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이어 EU 조준…수십억 유로 규모 보복관세 부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3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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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옌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새 유럽연합(EU) 집행부 간 극심한 갈등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를 둘러싼 EU와 미국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는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에 대한 EU의 불법 보조금 지원 논란과 관련한 분쟁에서 미국의 손을 들어주기로 내부 결정을 내린 상태다. WTO는 13일 EU 집행위원회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통보됐다.

WTO는 향후 양측 의견을 수렴한 후 이르면 이달 30일 판결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트 대통령으로서는 EU에 수십억 유로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미국은 4월 EU의 에어버스 보조금으로 미국이 피해를 봤다며 210억 달러 규모의 관세 표적을 발표했다. 7월에도 4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목록을 발표했다. WTO결정을 토대로 미국은 조만간 치즈 올리브 등 각종 유럽 대표 식품은 물론 루이비통, 샤넬 등 유럽의 유명 명품 등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옌 위원장은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과 시장 지배력 남용을 저격할 인물은 최전선에 내세운 상태다. 11월 새 집행위 공식 취임을 앞두고 최근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 분과 집행위원을 수석부위원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는 구글의 EU 반독점법 위반을 주도하는 등 미국 기업 저격수라 알려진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누구보다 미국을 혐오하는 인물”이라고 비난했을 정도.

EU무역수장인 무역담당 집행위원도 트럼프 대통령을 맹렬히 비판해온 필 호건 현 농업담당 집행위원이 맡게 된다. 그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자신의 잘못 알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유럽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유럽미래기금 개설과 미국의 보복관세 대응법 등을 담은 계획안도 최근 마련했다.

이런 상황에서 11월 유럽산 자동차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양측 간 갈등이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수출 미국 자동차에는 10% 관세가 부과되는데, 미국에 수입되는 유럽 차는 2.5%에 불과하다”며 11월 중순 유럽산 자동차와 부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11월 새 EU 집행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미국과 EU간 갈등이 완화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자 폴리티코는 인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주요 대사를 인용해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며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옌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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