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골란고원에 이름 딴 ‘트럼프 고원’ 유대인 정착촌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7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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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골란고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딴 유대인 정착촌 개발에 나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16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골란고원 북서부 브루힘 지역에 새로운 정착촌을 건설하겠다고 밝히며 ‘트럼프 고원(Trump Heights)’이라고 적힌 대형 표지판 제막식을 열었다. 표지판에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국기가 나란히 새겨졌다.

골란고원은 시리아 영토이지만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점령해 자국 영토에 병합했다. 유럽과 중동 등 국제사회는 이를 불법 점령으로 규정하고 병합 자체를 인정하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3월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공식 인정해 논란이 일었다. 새 정착촌이 건설될 부루힘 지역에는 약 30년 전 옛 소련에서 넘어온 유대인 이민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골란고원은 이스라엘 땅으로 이를 인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원한 친구”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엄청난 영광을 준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에게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트럼프 고원 정착촌 개발이 계획처럼 진행될 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이 4월 총선에서 크네세트(의회) 전체 120석 중 35석을 확보해 제1당에 올랐지만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9월 선거를 다시 치러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야권은 이날 제막식을 두고 ‘홍보용 행사’라고 깎아내렸다. 야권 인사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고원이라는 유대인 정착지 건설 계획은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가짜 정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예루살렘 법원은 이날 공금으로 고급식당 음식을 주문한 네타냐후 총리 부인에게 공금유용 혐의를 적용해 벌금 1만5000달러(약 1770만 원)를 선고했다. 관저 요리사를 두고도 2010~2013년 외부 고급 음식점에서 약 10만 달러(약 1억1800만 원)어치의 음식을 주문했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뇌물수수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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