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논어 20편의 구절 따라 배우는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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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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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논어 그 사람 공자/ 이덕일 지음/440쪽·1만7500원·옥당

공자(孔子) 전성시대다. 문화혁명의 광풍 속에 ‘비림비공(批林批孔·린뱌오와 공자 비판)’의 표적이 됐던 ‘반동’ 공자는 21세기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부활했다. 공자 죽이기에 나섰던 중국 정부는 블록버스터 영화 ‘공자, 춘추전국시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공자의 집과 사당도 새로 단장했다. 한국에선 고전 읽기 붐의 선두에 공자가 있다. ‘논어’를 소재로 한 인문서 외에 ‘공자, 경영을 논하다’ ‘마케팅을 공자에게 배우다’ 같은 경영서적까지 나왔다.

‘내 인생의 논어 그 사람 공자’는 역사학자 이덕일 씨가 “공자의 말과 삶에 현재적 역사성을 부여하려는 시도” 끝에 나온 책이다. 은(殷)나라의 후예로 노(魯)나라에서 태어나 주(周)나라로 돌아가자고 주창하다 은나라 사람으로 세상을 뜨기까지 학자와 정치가로 살아온 공자의 일생을 ‘논어(論語)’ 20편의 구절로 따라간다.

한국사학자인 저자는 공자의 여러 면모를 설명하면서 그와 연관된 한국사 속의 인물을 불러낸다. ‘학이시습(學而時習·배우고 때로 익히다)’에서 호학(好學)군주 정조를, ‘선부후교(先富後敎·부유하게 한 후 가르친다)’에서 애민군주 세종의 식위민천(食爲民天·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을 언급하는 식이다.

제5편 ‘공야장(公冶長)’의 ‘불여호학(不如好學·배움을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조선 중후기의 시인 김득신(1604∼1684)이 나온다. 김득신은 ‘사기(史記)’의 ‘백이열전(伯夷列傳)’을 11만3000번 읽은 공부벌레였다.

제15편 ‘위령공(衛靈公)’의 ‘인불양사(仁不讓師·인에 대해서는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는 공자도 비판의 대상이 될 정도로 자유로웠던 ‘공자학단’의 학풍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다. 여기서 반어적으로 나오는 인물이 조선 후기의 문신 윤휴(1617∼1680)다. 주자학을 절대적인 사상으로 떠받들던 시기에 윤휴는 “천하의 이치를 어찌 주자 혼자 알고 나는 모른다는 말이냐”고 반박하다 사형을 당했다.

저자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인물은 조선 후기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1762∼1836)이다. 당시 조선은 군약신강(君弱臣强)의 나라였고 2500년 전 공자가 살았던 노나라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저자는 ‘위령공’편의 ‘유교무류(有敎無類)’를 ‘가르치는 데는 계급이 없다’로 해석하고 공자가 평등사상을 옹호했다고 지적했다. 다산도 논어 주석서인 ‘논어고금주(論語古今註)’에서 ‘하늘이 사람을 내릴 때는 귀천의 구별을 두지 않았으며… 가르침이 있으면(有敎) 모두 같다(皆同). 이것이 무류(無類)다’고 했다. ‘예기(禮記)’의 ‘가정맹호(苛政猛虎·가혹한 정치는 범보다 무섭다)’에선 다산의 시 ‘애절양(哀絶陽)’이 나온다. 순조 3년(1803년) 생후 3일 된 아이가 군포(軍布)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전에게 소를 빼앗겼다는 기막힌 이야기를 듣고 쓴 시다.

책 말미에 제1편 학이(學而)부터 제20편 요왈(堯曰)까지 논어 20편의 원문이 나온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책의향기#인문사회#내인생의논어그사람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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