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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품 정말 비싸네”…탄식 나온 영국 미술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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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품 정말 비싸네”…탄식 나온 영국 미술 시장

세인트아이브스·패드스토우·펜잔스=김민기자 입력 2019-12-15 20:12수정 2019-12-1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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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아이브스 작가 협회에서 운영하는 성당 개조한 갤러리

한국 미술 시장의 작품 가격이 비싸다는 말이 나온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외 유명 작품은 1000억 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는데 한국 작품이 비싸다니, 무슨 이야기일까?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도 가치에 따라 비싼 건 수백 억 원에 이르지만 수백만 원대 작품도 있다. 그런데 국내는 작품 자체보다 작가의 학력과 갤러리 전시 이력 같은 외적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해 가격이 비싸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등급의 갤러리가 모여 있는 영국 콘월 주(州)를 찾았다. 잉글랜드 남서부 끝자락에 자리한 콘월은 빼어난 자연 환경을 지녀 영국의 대표적 휴양지로 꼽힌다. 외지인을 대상으로 몇 만 원부터 수천만 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들이 있다. 한 눈에 미술 시장 구조를 파악하기 좋은 곳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일주일간 콘월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도상봉 스타일’ 정물화가 100만 원대



흔히 미술 시장이라고 하면 수억 원대 작품을 떠올린다. 하지만 콘월에서는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저렴한 작품들의 규모가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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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아이브스의 한 상업 갤러리. 바다 풍경을 그린 그림과 정물화가 여러 스타일로 있었다. 갤러리 주인은 구석에서 기타를 치다 눈인사를 하고 다시 연주에 몰두한다. 그림 옆에는 가격이 적혀 있어 혼자서도 편하게 작품을 고를 수 있었다. 도상봉 작가(1902~1977)를 연상케 하는 정물화가 눈에 띄었다. 영국 작가 게리 롱(74)의 작품으로 가격은 액자를 포함해 750파운드(약 117만 원). 프린트를 판매하는 ‘휘슬피시’에서는 이대원 작가(1921~2005) 스타일의 화려한 풍경화가 150파운드(약 23만5000원)였다. 도상봉 이대원 작가와 갤러리의 작품들은 모두 인상파 기법에서 출발해 조형성을 추구했다. 그런데 국내 작가의 작품은 학력 등에 따라 가격이 뛴 반면 영국 작가 작품은 장식성에만 충실하기에 ‘착한 가격’을 매긴 것이 눈에 띄었다.

인구 2000여 명에 불과한 어촌 패드스토우에도 골목마다 10여 개의 갤러리가 있었다. 몇 만 원 혹은 수십 만 원대부터 수천만 원 대의 작품을 취급하는 갤러리까지, 다양한 타깃 고객을 대상으로 시장이 형성됐다.

뱅크시, 데이미언 허스트의 판화를 취급한 드랭 갤러리 관계자는 “고객 대부분은 휴가철 별장을 찾는 외지인”이라며 “여유롭게 쉬면서 넉넉해진 마음을 겨냥해 작품을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갤러리를 유지하려면 매년 최소 수억 원치는 판매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이 갤러리는 8년 간 운영됐다. 다른 갤러리의 역사도 짧게는 5년에서 25년까지 다양했다. 상당한 규모의 고객이 있어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의미였다.

●예비 컬렉터 키우는 구조

세인트 아이브스는 ‘예술촌’(Art Colony)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한 때 런던을 제외하고 예술가가 가장 많았던 지역이다. 1928년 어부 화가 알프레드 월리스에 반해 벤 니콜슨이 이곳에 정착했다. 그 후 조각가 바바라 헵워스, 나움 가보는 물론 화가 마크 로스코, 피에트 몬드리안, 미술 평론가 클레멘트 그린버그도 이곳을 찾았다.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생겨난 갤러리들은 영국의 미술 시장 구조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는 크게 다섯 단계로 나뉜다. △예비 작가의 저가 작품(5만~45만 원) △숙련된 작가의 상업 작품(50만~200만 원) △상업과 파인아트의 경계에 있는 작품(150만~800만 원) △국내 미술사적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1000만~수억 원 대) △세계 미술사에 편입된 작품(수억~수백억 원 이상)이다.

이 암묵적 기준에 따라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시장에 막 진입한 작가의 작품은 첫 번째 단계로 재료비의 7~10배 수준의 가격을 형성한다. 이후 상업적 인정을 받으면 조형성과 인지도에 따라 가격이 올라간다. 그 다음 미술사적, 미학적, 사회적 가치를 기준으로 역량에 따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지역의 크고 작은 갤러리들은 잠재적 컬렉터 양성소 역할을 하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저렴한 작품을 구매해보고,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 같은 공공 미술관에서 세계적 작품들을 보면서 안목을 키운다. 초보 구매자가 성장해 여력이 되면 좋은 작품을 후원하는 컬렉터가 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것이다.

●타깃과 안목 필요한 한국 시장


한국과 콘월의 결정적 차이는 두 가지였다. 작가는 작품을 구매해 줄 ‘타깃’을 인식하고 컬렉터는 ‘안목’을 키워나간다는 점이었다. 세인트 아이브스의 예술가 7명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아트 스페이스 갤러리’는 20년 동안 지속됐다. 소속 작가가 매일 돌아가며 갤러리를 지키고 작품을 판매한다. 바다 풍경을 그린 저렴한 장식 작품 위주였다. 기자가 찾은 4일은 비수기였음에도 이날 벌써 그림 5점이 팔렸다고 했다. 갤러리 설립자 중 한 명인 헬렌 앳킨스는 “작가가 가격을 정하지만 잘 팔리지 않을 때는 경험을 기반으로 서로 조언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초보 작가라도 유명 학교를 졸업하거나 유명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면 작품 가격이 수백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은 불투명한 과정을 통해 책정되기에 시기에 따라 급등락 한다. 고객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는 것은 예술을 상업화하는 것으로 여겨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작가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작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초보 관람객에게는 난해하게 여겨지는 작품이 많다. 관람객의 안목을 키울 초기 시장이 형성되기 어려운 이유다. 콘월에는 고객의 기호를 바탕으로 한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통해 가격이 조절되는 살아있는 시장이 있었다.


세인트아이브스·패드스토우·펜잔스=김민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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