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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집중분석] ‘디바’로 돌아온 ‘동네 누나’ 이효리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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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집중분석] ‘디바’로 돌아온 ‘동네 누나’ 이효리의 실수

스포츠동아입력 2010-04-22 15:00수정 2011-01-0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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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의 새 앨범 ‘에이치.로직'에 대한 반응은 불과 일주일 만에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다시 '디바'로 변신하려 애쓴 것이'콘셉트 불발'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가수 이효리(31)가 2년 만에 새 앨범 '에이치.로직(h.logic)'을 들고 돌아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다분히 실망스럽다.

12일 발매 즉시 대부분의 음원사이트를 평정하긴 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만에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21일 현재 타이틀곡 '치티치티 뱅뱅'은 엠넷닷컴 4위, 벅스 6위, 싸이월드 6위로 순위가 뚝 떨어졌다. 여타 사이트들에서도 대부분 1위 자리에서 황급히 내려왔다. 나머지 13곡들은 대부분 2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이 같은 부진에 대해 현재로선 '컨셉트 불발'이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달 29일 '에이치.로직' 티저가 공개되자마자 논란이 일었다. 파격적인 '레이디 가가 스타일'을 연출했지만 어색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해외 팝스타 따라하기라는 비판도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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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엠카운트다운' 컴백 무대를 두고도 말들이 많았다. 무대도 컨셉트도 맘에 안 들고, 힙합 여전사 퍼포먼스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이 빗발쳤다.

▶ 그녀의 핵심 이미지는 '옆집 누나' 같은 털털함

SBS예능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할 당시의 이효리. 그는 화장기 없는 얼굴, 망가지는 몸개그로 친근한 '동네 누나' 이미지를 더했다. 사진제공 SBS.

이효리는 그간 4장의 솔로 앨범을 냈다. 그에 맞춰 4차례에 걸쳐 컨셉트를 교체했다. 그러나 그 평가는 오락가락이었다. 1집 '스타일리쉬'(2003)와 3집 '잇츠 효리쉬'(2008)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2집 '다크 엔젤'(2006)과 4집 '에이치.로직'(2010)은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이 같은 평가의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대해선 여전히 별다른 분석이 없다. 그저 '대중 반응이 뜨거웠다, 차가웠다' 등으로 얼버무려질 뿐이다.

그러나 이 같은 미스터리는 이효리를 가로지르는 중심 이미지를 놓고 보면 의외로 쉽게 풀린다. 이효리를 이 시대 대중문화계 최고 아이콘으로 띄워 올린 '핵심' 말이다.

이효리의 '핑클' 시절부터 돌아보자. 1998년 '블루 레인'으로 데뷔한 핑클은 즉시 여성 아이돌그룹 대표주자 'S.E.S'와 쌍두마차가 됐다. 그러나 이 대결구도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음반판매에 있어서는 S.E.S.가 핑클보다 우세했다. 실질적으로 음악 퀄리티는 S.E.S. 쪽이 월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 반응에 있어서는 핑클이 앞섰다. 핑클이 등장했다 하면 TV프로그램 시청률이 올라간다는 '핑클 효과'까지 일으켰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소녀 아이돌 그룹 특유의 성장 이미지 전략을 핑클이 더 노골적으로 펼쳤다는 분석이 있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노출도가 월등히 높았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시선도 있다. 핑클이 S.E.S.보다 훨씬 '서민적'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S.E.S.는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했다. 요조숙녀 이미지로 일관했다. 반면 핑클은 수더분했다. 성유리 정도를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수수하고 소박한 이미지였다. 버라이어티 쇼 등에 출연해서도 거리낌 없는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런 컨셉트가 먹혔다는 것이다. 1990년대 말은 우리나라 대중들이 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시점이다. 경제 불황기에는 본래 공주님·왕자님들보다 대중과 닮은 평범한 연예인들이 뜨게 된다. 그리고 그런 핑클의 중심이 바로 이효리였다.

섹시함이라는 이미지로 일괄 포장되긴 했지만, 이효리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서민성'이었다. 아이돌로서는 금기시될 법한 솔직 발언들로 일반대중과의 거리를 좁혔다. 소탈한 일면을 전폭 강조했다. 핑클이 활동을 중단한 이후에도 KBS2 '해피 투게더-쟁반노래방' 등을 통해 이 같은 이미지를 이어나갔다.

2003년 빅뱅을 일으킨 솔로 1집 '스타일리쉬'도 사실상 동일선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압도적 섹시 아이콘의 등장이라는 식으로 홍보됐지만 당시 아이돌 시장은 이미 섹시 컨셉트 천지였다. 베이비복스가 대표적이다. 이효리가 그들과 구분될 수 있었던 것은 섹시를 표방하면서도 동시에 서민적이고 수더분한 언행을 자주 노출시켰다는 데 있었다.

'편안한 섹시스타', '옆집 누나 같은 아이돌'이었다. 이어진 디지털 싱글 '애니모션'도 연장선상에서 성공을 거뒀다. 전문 댄서를 꿈꾸는 슬럼가 소녀 이야기를 담은 뮤직비디오가 큰 인기를 모았다.

▶ 급수정 '여왕' 전략, 글쎄…

이효리는 서민적 이미지를 택할 땐 반드시 뜬다. 그러나 뜨고 나면 꼭 \'디바\'가 되고 싶어 한다. 디바욕(慾)을 극복하는 것이 그의 과제 아닐까.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그러나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이효리는 솔로 1집으로 '너무' 떴다. 한 시사주간지의 대중문화계 영향력 리스트 1위에까지 올랐다. 그러자 이효리의 이미지메이킹 전략도 달라졌다. '여왕'에 걸 맞는 전략이 새로 세워진 것이다. TV 출연을 대폭 줄였다.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선회했다. 이효리의 핵심인 서민성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후 등장한 2집 '다크 엔젤'은 이처럼 잘못된 방향성의 화룡점정이었다. 서민적 이미지를 완전히 버리고, 갑작스레 '디바' 이미지로 밀고 나갔다. 친근한 언니가 아니라 군림하는 여왕 컨셉트였다. S/M(사디스트/마조히스트) 코스튬을 걸치고 나와 채찍을 휘두르는 퍼포먼스까지 펼쳤다.

그러자 대중반응이 극단적으로 떨어졌다. 물론 타이틀곡 '겟차(Getya)' 표절 논란이 크긴 했다. 그러나 가요 표절 논란이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전 같으면 그 정도 스캔들은 떨쳐버릴 수도 있었다. 그래도 대중 반응에서 밀리니 액면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는 립싱크 논란까지 덮어써야 했다. '다크 엔젤'은 여러 측면에서 실패작으로 남게 됐다.

이효리는 이후 갖은 슬럼프에 시달려야 했다. 두 번째 드라마 출연작 SBS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 크게 실패했다. 과도한 PPL 등의 이유로 방송중지라는 중징계를 받는 악재까지 겹쳤다. 그나마 첫 드라마 나들이 SBS '세잎 클로버'는 화제라도 됐지만,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은 철저히 무시당하고 잊혀졌다. 한 배를 탄 디지털 싱글 '톡!톡!톡!'과 드라마 이미지에 맞춰 넣은 미디엄템포 곡들도 같이 쓰러졌다.

▶ 울고, 망가지고… 솔직한 이미지로 귀환

그러자 이효리 분위기도 점차 달라졌다. 더 이상 디바 흉내를 내지 않았다. 대신 '왕년의 스타'의 비애를 하나둘 노출하기 시작했다. 케이블 TV '엠넷'의 리얼리티 쇼 '오프더레코드 효리'를 통해 자신의 고충과 솔직한 내면을 보여줬다. SBS 버라이어티쇼 '체인지'에서는 지하철 안 시민들로부터 '흘러간 아이콘'이라는 식 반응을 듣고 눈물지었다. 도로 서민적 일면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반대중처럼 걱정 많고 고민 많은 '30대 누나'로 돌아왔다.

이 같은 시도가 하나둘 쌓이자 '다크 엔젤'의 디바 이미지는 자연스레 걷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이어 등장한 3집 '잇츠 효리쉬'는 다시 대성공을 거뒀다. 디바 이미지를 완전히 버리고, 대신 '놀기 좋아하는 동네 누나' 이미지를 내세웠다. 가볍고 발랄하며 친근했다.

타이틀곡 '유고걸(U Go Girl)' 뮤직비디오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캔디맨(Candy Man)' 표절이라는 논란이 일었지만, 이번에는 돌파할 수 있었다. 대중 반응이 따라줬기 때문이다. 같은 이미지의 연장선상으로 출연한 SBS 리얼리티 쇼 '패밀리가 떴다' 역시 성공을 거뒀다. 세수도 안 한 채 부스스한 얼굴로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고, '30대'라는 약점을 외려 강조했다.

그리고 다시 1년 반이 흘러 '에이치.로직'까지 왔다. 그동안 SBS '패밀리가 떴다'에선 하차했고, 별다른 TV 출연도 없었다. 그리고 다시, 이효리는 디바로 돌아왔다.

'레이디 가가 스타일'은 디바 이미지 중에서도 가장 과격한 것이다. 짙은 화장과 과장된 의상으로 점철돼 이미지 자체가 강렬하다. 이효리와는 원천적으로 안 맞는 켄셉트다.

음악 퍼포먼스 역시 디바로 돌아온 형태다. 또 다시 여전사 이미지를 택했다. 물론 '겟차' 때처럼 채찍을 휘두르진 않지만, 쉽고 간단하며 누구라도 흉내 낼 수 있을 법한 '친근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자 일주일 만에 음원 차트 곤두박질이 시작됐다.

이효리는 계속 이런 식이다. 자신에게 잘 맞는 서민적 이미지를 택할 땐 반드시 뜬다. 그러나 꼭 뜨고 나면 디바가 되고 싶어 한다. 그렇게 해서 망치고 나면 다시 서민적 이미지로 회귀한다. 그러면 또 디바욕(慾)이 발동한다. 그래서 또 망친다. 아마 '에이치.로직' 이후엔 또다시 서민 이미지를 택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물론 디바욕(慾)을 마음에 품은 서민적 이미지 표출일 것이다.

이쯤에서 다시 정리를 해보자. 이효리는 서민 스타다. 경제 불황기 대중에 푸근함을 안겨준 아이콘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중이 이효리를 좋아한 건, 그녀가 여왕 흉내, 공주 흉내, 디바 흉내를 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걸 몰라서 그러는 건지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건지는 미스터리지만, 어찌됐건 뻔하게 예정된 이효리표 롤러코스터의 굴곡을 지켜보는 건 늘 피로하고 안쓰럽다.

이효리 행보에는 인간 욕망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평범함으로 어필한 인물이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고 나면, 되레 권위적으로 보이고파 하는 딜레마 말이다. 이런 인생유전격 한계에서 이효리가 얼른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효리 본인에게도 그게 필요하겠지만, 대중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가장 고통스러웠던 연예계 광경 중 하나는, 이효리가 '2009 Mnet 20's Choice' 시상식에서 입고 나온 뾰족한 어깨의 파워숄더 재킷이었다.

그 기괴한 이미지가 잊혀지려면, 이효리는 먼 길을 걸어야 할 것 같다. 지금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l.com


▲이효리 4집 티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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