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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백신 동났어요”… 헛걸음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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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백신 동났어요”… 헛걸음 일쑤

입력 2009-10-16 02:55수정 2009-10-1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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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세이상 무료 독감예방 접종 지역 보건소 가보니…

《“일단 문이라도 열고 뭐가 어떻게 됐다는 건지 제대로 설명을 해야 될 거 아냐!” 15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보건소 모자보건과 예방접종실 앞. 백발이 성성한 한 노인이 유리문을 세차게 흔들며 안쪽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죄송합니다. 약품 부족으로 오늘 접종을 마감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여 놓은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접종실 안 직원들이 책상 뒤에서 슬쩍 고개를 내밀고 바깥을 살폈다. 대여섯 명의 노인이 문 앞 의자에 앉아 ‘혹시나’ 하는 얼굴로 접종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노인들이 잠시 자리를 뜬 사이 들어가 만난 직원들은 “며칠 전부터 계속 이런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부분 신종플루 감염 걱정에 몰려 장사진
할당량 턱없이 부족… 접종 못받자 곳곳 항의

질병관리본부가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무료로 독감 예방접종을 실시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각 지역의 보건소마다 접종을 받으려는 노인들이 끝없이 몰려들어 연일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에도 일부 줄을 서 접종을 받곤 했지만 올해는 그 인원이 배로 늘었기 때문.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3동 주민센터 앞마당에 임시로 마련된 백신접종소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줄이 40m가량 이어졌다. 오전 내내 1100여 명이 주사를 맞았지만 점심시간까지 줄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영등포보건소 건강증진과 시연숙 팀장은 “노인분들이 신종 인플루엔자에 대한 걱정 때문에 계절 독감이라도 예방하려고 주사를 꼭 맞으려 하신다”고 말했다.

몰려드는 인원에 비해 백신의 양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소들은 혼란을 막기 위해 동별 접종일을 지정해 놓고 각 동의 65세 이상 주민 수 비율에 맞춰 백신 양을 할당했지만 이 할당량은 오전 중에 동나기 일쑤다. 오후에 친언니와 함께 동대문보건소를 찾은 이점옥 씨(66·여)는 헛걸음만 했다. 이 씨는 “백신 할당량이 다 떨어졌다며 이제 보건소에서 무료로 주사를 맞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며 “매일 오전 중에 동이 났다는데 미리 고지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씁쓸해했다. 광진보건소는 접종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비축한 백신을 다 써 이번 주 월요일부터 접종을 중단했다. 광진보건소 건강관리과 관계자는 “백신을 확보해도 21일부터나 접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소를 찾았다가 그냥 돌아선 주민들은 동별 할당과 백신 부족에 대한 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1동에 사는 정춘옥 씨(74·여)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보건소까지 왔더니 우리 동 접종일은 끝났다고 돌아가라 했다”며 “소식지나 케이블TV로 공지했다는데 나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직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보건소에서는 이런 고성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보건소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동대문보건소는 “올 초 2만2000명분 조달 구매를 신청했지만 1만9200명분밖에 오지 않았다”며 “선착순으로 접종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고지하면 새벽부터 나와서 줄을 설 것 같아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직원들은 연이은 항의 탓에 다른 업무를 볼 수가 없어 사무실 전화 송수화기를 내려놓은 채 입구는 잠가 놓고 화장실에도 가지 못하고 있었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김창훈 보건연구관은 “전국 보건소에서 신청한 백신은 440만 명분이었지만 정부가 388만 명분만 확보하면서 각 보건소에 신청한 양을 정률로 조금씩 줄여서 분배했다”며 “처음부터 백신을 적게 신청한 곳이나 신청량을 줄이면서 전체 대상자에 비해 백신 양이 모자라게 된 보건소들이 약이 부족하다고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관은 “실제 전국의 65세 이상 접종 대상자는 350만 명으로 정부가 구비한 백신 양보다 훨씬 적은 수”라며 “일단은 각 보건소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남은 38만 명분을 적절히 분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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