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기업,기업인]부천테크노파크 정밀기기연구센터

  • 입력 2002년 2월 5일 00시 51분


“업체 사람들과 함께 땀 흘리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릅니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 약대동 부천테크노파크 정밀기기연구센터 임태빈(전기공학박사·46) 수석연구원은 요즘 동료 연구원의 얼굴 보기가 힘들다.

8200여평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의 아파트형 공장 203동에 함께 입주한 35개 업체뿐만 아니라 다른 5개동 입주 업체들로부터도 연일 ‘SOS’ 요청이 쏟아져 들어와 일이 밀리기 때문.

소형정밀모터 분야 전문센터이지만 전기·전자에서부터 가정·의료용 로봇에 이르기까지 센터와 관련된 업체가 200여 개에 달한다.

제품 생산에 관한 기술지도는 물론 장비 사용, 사업계획 자문 등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도 다양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후 6시인 정규 퇴근 시간에 맞춰 일손을 놓는 연구원은 거의 없다.

주말에도 업체의 급한 연락을 받으면 두 말 없이 연구소로 달려간다.

“보통 밤 10시가 넘어서야 퇴근합니다. 연구원 11명은 아예 인천이나 부천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임박사 자신도 99년 창업한 ㈜모터넷 대표(부천 테크노파크 203동)를 겸임하느라 지난해 센터장(長) 직을 후배에게 물려줬을 정도로 여유가 없다.

예전보다 배 이상 바빠졌지만 모두들 시간에 쫓기는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하다.

원래 정밀기기연구센터는 전자부품연구원 본원(경기 평택)에 있었지만 2000년 10월 부천테크노파크 1·2단지가 완공되자 지난해 7월 이 곳으로 옮겨왔다.

이 센터 외에도 한국센서연구조합, 한국계측기연구조합 등 민간 연구기관 2곳이 비슷한 시기에 이곳에 입주했다. 특히 부천테크노파크가 활성화한데는 이들 민간 연구기관의 역할이 컸다.

부천지역 9000여개 중소업체 가운데 50% 이상이 소형정밀모터, 센서, 계측기기 분야 업체지만 그동안 마땅한 구심점이 없었다. 그러다 부천시가 첨단지식산업의 메카를 지향하며 테크노파크 부지를 제공하자 이들 기관을 중심으로 285개 업체가 기다렸다는 듯 입주했다. 입주업체들은 이들 연구기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정밀기기연구센터에만 13명의 석·박사 연구원과 60억원 상당의 각종 시험 기기와 장비를 갖추고 있어 입주업체들이 이를 무료로 활용, 신기술개발 등에 드는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

더구나 업체별로 모여 있다 보니 정보 공유, 부품 공동 구입, 공동 마케팅이 가능한 것도 큰 장점이다. 연구기관들도 첨단 프로젝트 수행과 함께 이론과 실제를 겸비할 수 있어 좋다.

임박사는 “연구기관과 개별 업체는 공생 관계”라며 “불경기라고 하지만 업체마다 신제품 개발 열기가 후끈한 걸 보면 덩달아 신이 난다”고 말했다.

박승철 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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