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DMZ 지뢰 도발]DMZ일대 지뢰 200만개 추정… 민간인도 매년 피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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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걸린 비무장지대]<下>곳곳에 도사린 치명적 위협

비무장지대(DMZ)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북한이 초긴장 상태로 대치하고 있는 위험 지역이다. 한반도의 허리를 동서로 249km 가로지르는 이곳은 국제법에 따라 무장이 금지된 지역이다.

군사적으로 팽팽히 맞선 지역이다 보니 DMZ 일대에 설치된 지뢰는 군사분계선(MDL) 남쪽에만 약 30만 개, 남북 전체를 통틀어 최대 200만 개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까지 나온다. 민간인 지뢰 피해자도 6·25전쟁 이후 매년 발생하고 있다. 4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사건 외에도 지뢰로 인한 피해 우려는 상존하고 있다. 특히 장마철만 되면 휴전선 인근 주민들의 지뢰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진다. 우리 군이 심은 지뢰뿐만 아니라 북한 지뢰까지 빗물에 떠내려 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 “지뢰 때문에 50년을 잃어버렸다”


지난달 경기 연천군 장남면에서 만난 이태희 씨(81)는 1967년 9월 당시 군 관계자들과 함께 DMZ 내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하다 오른쪽 발 앞부분을 잃었다. 작업 도중 잠시 쉬려고 나무에 걸터앉아 다리를 뻗었다가 대인지뢰를 밟은 것. 이 씨는 “사고 직후 너무 막막해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며 “30대 초반의 나이에 사고를 당해 50년을 잃어버린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씨와 같은 지뢰 피해자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0년 7월 경기 연천군 백학면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에서 낚시를 하던 민간인 2명이 북한 목함지뢰 2개를 주워 집으로 가져가다 폭발해 1명은 사망했고 1명은 크게 다쳤다. 당시 지뢰의 부식 상태로 미뤄볼 때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가 폭우에 휩쓸려 내려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DMZ 일대의 지뢰로 인해 군 병력은 물론이고 민간인까지 위험에 노출되자 군 당국은 매년 지뢰 제거 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올해도 4∼11월 민통선 이남 지역과 후방 지역 방공기지 등 6만 m²에 이르는 지역에서 지뢰제거 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대전차지뢰 312개, 대인지뢰 121개를 수거했다.

○ “명확한 대응 원칙 세워야 도발 막을 수 있어”


북한의 지뢰 매설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도발까지 이어지면서 DMZ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DMZ 내 지뢰 제거 작업과 함께 더 이상 지뢰가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지뢰 매설과 같은 도발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명확한 대응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지뢰를 없앨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이상론에 불과하며 도발 방지책이 중요하다”며 “이번과 같은 도발이 벌어졌을 때 명확한 대응 원칙을 밝혀 놓으면 북한도 위축된다. 정전협정을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원칙에 따라 도발에 대한 보복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 소장은 “지뢰의 위험 때문에 DMZ 내에서 수색정찰작전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도발에 항의하되 더 이상 DMZ에 지뢰를 묻지 말자고 남북이 합의해야 한다. DMZ 매설 지뢰에 대한 남북 공동 대응을 북한에 제안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현재 DMZ 내에 매설된 지뢰 현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재한 한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잠재적인 지뢰 매설 지역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전수조사 등을 통해 특정 지역에만 지뢰가 매설돼 있는지, 전 지역에 광범위하게 매설돼 있는지 파악해야 대응 방안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 간 대화로 지뢰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도발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확성기 방송 등 대북 선전을 통한 심리전은 과거 냉전시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강성휘 인턴기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박민규 인턴기자 고려대 교육학·사회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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