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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평생 돈만 만져온 트럼프의 국정운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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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평생 돈만 만져온 트럼프의 국정운영은?

이유종기자 입력 2017-01-17 13:43수정 2017-03-1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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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종 기자


뉴욕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20일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다. 그는 공직 경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미 대통령들은 대부분 부통령, 주지사, 연방 상·하 의원 등 다양한 공직 경험을 거친 뒤 권좌에 오른다. 이런 과정에서 공직 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국정운영 감각을 익힌다. 석유회사, 미 프로야구단 텍사스레인저스를 경영한 기업인 출신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6년 동안 주 방위군에서 복무했고 제46대 텍사스 주지사도 지냈다.

이유종 기자
칠십 평생 돈만 만져온 트럼프는 '행정부도 기업처럼 운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내각을 '포춘 500대 기업' 이사회처럼 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치 기업처럼 각료들에게 과제를 부과하고 성과를 내지 않는다면 책임을 묻는 국정 운영 스타일을 보일 것이라는 얘기다. 시드 밀러 텍사스 주(州) 농무장관은 "트럼프는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인재를 뽑았고 그들에게 모든 것을 일임했다"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용인술(用人術)이 미국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트럼프 내각에는 성과에 민감한 기업인 출신이 절대적으로 많다. 국무 재무 상무 노동 등 주요 장관 내정자들은 대부분 기업,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트럼프 내각에서 대통령, 부통령, 주요장관 내정자들의 기업 근무 경력을 더해봤더니 무려 83년에 달했다. 반면 공직 경력은 55년에 불과했다. 오바마 내각은 기업 5년, 공직 117년이었고 클린턴 내각은 기업 22년, 공직 101년이었다. 같은 기업인 출신 조지 W 부시의 내각도 기업경력 72년, 공직 80년으로 근소한 차이라도 장관들의 공직 경력이 민간 경력 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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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장관들의 부족한 공직 경험을 보완할 묘책을 찾고 있다. 트럼프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라인스 프리버스와 백악관 수석전략가 내정자인 스티브 배넌,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최측근들은 공직 경험이 풍부한 부장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장관들이 기업인 출신들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공직에 대한 전문성을 보완해줄 인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큰 그림을 그리고 실행방법과 세부사항은 남겨두는 '여백의 미'를 보이는 업무 스타일을 갖고 있다. 각료들에게 업무 방향성 등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어려운 과제를 종종 던져 업무능력을 시험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비교할 때 크게 다른 대목이다. 오바마는 임기 초기 강력한 내각을 추구했다. 하지만 결국 백악관의 보좌진 중심으로 국정을 논했고 장관들은 주변으로 밀려났다. 오바마의 장관들은 자신들이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불평했다.

트럼프는 장관들에게 재량권을 부여하는 대신 빠른 성과를 요구한다. 트럼프 측근들은 "만약 성과가 없다면 트럼프는 참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집권 6개월 이내에 장관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를 원한다. 여기에 장관들이 부처를 크게 흔들기를 바란다. 과거 방식대로 일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당장 취임한 뒤 30일 이내에 많은 것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 공무원, 민주당, 일부 온건파 공화당원들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트럼프가 업무 적임자라고 판단한 사람은 오랫동안 신뢰하며 그의 조언을 믿고 따라왔다. 현명하고 노련한 관록의 CEO가 분야 전문가의 판단을 중용하고 이들의 조언에 따라 최종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식과 같다. 트럼프는 지난달 초 국무장관 후보가 마땅치 않아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우연히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을 만났다. 게이츠는 국무장관에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CEO를 추천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도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을 만나 틸러슨을 추천했다. 틸러슨은 트럼프와 친분이 있었던 게 아니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게이츠와 펜스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였고 틸러슨을 두 시간 면담한 뒤 "다른 후보들과는 수준이 다르다"고 평가하고 국무장관에 낙점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할까. 그는 매일 자잘하게 보고하거나 어떤 이슈에 대해 장황하게 긴 설명을 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대형 국정 이슈, 대중 인기, 대통령 브랜드 관리 등 큰 그림에 초점을 맞출 듯 하다. 그를 대신해 부처 업무를 조율하는 정부의 컨트롤타워는 최측근 참모들이 대신할 것이다. 펜스 부통령 당선인, 프리버스 비서실장 내정자 등이 내각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1월 당선인 신분으로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정치의 기본은 인사(人事)이고, 인사는 만사(萬事)"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선을 비선에 맡기고 즉흥적으로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는 망사(亡事)가 됐다. 트럼프의 용인술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까.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는 참모들의 압박에 떠밀려 결정하는 것을 싫어했다. 장관 후보 이름이 외부에 노출되고 참모들이 특정 후보를 편들자 환멸을 느끼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겉보기와 달리 차분하게 인재 발탁의 촉(觸)을 십분 활용한다면 안팎의 우려와 달리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다.


이유종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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