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동차·석유화학 등 기간산업 위기… 지원 늦으면 경제 전체 흔들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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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5개사의 4월 수출대수가 작년 같은 달보다 4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주 열릴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기간산업 지원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번 뒤처지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기 쉽지 않은 게 기간산업이다. 전후방 연관효과가 커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작년 4월 9만 대였던 현대자동차 수출대수는 이달 5만5000대로, 기아자동차도 8만 대에서 4만6000대로 줄어든다. 유가 하락까지 겹친 석유화학, 액화천연가스(LNG)선을 1분기에 한 대도 수주하지 못한 조선업 등 다른 주력업종 기업들도 이미 유동성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국제선 이용객이 90% 넘게 줄어든 항공업계는 혼수상태다. 매달 6000억 원의 여객수입이 사라지고 있는 대한항공은 국내 직원 1만9000명의 70%가 순환휴직에 들어갔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3000억 원 금융지원 이후 추가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이미 30조 원의 지원금을 자국 항공업계에 직접 지원하고 추가로 30조 원의 금융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주 비상경제회의에서 자동차 산업 지원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기업 회사채를 정부가 지급 보증해주는 등 파격적 지원방식은 꺼리는 분위기다. 항공업계에 대해서도 고용유지지원금을 확충해 인건비를 지원하고, 금융지원을 늘리는 정도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기간산업 지원책이 늦어진 데에는 정치 일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재벌이 운영하는 기업들을 지원할 경우 특혜 시비가 일 것을 우려해 의사결정이 늦어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기간산업 지원은 정치논리로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해외서 경쟁하는 기업을 지키기 위해 신속, 과감한 대책을 내놓을 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업대출과 회사채 매입에 2800조 원을 쓰기로 하는 등 주요국들이 과감히 기간산업 지원에 나서는 상황이다.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 노력 등 지원책에 엄중한 조건을 붙이는 건 필요하지만 너무 앞뒤를 재며 주저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기간사업#자동차#석유화학#항공업계#비상경제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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