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꿰뚫는 유산슬, 선거판도 접수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4월 3일 06시 57분


트로트가수 유산슬(유재석)의 노래 ‘사랑의 재개발’이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겨냥한 각 정당의 선거 로고송으로 떠올라 2일부터 시작된 선거운동 현장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트로트가수 유산슬(유재석)의 노래 ‘사랑의 재개발’이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겨냥한 각 정당의 선거 로고송으로 떠올라 2일부터 시작된 선거운동 현장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 4·15총선 본격 선거운동…‘사랑의 재개발’이 뜨는 이유

귀에 꽂히는 가사·중독성 강한 멜로디
“모든 정당에 오픈”…여야 나란히 선택
발표 5개월만에 ‘무조건’ ‘엄지척’ 앞서
‘합정역’ 러브콜…작사가 유재석이 거절

“싹∼다! 갈아 엎어주세요∼/머리부터 발끝까지∼/모조리 싹∼다!”

예상된 선택이다. 개그맨 유재석의 또 다른 이름인 트로트가수 유산슬의 노래 ‘사랑의 재개발’이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나선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최애’ 선거 로고송으로 각광받고 있다. 귀에 꽂히는 노랫말, 한 번 들으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의 힘이다.

각 정당마다 차이가 나지만 보통 10여곡을 채택해 선거 로고송으로 활용하는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는 ‘사랑의 재개발’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으로부터 동시에 선택받았다. 그동안 선거 로고송으로는 박상철의 ‘무조건’, 홍진영의 ‘엄지척’ 등 대중성을 갖추고 중독성 강한 한 마디의 ‘구호’ 같은 노랫말을 담은 트로트곡이 몇 년째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야 할 것 없이 발표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은 최신 트로트곡을 택했다.

‘사랑의 재개발’은 지난해 11월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유산슬이 내놓은 곡이다. 작곡가 조영수가 작곡과 편곡을 맡고 김이나 작사가가 노랫말을 썼다. 발표 직후부터 이미 ‘4·15 총선 선거 로고송으로 유력하다‘는 예측이 나왔고, 예상은 적중했다. 로고송 사용 요청이 이어지자 저작권자인 조영수 작곡가와 김이나 작사가는 “모든 정당에 오픈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따라 여야 나란히 같은 곡을 쓰게 됐다.

트로트가수 유산슬(유재석). 사진제공|MBC
트로트가수 유산슬(유재석). 사진제공|MBC

선거 로고송 사용을 위해선 저작권자들의 동의는 물론 노랫말을 바꿀 수 있는 ‘인격권 동의 변경’이 필수다. 각 정당은 이를 거쳐 개사해 선거운동에 쓴다. 더불어민주당은 “싹 다 0번 해주세요, 최고의 일군 기호 0번 000”으로, 미래통합당은 “싹 다 갈아엎어 주세요, 기호 0번 000이 싹 다 바꿀게요”로 가사를 바꿨다.

다만 올해 총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차분하게 치르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흥을 돋우는 ‘사랑의 재개발’이 실제로 얼마나 쓰일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대표 선거 로고송을 전인권의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로 택했다.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랑의 재개발’을 마음껏 쓰지 못하는 데는 “싹 다 0번 해주세요”라는 가사가 자칫 더불어시민당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역구 후보들의 경우 “싹 다 0번 해주세요”라는 가사로 투표 기호를 내세울 수 있지만, ‘비례 위성정당’으로 인식되는 더불어시민당은 기호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랑의 재개발’만큼 인기인 유산슬의 또 다른 히트곡 ‘합정역 5번 출구’는 선거 로고송으로 쓸 수 없다. 공동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유재석의 의지다. 노랫말을 쓴 이건우 작사가는 2일 “유재석이 선거송으로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피력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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