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사정과 안 맞아” vs “교육 체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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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글 교육기관 ‘세종학당’으로 통합 정책
재외동포 위한 ‘한국교육원’… “외국인과 똑같은 교육 안돼”
정부 “브랜드만 통합… 교육은 독립”

정부가 지난해부터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의 브랜드를 ‘세종학당’으로 통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7월 열린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현장. 세종학당재단 제공
정부가 지난해부터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의 브랜드를 ‘세종학당’으로 통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7월 열린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현장. 세종학당재단 제공
“한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십 년간 노력해 왔는데 재외동포와 외국인에게 같은 한글 교육을 한다니 화가 납니다.”

5일 미국에서 재외동포 2, 3세를 위한 한글 교육을 진행하는 한 한국교육원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그가 이처럼 화가 난 이유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세종학당’ 중심의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 브랜드 통합 정책 때문이다. 시행 1년이 넘어가지만 해외 한국어 교육계에선 “현지 사정을 모르는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이라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해 7월 교육부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으로 ‘해외 한국어교육 지원체계 실행방안’을 통해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의 명칭을 세종학당으로 통합한다고 밝혔다. 현재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은 크게 3곳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문체부 산하의 세종학당과 교육부 산하로 재외동포 2, 3세를 위한 교육기관인 한국교육원, 재외동포 사회에서 자체적으로 조직해 주말학교 형태로 운영되는 한글학교 등이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교육원 30곳을 ‘한국교육원 세종학당’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고 있다. 또 교재 개발 시스템을 문체부로 일원화하고 올해 7월에는 한국어 교육자들의 국내 연수프로그램인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브랜드를 통합했을 뿐 여전히 독립적인 교육과정을 사용하고 있다”라며 “한글학교는 민간 자생단체임을 고려해 통합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정체성이 다른 기관들을 무리하게 통합해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에 참여한 한 재미 한글학교 관계자는 “국적과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똑같은 교육을 시키다 보니 대부분이 불만스러워했다”라고 말했다.

세종학당의 양적 성장을 위해 재외동포 교육기관을 통합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세종학당은 한류의 영향 등으로 한때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 왔지만 최근 인기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세종학당 수는 지난해 58개국 174개였던 것이 올 7월에는 170개로 줄어들었다. 수료생 역시 2014년 4만4146명에서 2015년에는 4만3308명으로 감소하고 수료율은 2013년 64%에서 2015년 52%까지 줄어드는 등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공동 교재 개발 등 부분적인 통합을 추진한 것”이라며 “양질의 해외 한국어 교육이 가능하도록 재외동포 사회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세종학당#해외 한글 교육기관#한국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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