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호흡기 감염병 ‘코로나19’가 맹위를 펼치고 있다. 6.25 전쟁 당시 이후 처음으로 한 때 국회가 폐쇄 됐고 각종 공공기관이 문을 닫았다.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기업들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정부의 초기 대응이 안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2000년 이후 우리는 4번째 전염병을 겪고 있다. 현장에서 취재하는 사진기자들에게 마스크와 같은 보호 장구도 제공되고 원거리 취재를 권고하는 ‘사진기자 협회의’ 권고도 나왔다. 취재 환경과 방식은 바뀌었어도 사진기자들은 언제나 현장의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 창궐 때에도.
●2003년 사스
사진기자로 20년 넘게 일하는 동안 첫 전염병 취재였다. 막내기자들은 최전선인 공항과 병원을 담당했다. 나는 인천공항을 맡았다. 국내 사망자도 없었고 감염자도 3명뿐이었지만 생소한 감염병 뉴스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공중보건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았다. 현장 기자들은 자신이 감염돼 전파자가 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보호 장비도 없이 사스가 창궐했던 중국에서 입국하는 인파들 속을 취재했다. 중국 출장을 갔던 선배가 베이징 거리와 공항 사진을 직접 찍어 전송해 반향을 얻었지만, 입국과 동시에 제주도로 추가 출장을 가는 형식으로 자가 격리되는 정도였다.
●2009년 신종플루
2009년 유행한 신종플루는 멕시코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초기에는 신종플루에 걸린 돼지들이 사람에게 전파한다고 알려져 국내에는 돼지 독감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에서 이웃 나라인 미국으로 사망자 발생 뉴스가 이어지자 한국 사회도 술렁였다.
국내에서 현장을 찾기 위한 기획 경쟁이 벌어졌다. 데스크는 돼지 독감을 방역하는 돼지 농가를 취재해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우리나라보다 신종플루가 먼저 상륙한 일본의 오사카에 축구 취재차 출장 간 기자가 지하철을 돌며 패닉상태의 일본인들을 취재하기도 했다. 드디어 한국에도 신종플루가 상륙했다. 확진자는 계속 늘어났다. 유명 방송인의 자녀가 사망하기도 했다. 공공장소에 손소독기, 손 소독제가 비치되는 등 대중의 공중보건 의식은 향상됐다.
하지만 현장에 투입된 사진기자들의 취재방식은 큰 변화가 없었다. 선별진료소 등에 누가 더 가까이 가느냐가 중요했다. 마스크는 물론이고 손 소독제도 알아서 준비해야 했다. 다행히 사진기자 감염은 없었다.
●2015년 메르스
낙타로부터 유래됐다고 하는 중동 호흡기증후군.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을 방문했던 남성이 처음으로 확진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186명이 감염됐고 38명이 사망했다.
사진기자들은 다시 현장으로 투입됐다. 그동안 공공보건 인식이 향상되어 현장 기자들에게도 손 소독제와 마스크는 필수였다. 회사는 마스크를 지급했다. 병원 취재는 망원렌즈 촬영이 기본 원칙이 됐다. 선별진료소 내부 접근은 금지되었다. 간혹 의료시설 내부 취재를 하려면 의료진과 똑같이 소독을 받아야 했다.
역시 사진기자들의 감염은 없었지만, 미열이 발견되어 자가 격리된 사건은 뉴스였다. 유치원생 아이의 엄마였던 여성 사진기자는 현장에서 바로 선별진료소로 이동되었고 자가 격리 되었다. 검사 결과는 다행히 단순 감기였다. 이번 사태를 취재하는 대한민국 모든 사진기자들에게도 건강이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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