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헌의 사례로 본 창업]유행하는 품목 재고 쌓이면 끝장

  • 입력 2001년 9월 9일 18시 53분


99년 여름 패션시계점을 연 P씨 (36세)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창업 교육을 받는 등 나름대로 꼼꼼히 준비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P씨는 경쟁이 심한 음식업보다는 젊은층의 소비문화를 앞서 가는 패션품목이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체인점이 아니라 독립점포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P씨가 마련한 창업 자금은 모두 8000만원. P씨는 4000만원으로 대학가 인근에 점포를 구했고 나머지 4000만원은 제품 구매 등에 사용했다. 점포 규모가 8평 남짓한 점을 감안한다면 제품 구매에 비교적 많은 돈을 들인 편이다.

패션감각이 남다르다고 자부했던 P씨는 남대문 수입상가에서 제품을 구입하면서도 이 비용에 큰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다. 개업 첫 달, P씨는 10만원대 패션시계 30개를 팔아 17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투자비용, 생활비 등을 감안하면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그 다음부터. P씨는 한 번 도매시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적어도 3∼4개월 정도는 진열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소비자들의 패션 감각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쩔 수 없이 신상품 구매에 나서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재고는 쌓여만 갔다. 본인 스스로 도매상을 상대하다 보니 제품 도입 시기를 놓치는 일도 다반사였다. 재고 정리를 위해 세일도 실시했지만 마진율이 낮아지면서 큰 실속은 없었다. 여유자금이 없었던 P씨는 결국 쌓이는 재고에 10개월만에 손을 들고 말았다.

▽분석과 조언〓P씨의 실패 원인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프랜차이즈 형태인 체인점과 독립점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점. 체인점은 소품종 대량판매에 보다 적합한 사업 형태이다. 반면 독립점은 다품종 소량판매에 적합한 사업 형태이다. P씨는 제품의 대량 구매 보다는 제품 다양화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

두 번째는 재고 부담. 패션제품들은 주기가 대단히 짧다. 따라서 적정 규모의 재고를 면밀히 측정하지 않으면 사업하는 동안 항상 지고 있어야 할 짐이 되기 쉽다. 사업을 시작하고 3개월 정도는 물량이 달리는 것이 재고를 쌓아 두는 것 보다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마지막으로 창업 시점이다. 유명 브랜드 상품의 경우 가격대가 5만∼10만원대로 만만치 않아 일상적으로 제품을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졸업, 입학, 크리스마스 등 연중 가장 선물 수요가 높은 겨울철을 겨냥하여 가을 무렵을 창업시기로 잡을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청 소상공인 지원센터 상담사)nachla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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