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년 前 농사-가축사육이 지구생태계에 영향 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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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전후로 보기 어려워”
인류에 인한 지질학 변화 시점 놓고 지질학-고고학계 치열한 논쟁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주에 위치한 고고학 유적지인 ‘엘 팔미요’에서 발견된 경작지 모습. 인류의 영향으로 토지가 변했다는 증거다. 필드박물관 제공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주에 위치한 고고학 유적지인 ‘엘 팔미요’에서 발견된 경작지 모습. 인류의 영향으로 토지가 변했다는 증거다. 필드박물관 제공
인류의 활동으로 지구의 지질학적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시점(인류세)을 둘러싸고 지질학계와 고고학계의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지질학계는 핵실험 등 현대 문명의 부작용이 본격화된 1950년을 인류세의 시작이라고 주장하지만 고고학계는 현생 인류가 정착 생활에 접어들면서 농사와 가축 사육 등으로 지구 생태계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3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질 시대는 지구의 과거를 과학적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지각의 변동이나 생태계, 기후의 변화 등 지구의 지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에 따라 선캄브리아기,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나뉜다. 공룡이 멸종한 약 6600만 년 전부터 시작된 신생대는 3기와 4기로 분류된다. 260만 년 전에 시작한 신생대 4기는 다시 플라이스토세와 홀로세로 나뉘는데 현재 공식적인 지질 시대인 홀로세는 약 1만1700년 전부터 지금까지를 이른다.

인류세 논쟁은 2000년 네덜란드 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현재 지질시대인 홀로세에 이어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처음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인류 활동에 의한 지질 변화라는 의미를 내포한 새로운 지질 시대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존의 생성과 분해에 관한 연구로 199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그의 주장에 따라 국제지질학연합(IUGS) 소속 ‘인류세 실무그룹(AWG)’ 과학자들은 인류세를 홀로세 다음 지질시대로 공식 인정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크뤼천의 주장 이후 16년 만인 2016년 열린 국제지질학회의(IGC)에서 AWG는 1950년대를 전후로 새로운 지질 시대인 인류세에 돌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AWG는 인류의 핵 실험으로 생긴 지층의 흔적, 전 세계 지층을 뒤덮은 플라스틱·콘크리트 등 자연적인 변화가 아닌 인류의 인위적인 활동으로 생긴 변화를 근거로 1950년대 전후를 인류세 시작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고고학계는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루커스 스티븐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고고학과 연구원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인류세가 1950년대 전후가 아닌 3000년 전부터 이미 시작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인류의 집약적 농경, 목축, 산림 벌채 등으로 광범위한 지구 환경 변화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아키오글로브 프로젝트 연구진은 홀로세 초기인 약 1만 년 전부터 근대 산업화가 시작된 19세기에 이르기까지 토지 이용과 인류의 영향을 담은 이미지를 광범위하게 수집했다. 연구진은 온라인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수집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간 추이에 따른 토지 이용 변화를 평가하는 툴을 만들었다. 연구진은 인류가 3000년 전부터 숲을 개간해 농경지를 만들고 동식물을 사육해 길들이며 지구 환경 변화에 적극 개입했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 시카고 필드 자연사박물관의 게리 파인먼 큐레이터는 “이번 연구는 인류세에 대한 과학계의 논의가 너무 최근 현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인류세 시작 시점 연구는 인류가 지구 환경을 바꾸기 시작한 초기 데이터 연구로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지질학#인류세#고고학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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