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英총리의 등장, 광대가 왕관 썼네[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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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워스트 드레서’ 단골손님인 보리스 존슨 신임 총리의 특이한 조깅 패션. 사진 출처 더텔레그래프
영국의 ‘워스트 드레서’ 단골손님인 보리스 존슨 신임 총리의 특이한 조깅 패션. 사진 출처 더텔레그래프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은근히 영국에 대해 열등감이 많은 미국. ‘영국 악센트’와 더불어 ‘영국 유머’를 부러워합니다. 미국식 유머가 진취적이고 ‘내’가 주인공이라면 영국식은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비꼬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영국에서 보리스 존슨이 총리가 됐습니다. 존슨 총리 자체가 튀는 인물일 뿐만 아니라 그가 추진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논란입니다. 영국인들은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는지 볼까요.

△“I thought it was a picture of Margaret Rutherford.”

요즘 유행하는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과체중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티셔츠에 잠옷 같은 반바지, 머리에 뒤집어쓴 정체불명의 모자. 존슨 총리의 조깅 패션입니다. 한 패션 전문가는 “나는 마거릿 러더퍼드인 줄 알았어”라고 정색하며 말합니다. 마거릿 러더퍼드는 1960년대 유명했던 영국 여배우인데요. 존슨 총리의 꼴불견 패션을 비꼬려고 시침 뚝 떼고 이미 사망한 할머니 여배우와 비교하는 거죠.

△The clown is crowned as the country burns in hell.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매체 가디언의 칼럼 제목입니다. ‘crown’은 ‘권력을 잡다(왕관을 쓰다)’라는 뜻이고, ‘clown’은 ‘광대’를 말합니다. 광대는 자기 생각이 없이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하면서 웃음거리가 되는 존재입니다. 가디언은 존슨 총리를 브렉시티어(Brexiteer·브렉시트 찬성파)에 끌려다니는 광대라고 비유합니다. 그런 광대가 왕관을 썼습니다. 서구 문화에서 어릿광대는 섬뜩한 존재입니다. 광대가 힘을 얻으면 비극적인 일이 일어난다고 믿습니다. 존슨 총리가 권력을 잡으면서 영국이 지옥에 떨어지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We’ll just see even less of him here.”

의원 출신인 존슨 총리의 지역구는 런던 근교의 억스브리지 앤드 사우스라이슬립이라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는 이곳에서 영 인기가 없습니다. 전국구 정치인이다 보니 지역구 사정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이죠. 자기 지역 정치인이 총리가 됐다면 “경사 났네” 하면서 기뻐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인데요. 이 지역 주민들에게 소감을 묻자 퉁명스럽게 답합니다. “(총리가 됐으니) 이곳에는 더 코빼기도 비치지 않겠네.” 감정 표현에 약한 영국인들은 이렇게 속마음을 감춥니다. 이런 식의 유머를 ‘드라이(건조한) 유머’라고 합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영국 악센트#영국 유머#보리스 존슨#워스트 드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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