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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실, 기막힌 ‘책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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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실, 기막힌 ‘책따’

김윤종기자 입력 2015-03-17 03:00수정 2015-03-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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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에 책읽는 학생들 왕따… “찌질하게 웬 독서” 비아냥-방해
“왜 너는 책을 읽니?” 책을 펼치면 친구들의 목소리가 귀에 맴돕니다. 처음에는 ‘내가 예민한가’라고 생각도 했지요. 어쨌든 교실에서 책 보기가 꺼려집니다. 스트레스 받은 것 같아요. 단지 독서를 좋아할 뿐인데…. 중학교 때는 교실에서 책을 읽는 친구가 1, 2명은 있었는데…. 고등학교 올라오니 쉬는 시간에 교과서, 참고서 외의 책을 보는 학생이 아예 사라졌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책 보는 저를 보면 신기하게 여기고 간혹 비아냥거리고 싶은 걸까요?

서울 A고등학교에 다니는 정은영(가명·18) 양의 독백이다.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지적은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책을 읽는 친구를 무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분위기까지 생겼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학교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과거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를 하지 않으면 따돌림을 받아 ‘닌텐도 왕따(닌따)’라는 말이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한 것처럼 독서하는 친구를 ‘책따’시키는 모습이 생긴 것이다.

“아빠가 저 대신 왕따당해 볼래요?” 회사원 박모 씨(45·경기 고양시)는 최근 중학생 딸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박 씨가 딸에게 “학교에서 틈틈이 독서 좀 하라”고 하자 딸이 “교실에서 책을 보면 친구들이 이상하게 본다. 왕따 된다”며 반발한 것. 옆에 있던 고등학생 아들도 거들었다. “책을 보는 것 자체가 올드패션, 즉 구닥다리처럼 여겨져 핀잔을 받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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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실, 기막힌 ‘책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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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이 지역, 학교, 학생의 성적에 따라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출판전문가들은 “요즘 청소년 사이에 ‘책따’ 분위기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최근 2년 사이 상당수 청소년들이 독서 행위를 ‘찌질하게’ 생각하고 친구가 독서를 하면 장난 삼아 방해를 하는 등 책에 대한 경시 풍조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 ‘책따’ 현상마저

동아일보 취재팀이 2월 3∼6일 서울 시내 중학생 97명을 대상으로 독서할 때 친구들의 반응과 행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굳이 왜 책을 보느냐며 놀렸다’(11명), ‘굳이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6명), ‘잘난 척한다며 무시한다’(5명), ‘책을 읽지 못하게 장난을 걸었다’(4명), ‘그냥 좋게 보지 않는다’(3명) 등 부정적인 대답이 30%(29명)나 됐다. 반면 ‘책 읽는 모습을 좋게 본다’,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등의 긍정적인 응답은 21%(20명)에 불과했다. ‘모른 척한다’(23명)거나 ‘책을 읽지 않아 반응을 모른다’(16명)고 답한 학생도 많았다.

이 같은 반응의 원인은 독서가 청소년 문화에서 워낙 드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쉬는 시간이나 등하교 대중교통 내에서 독서한 적이 있나’와 ‘같은 상황에서 독서하는 친구를 본 적이 있나’는 질문에 각각 70명(72%)과 65명(67%)이 ‘없다’고 답했다.

현장 교사들은 청소년들이 책을 읽을 심적 여유가 없다는 것을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서울 B고등학교의 교장은 “모든 것이 입시 위주이기 때문에 일부러 독서를 유도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며 “특히 우수한 아이들이 특목고 등으로 빠져나가 일반고 학습 분위기가 망가지면서 스스로 독서하는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C중학교의 한 교사는 “부모 교육, 경제력이 높은 지역은 그나마 독서 분위기가 남아 있지만 반대인 곳은 책 읽는 학생이 드물다”고 했다.

○ 청소년과 책이 친해질 기회 절실

출판전문가들은 청소년의 매체 이용 문화가 바뀐 점도 또 다른 원인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통계청 조사 결과 스마트폰 보급률은 36.2%(2011년)에서 81.5%(2013년)로 증가한 반면 청소년 독서율은 84.8%(2007년)에서 72.2%(2013년)로 하락했다. 책을 1년간 한 권도 읽지 않은 청소년이 4명 중 1명이나 됐다.

국내 청소년 독서진흥책이 지나치게 교육적 효과를 강조해 아이들에게 부담만 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동대문구 D중학교 교사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도서관에서 발표하는 청소년 권장도서가 내용과 의미를 중시하다 보니 아이들의 흥미와 동떨어진 책인 경우가 많다”며 “책에 대한 흥미를 높일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교실#책따#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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