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 ‘대통령 별장’ 저도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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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17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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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휴가지 ‘저도(?島)’가 17일 오후 일반에 공개됐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에 들어서자 “거제시민의 염원, 저도 개방 환영” 등 펼침막 10여개가 눈에 띄었다. 대통령의 휴가지로 금단의 땅이던 저도가 47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저도 배편을 타기 위해 장목면 군농항으로 향했다. 공터에는 ‘경축 저도 개방 환영’이라는 글귀가 적힌 노란 캡모자를 쓴 방문객 300여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되기 전 마지막 주민이던 윤연순(83) 할머니도 참석했다. 윤 할머니는 “47년 전 무작정 뭍으로 나가야 했다. 저도 개방이 우리 가족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저도 탐방이 시작됐다. 배에 올라타자 ‘부우우웅~’하는 엔진소리와 함께 배가 출발했다. 군농항에서 약 4㎞ 떨어진 저도는 10노트(시속 약 19㎞) 속도로 30분가량 걸렸다.

관광객들이 배에서 내리자 섬을 소개해줄 안내요원들이 “저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며 반겼다. 30명이 한 팀으로 안내요원 2명이 담당했다. 이날은 10개팀, 300명이 저도를 방문했다.

산책로는 해군장병들의 숙소로 활용되는 3관에서 제2전망대→2분기점→해송→둘레길→위락부두→모래해변을 돌아 다시 안내소로 도착하는 코스였다. 소요시간은 약 90분.

안내요원을 따라 산책로를 걷던 할머니 두 분은 “계단이 너무 많아 힘들다”며 출발한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되돌아오기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초입 부분인 제2전망대까지 경사가 심한 나무계단 수십개를 올라야했다.

또 사람 손이 닿지 않아 울창하게 자란 나무는 1m 정도인 산책로를 덮어 고개를 숙여 지나야하고, 곳곳의 비포장길에 널부러진 돌부리는 지팡이를 짚고 가는 어르신들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산책로의 벤치에서는 어르신들이 앉아 다리를 주무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젊은 방문객보다도 어르신들이 주를 이뤘고, 방문객들은 대부분 ‘첫 방문’이라는데 의의를 뒀다.

울산에서 왔다는 친구 사이인 이예숙·홍복순씨(61·여)는 “힘들어도 좋아요. 민간인은 오지 못했던 곳인데 저희가 대통령 다음으로 첫발을 디뎠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고 웃어보였다.

32개월된 아들의 손을 잡고 배에서 내린 지순옥씨(39·여)는 “이렇게 처음 공개되는 저도를 오게 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엄마의 손을 꼭 잡은 어린 아들은 신나 보였다.

외국인 남편과 저도를 찾은 거제시민 김예빈씨(36·여)는 “와보니까 확실히 다른 거 같아요. 경치도 좋고 나무도 너무 예뻐요”라고 말했고, 남편 조씨(45)는 “tree nice. very beautiful(좋은 나무, 매우 예쁘다)”고 덧붙였다.

저도가 국민에게 허락되지 않은 건 일본 강점기 이후부터다. 위치의 중요성 때문에 일본군과 6·25 당시 연합군은 각각 통신소와 탄약고로 사용했다. 이후 이승만 대통령의 여름 휴양지가 되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엔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저도가 장목면 유호리로 환원됐지만 이후로도 여전히 국방부 소유지로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사용했다.

저도는 면적은 43만4181㎡로 해안선 길이는 3150m나 된다. 섬의 이름은 마치 모양이 돼지(猪)가 누워 있는 듯하다 해서 붙여졌으며, 도섬이라고도 한다.

저도에는 2층 규모의 청해대 본관과 경호원 숙소, 관리요원 숙소, 장병 숙소, 자가발전소, 팔각정과 산책로, 전망대, 골프장과 해안에 200여m의 인공 백사장 등이 조성돼 있다.

특히 바다 쪽으로는 최장 수령 200년, 둘레 5m, 높이 20m에 이르는 아름드리 해송들이 들어차 있어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경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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