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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1t 트럭에 1만 t 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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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1t 트럭에 1만 t 의 희망

동아일보입력 2013-04-10 03:00수정 2013-08-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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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기프트카 캠페인의 3월의 주인공인 안유수 씨는 자신이 고안한 깻잎 떡볶이 브랜드 ‘깨생이’를 알리기 위해 스스로를 ‘깨생이 아저씨’라고 소개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어쩌죠. 오늘 비 때문에 장사 시작이 늦었네요. 아직 떡볶이 간이 다 배지 않아서요. 좀 이따 오세요.” 2일 오후 3시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 주차장 담벼락 옆. 스낵카를 주차한 안유수 씨(51)는 영업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내리는 봄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 국물을 보고 사람들이 하나둘 찾았지만 안 씨는 손님들을 돌려보냈다. 일부 손님이 “겉보기엔 얼추 다 됐는데 그냥 파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자 안 씨는 “제대로 된 것만 팔아야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

○ 벤처사업가에서 일용직으로

현대자동차의 1t 트럭 ‘포터’를 개조한 안 씨의 스낵카 한쪽에는 ‘희망드림 기프트카’라는 로고가 붙어 있다. 안 씨는 지난달 현대차가 소외계층의 소자본 창업을 돕는 사회공헌사업 ‘기프트카 캠페인’의 수혜자로 선정한 5명 가운데 한 명이다.

한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원목을 덧댄 천장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단 안 씨의 스낵카는 깔끔한 프랜차이즈 분식가게를 연상시켰다. 대표 메뉴는 깻잎과 검은 깨를 넣어 만든 떡볶이다. 고추장 대신에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안 씨의 떡볶이는 깻잎의 고유한 향과 어울려 칼칼한 맛을 낸다. 안 씨는 “혀끝을 자극하는 청양고추를 넣어 인공감미료를 넣은 떡볶이와 차별화했다”며 “블로거들 사이에서 ‘강남스타일 떡볶이’로 벌써 입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스낵카에는 자신이 만든 브랜드명 ‘깨생이’가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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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자신만의 떡볶이 개론을 소개하던 안 씨는 노점상 경력 4년차의 자칭 ‘길 위의 초보 요리사’다. 그는 사실 10년 전만 해도 전도유망한 벤처사업가였다. 지금 안 씨가 스낵카를 운영하는 골목 인근에는 그가 운영하던 벤처회사 사무실이 있다.

명문 사립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에서 광고기획자(AE)로 일하던 안 씨는 1999년 벤처 붐을 타고 회사 후배들과 3차원(3D) 스티커 기계로 창업에 도전했으나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2004년 사업을 접었다. KAIST와 공동 개발하던 프로젝트를 위해 끌어다 쓴 대출금은 연체이자까지 붙어 10억 원으로 불어났다. 월급 압류로 재취업도 불가능했다.

유복자로 귀하게 키운 아들의 실패에 충격을 받은 안 씨의 어머니는 뇌병변 장애를 얻었다. 담담히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던 안 씨는 병상에서 힘들어하는 어머니가 생각난 듯 잠시 목이 멨다.

○ 1t 트럭은 안 씨의 희망을 싣고

안 씨는 그 이후 대리운전, 노점상 등으로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했다. 대학 동기나 회사 동료들과는 연락도 끊었다. ‘실패자’라는 주홍글씨를 새기며 점점 더 스스로를 옥죄었다.

절망만 남은 줄 알았던 2005년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어머니 간병을 위해 자주 가던 마트에서 선식가게를 운영하는 아내의 선한 눈매를 보고 있노라면 안 씨의 어깨를 짓누르던 세상의 짐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7번의 프러포즈 끝에 아내는 “하루 3갑씩 피우는 담배를 끊으면 결혼하겠다”며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아내는 두 차례의 유산 끝에 2007년 큰딸 린(6)을 낳았다.

안 씨는 지난해 가을 둘째를 갖고 임신중독증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떡볶이 대신 시간을 덜 뺏기는 붕어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철 가격이 오르자 집 앞에 세워 둔 붕어빵 기계를 밤사이 누군가가 훔쳐갔다. 그 즈음 안 씨는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쳐 공사장 인부로 일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됐다.

안 씨 가족의 사정을 접한 송파구청 사회복지사가 현대차 기프트카 캠페인에 응모해 보라고 권했다. 안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의 보조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족을 위해 다시 일어서고 싶었다. 1800만 원 상당의 트럭은 재산으로 인정돼 차상위계층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씨는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나오겠다고 다짐했다.

기프트카 2차 면접을 보던 1월 31일 새벽 그는 둘째 딸을 얻었다. 안 씨는 “면접장에 들어가서 면접관들에게 ‘지금 딸을 낳고 왔다. 꼭 뽑아달라’고 목청을 높였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안 씨 특유의 성실함과 자립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트럭 외에도 500만 원의 창업자금과 안 씨의 떡볶이를 브랜드화하는 창업 멘토링도 지원했다. 안 씨는 광고기획자로 일하던 경험을 살려 자신의 깻잎 떡볶이를 길거리 음식 프랜차이즈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현대차 관계자는 “안 씨처럼 자립 의지를 가진 소외계층의 재기를 돕기 위해 올해부터 기프트카 지원 규모를 기존 30대에서 50대로 늘리고 현대차 미소금융재단과 연계한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기프트카#벤처사업#깨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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