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은 지금]美국방부, 백악관에 ‘오바마 경례사진’ 항의한 까닭은

  • Array
  • 입력 2011년 8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 탈레반의 로켓포 공격을 받아 숨진 미군 30명의 유해 귀환식 장면을 촬영해 공개한 미국 백악관이 국방부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문제의 사진은 9일 시신을 싣고 미 델라웨어 도버 공군기지에 도착한 수송기 C-17을 향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 등이 거수경례를 하는 장면이다. 이 사진은 오바마 대통령을 수행한 백악관 전속 사진사가 촬영했다.

그러자 미 국방부가 촬영 불가 방침을 어기고 백악관이 사진을 찍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전몰장병 귀환식 사진을 찍을 때는 유족들의 사전 허락을 받도록 하고 있다. 고인의 유해가 담긴 관 등을 촬영할 경우 유족들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날도 국방부는 30명의 전사 장병 유족들에게 일일이 의사를 확인했고 절반이 넘는 전사자 19명의 유족들이 촬영에 반대하자 언론에 촬영 불가 방침을 내렸다. 국방부는 전몰장병 귀환식 사진 촬영을 전면 금지하다 2009년부터 가족의 허락을 받은 경우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국방부의 항의에 대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관이 사진에 노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썼다”며 “미국 국민들이 엄숙하고 역사적인 사건을 기억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어 공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국은 전몰장병 귀환식에 철저하고 꼼꼼하게 최고의 예우를 갖춘다. 대통령은 만사를 제치고 달려가 몇 시간씩 자리를 지킨다.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의 장면을 대통령전속 사진사가 촬영하는 것은 사실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는 일이다. 더구나 백악관 사진사는 전몰장병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관이 사진에 나오지 않게 나름대로 세심히 신경을 썼다. 그럼에도 국방부가 최고 권부인 백악관을 향해 호된 비판을 퍼붓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이것이 미국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미국이 전몰장병 귀환식을 ‘고결한 운송식(dignified transfer)’이라고 부르는지도 실감할 수 있었다.

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