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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토종 中企 로만손의 ‘럭셔리’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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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토종 中企 로만손의 ‘럭셔리’ 실험

동아일보입력 2013-07-01 03:00수정 2013-07-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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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품은 시계, 향기 품은 시간
로만손은 신규 영역에서는 최고급 향수를, 기업의 뿌리인 시계 부문에서는 프리미엄 모델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각각 향수와 시계 부문 혁신을 책임지고 있는 황의건 제이에스티나 이사(왼쪽 사진)과 김병두 로만손 시계디자인팀장.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6월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제이에스티나 향수·화장품사업부 황의건 이사의 사무실은 향기로운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말론, 바이레도, 세르주 뤼탕스 등 최고급 향수들과 고급 향차, 심지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까지….

황 이사는 “국내 뷰티 브랜드의 제품은 다른 품질에 비해 향의 질이 좀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며 “최근 2년 동안 개성이 넘치면서도 고급스러운 향을 만드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가 주도하는 향수 프로젝트는 중소기업인 로만손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상징한다. 1988년 시계 사업을 시작해 ‘국민 시계’ 업체로 자리매김한 로만손은 10년 전 액세서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를 론칭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로만손 설립 25주년, 제이에스티나 설립 10주년을 맞는 올해 로만손이 내세운 화두는 ‘럭셔리’다.


‘럭셔리’는 로만손의 모태인 시계 부문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고가의 고급 모델을 내놓으며 시장에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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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사업 영역인 향수와 전통적 영역인 시계 부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토종 기업 로만손의 혁신 작업을 들여다봤다.

○ 향기를 통한 궁극의 럭셔리

아트락스 레이
약 10년간 외부에서 제이에스티나의 홍보·마케팅 업무를 하다 지난해 9월 아예 로만손에 합류한 황 이사는 올해 9월 향수 론칭을 앞두고 프랑스행 비행기를 자주 탄다. 향을 만드는 것부터 패키지 디자인과 프린팅에 이르기까지 향수 제작의 핵심 영역들을 모두 프랑스의 유명 업체들에 의뢰했기 때문이다.

“패키지 디자인은 에르메스와 딥티크 향수를 만드는 업체에, 패키지 프린트는 샤넬과 이브생로랑을 만드는 업체에 의뢰했어요. 향수의 핵심인 조향 작업은 업계 1위 업체인 퍼미니시와 함께 했습니다.”

향수 이름인 ‘주(je)’는 운명처럼 정해졌다. 향수 사업을 준비하던 황 이사가 지난해 11월 김기석 로만손 사장과 함께 홍콩에 출장 갔을 때 꾼 꿈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황 이사는 “꿈속에서 영어로 쓰인 브랜드명 ‘제이에스티나’가 보라색 안개 속에서 점점 크게 다가왔다가 이니셜인 ‘J’와 ‘E’만 남기고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된 ‘JE’는 이니셜을 조합했다는 의미도 있고, 프랑스어로 ‘나’라는 뜻의 1인칭 대명사이기도 하다.

총 2년간 준비한 끝에 4가지 라인에 라인별로 2개씩, 총 8개의 향수가 완성됐다. 특히 타깃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전 설문조사 결과 가장 인기가 높았던 ‘마이 보이프렌드 재킷’은 황 이사가 프랑스 조향사들에게 지드래곤의 뮤직 비디오를 보내주며 영감을 받을 것을 주문한 끝에 탄생했다. ‘주 바이 제이에스티나’는 향후 케이팝(K-pop·한국 대중가요) 스타들의 인지도를 활용한 향수도 선보일 예정이다. 향수 관련 사업에서 쌓은 노하우는 앞으로 진행할 화장품 사업에 적용할 예정이다.

황 이사는 “프랑스 업체 관계자들이 최고급 ‘부티크 향수’를 직접 만들려는 아시아 기업은 로만손이 처음이라고 했다”고 전하며 “아시아 최초를 넘어 글로벌 최고가 되기 위해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 전통에서 혁신으로

로만손이 2011년 스위스 바젤의 시계박람회 바젤월드에서 첫선을 보인 ‘아트락스 오리지널’은 중저가 시계 이미지를 벗고 프리미엄 시계 브랜드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시도였다. 비싼 모델이랬자 40만∼50만 원대였던 기존의 시계보다 훨씬 비싼 99만5000원에 선보이는 만큼 가격 저항력이 클 것이라는 회의론이 많았다.

디자인도 도전적이었다. 독거미의 발이 시계 뒤편에서 바젤을 움켜잡은 듯한 과감한 디자인이라 기존의 점잖은 고객들이 외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 “아시아 최초 넘어 글로벌 최고로” ▼

김병두 로만손 시계디자인팀장은 “스위스의 전통적인 시계 업체들이 득세하는 고급 시계 업계에서 승부를 펼치려면 파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사표라도 쓸 각오로 과감하게 시도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사실 고급 시계 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휴대전화의 등장으로 시계를 차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예물 시장에서도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정통 시계 브랜드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 시계 시장을 떠난 장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시계 시장을 잠식한 휴대전화 업체로 흘러들어 갔다. 2002년 350억 원대였던 로만손 시계사업부의 매출은 2009년 241억 원대로 급감했다.

고급 시계를 만들기 위해 ‘아트락스 오리지널’은 무브먼트를 비롯한 핵심 부품을 모두 스위스제로 썼다. 제작도 스위스 현지에서 진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1년 8월 처음 출시된 ‘아트락스 오리지널’ 시계는 3개월 만에 1차 생산 물량이 모두 판매됐다. 큰 기대를 안 하고 여차하면 ‘얼굴마담’ 정도로 쓰려던 제품이 로만손 전체 모델 가운데 매출액 기준 1위로 등극한 것이다.

로만손은 인기에 힘입어 더욱 고급화된 오토매틱 버전의 시계도 2개 더 출시했다. 총 250개 한정 판매되는 145만 원대 모델도 선보였다.

남성 고객이 절대 다수인 시계 시장에서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모델로 기용한 것도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로만손의 남자라면 ‘여왕’ 김연아마저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강하다는 이미지를 전하기 위한 광고라는 설명이다.

‘럭셔리 실험’의 효과로 올해 로만손 시계 부문은 매출이 좋았던 2000년대 초반 수준으로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에도 힘을 쏟으면서 3월 중국 선전(深(수,천))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미국에서도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김 팀장은 “국민 시계 브랜드로서의 명성이 해외 시장에서도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로만손#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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