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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논설위원의 對話]“오토바이 타다 다쳤냐 묻기도 해요… 그렇게 잊혀지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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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논설위원의 對話]“오토바이 타다 다쳤냐 묻기도 해요… 그렇게 잊혀지는 거겠죠”

이진구 논설위원 입력 2019-04-22 03:00수정 2019-04-22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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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함지뢰 부상 딛고 패럴림픽 도전하는 하재헌 예비역 중사
17일 경기 하남 미사리 조정카누경기장에서 연습 중인 하재헌 예비역 중사. 사고 후 벌써 4년 가까이 되지만 그는 지금도 환상통 때문에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다. 조정은 그에게는 이런 모든 과거와 현재의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인 셈이다. 하남=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올 1월 말, 2015년 8월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수색 작전 중 북한이 매설한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전 중사(25)가 전역했다. 부사관인 그는 사고 후 국군수도병원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패럴림픽 조정 금메달이란 더 큰 꿈에 도전하기 위해 보장된 군 생활을 포기했다. 17일 경기 하남시 미사리 조정카누경기장에서 만난 그는 내년 도쿄 패럴림픽을 향해 힘차게 노를 젓고 있었다.》
 
장애인조정 국가대표 김보은 강이성 최범서 선수(왼쪽부터)와 하재헌 선수(가운데).
이진구 논설위원
―안정적인 군 생활이 보장됐는데, 주변에서 전역을 말리지 않던가요.

“안 말리기는요. 3분의 2는 다 말렸지요. 선수 생활이 끝나고 난 뒤에는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며…. 그래서 한 반년 정도 부모님을 설득하면서, 동시에 주변에 계신 분들에게도 거의 전부 다 물어보고 의견을 들었어요. 부모님을 설득하기는 했지만 저 자신도 고민을 많이 했지요. 이 길로 갔다가 만약 메달도 못 따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걱정하는 측면에서 보면 반대하는 게 당연한 것 같은데요.) “지지해준 분들도 꽤 있었어요. 이종명 의원님 같은 분들은 적극적으로 해보라고 했지요. 육군참모총장님도 많이 챙겨주셨고…. 다행히 23일 SH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장애인 조정팀을 창단하는데 거기에도 들어가게 됐어요.”

※이종명 국회의원은 군인 출신으로 대령이던 2000년 6월 경기 파주 비무장지대에서 부하를 구하다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었다. 같은 부상을 입은 하 전 중사 병문안을 계기로 친해졌다고 한다.

―가슴을 자주 만지는데 몸이 좀 안 좋습니까.

“훈련하다 부상을 좀 입었어요. 수요일 오후, 주말 오후만 제외하고는 매일 훈련을 하고 있거든요. 배를 탈 때 스트랩으로 가슴을 꽉 묶고 숙인 채 노를 젓다 보니 가슴이 계속 눌려서 약간 다친 것 같아요.” (다리는 좀 어떻습니까.) “환상통 때문에 진통제와 항생제를 먹고 있어요. 비장애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절단 부위가 아픈 신경계통 질환인데, 절단 환자들만 아는 통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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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통은 절단된 부위가 가벼운 불편감부터 극도의 통증까지 느끼는 것. 절단부 통증과는 다르며 절단 환자 중 상당수가 겪는다고 한다. 그는 사고 후 약 1년간 입원하며 무려 21차례 수술을 받았다.

―재활 훈련은 했지만 의족을 차고 생활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의족을 차면 비장애인일 때 걷는 것보다 한 3배 이상 힘들어요. 쉽게 생각해서 나무 장대에 올라 걷는다고 생각하면 비슷하죠. 장애인을 위한 시설도 그렇지만 시선이나 무심코 던지는 말이 더 아쉬울 때가 많아요.” (말?) “모든 장애인이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어떻게 하다 다쳤느냐’고 물으면 좀 껄끄러워지는 경우가 많지요. 저도 좀 그렇고….” (왜 다쳤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까.) “하하하. 돌아다녀도 알아보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지금은 다 잊혀졌지요. 물어보면 말은 해줄 수 있는데…기분은 좀…. 꼭 한두 명씩 그렇게 묻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오토바이 타다 다쳤냐’고…. 근데 그게 꼭 ‘너 좀 놀았구나’ 하는 식으로 들려서…. 그런 뜻은 아니더라도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왜 다쳤냐고 묻는 건 실례가 아닌가 싶어요.”

―사고 당시를 묻는 질문도 여전히 많을 것 같은데요.

“사람들이 지뢰에 대해 잘 몰라서 밟아도 발을 안 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 경우가 많아요. 지뢰는 밟으면 압력 때문에 그 순간 그냥 터져요. 발을 뗐다고 터지는 게 아니라. 부비트랩도 건드려서 이미 ‘틱’ 하는 소리가 난 순간 안전핀이 뽑혀 바로 터지지요. 아슬아슬하게 줄만 건드리고 있는 그런 상태는 영화에서나 나오는 거고…. 부사관 교육 때 지뢰 교육을 받는데, 불과 일주일밖에 교육을 안 받은 제가 훈련 때 지뢰를 묻어도 다른 사람들이 찾지 못했어요. 제가 밟은 목함지뢰는 상자가 나무로 만들어져 지뢰탐지기에도 잘 안 나타나고….”

―군 복무 중 사고를 당한 분들과 자원봉사 모임을 만들었다고 하던데요.

“아직 정기적인 자원봉사 모임으로 발전한 건 아니고…친구들끼리 술 한잔하다가 찬호가 연탄배달 자원봉사를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을 뿐인데 소문이 좀 크게 났어요.” (찬호요?) “2017년 8월 K-9자주포 폭발사고로 부상을 입은 이찬호 예비역 병장요. 찬호가 사고를 당했을 때 위로할 겸해서 병문안을 갔는데 나이도 비슷하고 해서 친하게 지내기로 했어요. 다른 친구들도 다 군에서 부상을 입은 친구들이에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지인들에게 연탄배달 자원봉사 취지를 알렸더니 약 30명이 모였지요. 연탄배달 봉사는 처음이었는데 땀도 엄청 나고 많이 힘들더라고요. 저는 움직이기가 좀 힘들어서…. 차에서 연탄을 내려주는 일을 했고요. 너무 특별하게 보지 않았으면 하죠. 그냥 다른 사람들도 다 하는 일을 한 걸로 봐주면 좋겠어요.”

―과거에 조정을 한 적은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사고 후 대한장애인조정연맹에 계신 분들이 병문안을 왔어요. 원래 알던 분들은 아니었는데…, 처음에는 그냥 재활운동에 도움을 주려고 왔나 보다 생각했지요. 조정 선수들은 로잉머신으로 연습을 하는데, 달리기를 하기 어려운 절단 환자들에게는 유산소 운동으로 큰 도움이 되거든요. 그런데 퇴원 후 시간이 나서 한번 별생각 없이 타봤는데, 아∼ 이게 웬걸? 아주 재미있더라고요. 제 안에 있던 운동 본능이 솟아나는 것 같기도 했고요.”(운동 본능요?) “중학교 때까지 투수로 야구 선수를 했으니까요. 보트를 타고 강 위에 혼자 떠 있는데 그 기분도 너무너무 좋았고요. 내친김에 경기에 나갔는데 생각도 못 한 금메달을 따 버렸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힘으로 탔는데… 하하하. 그 뒤로 이 길에서 승부를 봐야겠다고 결심했죠.”

※로잉머신(rowing machine)은 조정 선수들이 실내에서 노 젓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기구다. 그는 지금까지 5개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땄다.

―조정에도 여러 종목이 있던데요.

“싱글스컬(Single Scull) PR1 종목에 출전하고 있는데, 싱글스컬은 쉽게 말해 혼자 노 두 개를 젓는 것이고, PR는 장애 등급이에요. PR1, 2, 3까지 있는데 제가 속한 PR1은 척추마비같이 허리 아래는 전혀 쓰지 못하고 거의 어깨와 팔로만 노를 젓는 가장 장애가 심한 상태를 말하지요.” (보트도 비장애인용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폭이 비장애인용보다 좀 더 넓고, 양옆에 배가 뒤집히는 것을 방지하는 기구가 달려 있어요. 비장애인은 노를 저을 때 몸이 앞뒤로 움직이는 슬라이딩 의자를 사용하지만, 장애인은 고정식 의자에 스트랩(strap)으로 몸을 묶고 타는 게 다르지요. 몸이 흔들려서 물에 빠지면 안 되니까요.”

―내년 도쿄 패럴림픽을 준비하고 있는데 전망은 어떻습니까.

“최종 목표는 패럴림픽인데 지금은 일단 8월에 열리는 오스트리아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 대회에서 7등 안에 들어야 올림픽 출전권이 나오거든요. 조정은 바람 같은 외부 요인의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기록은 큰 의미가 없고…, 그래서 지금으로선 좀 예상하기 어렵지요. 열심히 훈련할 뿐….”

※장애인조정에는 싱글스컬 외에도 두 명이 노 2개씩을 젓는 더블스컬, 두 명이 노 하나씩을 젓는 무타페어, 타수(舵手)와 선수 4명으로 구성된 유타페어가 있다. 조정 장비는 국내 생산 업체가 없어 무척 비싸다고 한다. 그가 타는 배만 약 2000만 원, 노 한 쌍에 200만 원 정도다. 이 때문에 개인이 구입하기는 어렵고 연맹이나 시도에서 지원해준다고 한다.

―장애인 조정 국가대표 선수가 많습니까.

“개인전에 저와 저랑 같은 장애등급인 김세정 선수, 그리고 단체전 혼성팀 5명, 이렇게 7명이 현재 장애인 조정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모든 종목에 나갈 정도로 선수가 많지는 않거든요.”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선수들이 참가하고, 성대한 행사를 치렀는데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솔직히 저도 사람인데…, 좀 착잡한 게 사실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국가적으로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뭐라 할 생각은 없지만 단지 (북한에 의해) 피해를 입은 쪽에도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 좋겠는데…. 아마 저뿐만이 아니라 비슷한 상황을 겪은 모든 사람이 그런 마음일 거예요.” (원망은 안 들었습니까.) “하하하. 안 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사람인데…. 하지만 최대한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또 그렇게 살고 있고요.”

그의 사고를 계기로 최장 30일이던 군인의 민간병원 요양비 지급 기간이 일반 공무원 수준인 2년으로 바뀌었다. 또 복무 중 부상으로 인한 보상금도 대폭 올랐다. 국방 외에도 우리 사회가 그와, 그처럼 복무 중 사고를 당한 이들에게 진 빚이다. 그가 내년 도쿄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딴다면 우리는 또 감동을 받고 삶의 용기를 얻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에게 무엇을 해줬을까.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과연 지키고 있는지….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목함지뢰 부상#하재헌 예비역 중사#패럴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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