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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도전해볼까?” 세계 알몸자전거 대회 참석해보니 [김윤종 기자의 파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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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도전해볼까?” 세계 알몸자전거 대회 참석해보니 [김윤종 기자의 파리 이야기]

파리=김윤종 특파원입력 2019-09-14 15:54수정 2019-09-3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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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정말 그것을 하고 파리 시내에서 라이딩을 할 수 있을까?”

이달 초 프랑스 파리 시내 주요 시위나 행사를 알려주는 온라인 게시판을 보다가 눈이 번쩍 띄었다.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2019 World Naked Bike Ride(WNBRㆍ세계 알몸 자전거 타기 대회) 파리 개최.’

세상에, 몸과 마음의 모든 무거운 짐을 다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발가벗고 시내 한복판에서 자전거를 타는 세계대회가 있다니…. 놀라왔다. 그리고 누군가의 벗은 몸(특히 이성)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왜 벗고 자전거를 타는지’가 궁금했다. 저널리스트로서의 기자정신이 발휘된 순간이다. 현장 취재를 위해 9일 열리는 WNBR 대회에 직접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순수한 기자정신과 취재의지를 ‘음흉함’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걱정에 69초간 머뭇거렸지만 말이다.

● 세계 알몸자전거 대회(WNBR) 참석해보니


8일 오전 11시(현지시간) 파리 방생느 숲. 파리 시내 끝자락에 있는 이곳은 13세기 초 프랑스국왕 루이 9세가 십자군 원정의 출발기지로 삼은 방생느성(Chateau de Vincennes)이 있는 곳이다. 성 주변에는 지금은 공원으로 활용되는 ‘숲’이 펼쳐져있다. 기자는 입구에서 자전거를 빌려 숲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WNBR 알림장에는 자전거를 가진 채 뱅생느 숲 안에서 집결해 출발하는 것으로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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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쯤 걸어 들어가 보니 멀리서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보였다. 점점 다가갈수록 실오라기 하나 걸치기 않은 채 자전거를 세워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회 참석 전 찾아본 외신들이 떠올랐다. 이 대회의 취지와 규칙을 다룬 내용이었다.

‘세계 알몸 자전거 타기 대회’(WNBR)는 2008년 6월 영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행사다.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은데다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이 심각해져 지구온난화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본격화된 시점이었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삼아 에너지를 절약하고 환경을 지키자는 차원에서 이 대회가 만들어진 것.

당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 친화적인 자전거를 타자’는 메시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다 벗고 타는’ 방식이 고안됐다. 이후 이 대회는 영국, 네덜란드, 그리스 등 유럽을 물론 미국과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WNBR 대회는 누구나 참석 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규칙이 있다. 성적으로 흥분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2015년 영국 캔터베리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한 남성 참석자가 실격을 당했다. 출발 전 ‘그 곳’이 커지는 바람에 대회 자격이 상실된 것이다. 당시 참석자들은 “출발하려는 데 뒤에서 헐떡거리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이 행사를 ‘다른’ 방식으로 즐기고 있는 사람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에 현장 관리 차 경찰과 주최 측에서 해당 남성을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혹시라도 흥분한다면 민망한 상황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현장에 도착하자 완벽히 사라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옷을 홀딱 벗고 자전거를 타기 위해 분주한 모습은 성적 흥분과는 거리가 먼 장면이었다. 기자가 걱정한 것처럼 ‘음흉한 노림수’로 몰려든 남성들로 만 득실거리지도 않았다. 4분의 1정도는 여성이었다. 모든 사람이 다 벗은 채 자전거 타기를 준비하는 모습은 흥분보다는 ‘정말 무언가 이상하고 낯설다’는 느낌을 줄 뿐이었다. 이마저도 한 5분 가량 지나니 사라졌다.

●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대회 준비

“지금 환경이 파괴되고 지구 온난화가 심각합니다. 사람들이 이런 점을 절실히 알아야 해요.”

대회 참가 소감을 묻자 자신을 ‘트럭운전사’라고 소개한 알반 씨가 답했다. 그는 벌거벗은 채 간단히 샌드위치와 치즈 등으로 점심을 떼우고 있었다. 현장을 걸으며 알반 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의 주요부위는 계속 덜렁거렸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기자가 가져온 자전거를 슬쩍 보더니 알반 씨가 말한다.

“벗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죽어서도 다 남겨두고 몸 만 남은 채 떠납니다. 그런데 그 중간.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의 많은 행위가 자연을 죽게 하잖아요. 그 결과가 요즘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모습은 자유분방했다. 일부 참가자는 얼굴 등을 형형색색 물감으로 칠하고 있었다. 피크닉을 즐기려는 듯 13살가량의 딸을 데리고 온 참가자는 물론 연인 사이로 보이는 30대 남녀는 데이트 겸 의미있는 활동으로 대회 참석을 선택한 것처럼 보였다. 프랑스 현지 방송 매체도 취재 차 현장에 나와있었다.

이날 WNBR 대회에 참석한 기자는 ‘상의’를 벗고 대회에 참석하려 했다. 대회 참석 조건이 ‘벗어야’(Naked)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 벗을 용기는 없었다. 기자는 “현장 취재를 나온 한국에서 온 특파원”이라고 설명한 후 상의를 벗었다. 그러나 30초 정도 후에 다시 티셔츠를 입었다.

타인의 벗은 몸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과, 나 자신이 동참해 옷을 벗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막상 상의를 벗고 현장에서 다 벗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자전거를 타는 포즈를 취하자 밀려오는 민망함에 취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이날 현장 주변에는 기자와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도 보였다. 한 20대 여성 2명은 옷을 입은 채 자전거 출발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기자가 다가가서 인터뷰를 요청하자 레지나 씨(23·여)는 “난 독일에서 온 여행객이에요. 누드 자전거 대회는 지구를 생각하는 좋은 취지라고 생각해요”라며 “참석보다는 어떤 행사인지 보기 위해 왔어요”고 말했다. 다소 망설이는 사람들을 의식해서인지 대회 관리를 담당하는 줄리앙 씨(41)는 “‘벗는다’는 생각보다는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적절합니다”라며 “원래 인간도 자연 그 자체이니 그냥 있는 그대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거에요”라고 독려했다.
WNBR 제공

● 경찰과 대치, 파리 시내 라이딩은 결국 무산

오후 2시 경 알몸 자전거 출발을 앞두고 문제가 생겼다. 경찰에서 파리 시내 ‘알몸 라이딩’은 허가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경찰 6명이 나와서 WNBR 대회 주최 측을 설득하는 모습이 보였다.

지난해 6월에도 비슷한 상황이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났다. 당시 시카고에서 열린 WNBR 대회는 미시간 애비뉴, 미시간호 변을 따라 조성된 시카고 도심 주요 도로 22.5km구간에서 사람들이 알몸으로 자전거를 탈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체 특정 부위를 노출하거나 불투명한 소재로 가리지 않을 경우 최대 5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시카고 시 조례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논의 끝에 시카고 시는 대회 목적이 ‘환경보호 메시지 전파’라는 점을 인정하고, 알몸 라이딩을 묵인해줬다. 시위 참가자들은 벗은 채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누볐고, 시민들도 자건거 행렬을 응원하는 등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번 파리 대회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생긴 셈이다. 경찰은 “프랑스 역시 ‘공공장소에서 타인을 대상으로 한 성적 전시는 1년 징역형, 1만5000 유로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형법 222-32조)는 법적 제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경찰의 만류에도 ‘알몸 라이딩’을 강행하려 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계속 압박하자, 어쩔 수 없이 방샌느 숲 내 제한된 공간에서만 알몸 자전거 타기와 각종 공연과 퍼포먼스를 하기로 결정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반면 기자는 안심의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막상 대회에 참석해 옷을 벗고 파리 시내에서 자전거를 타야 할 생각을 하니, 부끄러움 난감함 두려움 등 여러 감정이 교차하면서 참가가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올해 파리 WNBR에서는 시내 알몸 라이딩은 무산됐지만, 프랑스 나아가 전체 유럽 국가들에서는 도심 속 대기 질을 높이기 위한 여러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대기질 개선이 시급한 탓이다. 파리 시의 경우 에팔탑 일대 등 시내 주요 명소에를 관광버스의 진입을 제한할 방침이다. 관광객을 기다리는 동안 관광버스 공회전이 계속되면서 대기 오염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2024년부터는 파리 시내에 진입하는 모든 관광버스는 디젤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교체해야 한다. 또 내년부터 프랑스 공항을 이용하는 모든 항공편의 승객에게 1인당 최대 18유로(2만4000원)를 부과하는 ‘항공환경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독일 역시 도심 대기 질 개선을 위해 2020년까지 20억 유로(2조5200억 원) 투입하기로 했다. 영국은 올해 4월부터 런던 시내 혼잡요금구역을 초저배출구역(ULEZ)으로 지정해 기존 혼잡통행료에 12.5파운드의 부과금을 추가로 내게 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10년 후 유럽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대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즉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과 자연이 흡수하는 양이 동일해질 정도로 환경을 개선할 방침이다. 대기오염을 줄이고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환경보호를 전면에 내세운 녹색당이 이전 선거보다 9.8%포인트 오른 20.5%를 득표해 돌풍을 일으켰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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