의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머리를 마무리하던 비녀와 처녀들의 댕기, 가르마를 타던 빗치개 등 우리 옛 여인네들의 섬세한 머리 장신구를 살펴볼 수 있다. 특별전은 9월 7일까지 계속된다. 김 관장은 베이징 올림픽을 맞아 10월쯤에는 해외에서 수집한 중국 장신구를 전시할 계획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