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장기기증본부 1000번째 시신 기증자 조영주 할머니

  • 입력 2006년 1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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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1000번째 시신 기증자로 등록된 조영주 할머니의 영정을 13일 손자 박지명 씨가 옮기고 있다. 조 씨의 시신은 박 씨가 졸업한 중앙대 의대에서 해부학 실습에 쓰인다. 연합뉴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1000번째 시신 기증자로 등록된 조영주 할머니의 영정을 13일 손자 박지명 씨가 옮기고 있다. 조 씨의 시신은 박 씨가 졸업한 중앙대 의대에서 해부학 실습에 쓰인다. 연합뉴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가 1991년 문을 연 지 15년 만에 1000번째 시신 기증자가 나왔다.

운동본부에 따르면 12일 오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조영주(94·여) 할머니의 시신이 손자 박지명(35·의사) 씨가 졸업한 중앙대 의대에 해부학 실습용으로 기증됐다.

고인은 1995년 12월 14일 남편 고 박영길 씨, 아들 병식(66·목사) 씨, 며느리 김정희(56) 씨, 손자 성훈(32) 씨와 함께 시신 기증을 약속했다. 지명 씨도 2000년 기증 운동에 동참했다.

고인은 남편 박 씨가 2000년 7월 87세를 일기로 숨지자 약속대로 손자 지명 씨가 다니던 중앙대 의대에 시신을 기증했다. 자신도 남편의 뒤를 따라 중앙대에 시신을 기증하도록 얘기해 놓았다.

아들 병식 씨는 “부모님 모두 운동본부 설립자의 설교를 들은 뒤 시신을 기증하자고 말씀하셨다”며 “두 분이 장기 기증에 선뜻 나서 가족이 함께 서약했다”고 말했다.

병식 씨는 “의대생이 해부학 실습을 통해 환자를 고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손자 성훈 씨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은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사랑을 실천하셨다. 처음 할아버지 시신을 기증했을 때는 다른 사람이 시신에 손을 댄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지만 고인의 뜻을 알기에 할머니는 담담하게 보내 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유족은 소박한 마음으로 정직하게 살라는 고인의 유언을 가슴에 새기고 대대로 시신 기증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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