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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는 무조건 ‘섬싱 뉴’… 없던걸 만들어야 해외서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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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는 무조건 ‘섬싱 뉴’… 없던걸 만들어야 해외서 통해”

김재희 기자 입력 2020-02-14 03:00수정 2020-02-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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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 View]〈3〉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가 환히 웃고 있다. 에이스토리가 제작한 드라마 제목들이 사무실 벽에 빼곡하다. 조선시대 좀비 드라마 ‘킹덤’으로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경험한 이 대표는 “아시아만의 독특한 문화를 소재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드라마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지난해 1월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 조선시대 좀비 드라마 ‘킹덤’은 해외에 ‘K좀비 열풍’을 일으켰다. 보는 사람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생생한 좀비들, 이에 대비되는 아름다운 궁궐과 오색 단풍 그리고 전통의상이 세계를 사로잡았다. 해외 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킹덤은 ‘멋진 모자(fancy hat)’에 대한 드라마”라고 부르기도 했다. 멋진 모자는 갓을 뜻한다.

“미팅하러 간 미국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어요.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가 ‘킹덤은 대단한 드라마다. 어떻게 만들었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시장인 미국에서 인정받아 정말 뿌듯했습니다.”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이스토리’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백 대표(56)의 말이다. 킹덤 시즌2는 다음 달 13일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다.

이 대표가 2004년 드라마 ‘올인’의 최완규 작가, 유철용 감독과 함께 설립한 에이스토리는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상장하며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를 꿈꾸고 있다. 지금까지 성적을 놓고 보면 꿈만은 아닌 듯하다.


킹덤의 김은희 작가 각본으로 방영 당시 국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시그널’은 일본에서 드라마로 리메이크됐고 곧 영화로까지 나온다. 백미경 작가의 ‘우리가 만난 기적’은 미국에서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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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었다. “드라마는 작가예술 아니겠느냐”고 설득해 ‘대장금’의 김영현 작가, ‘최고다 이순신’의 정유경 작가가 모였지만 자본금 1억 원에 불과한 에이스토리는 이들에게 줄 계약금이 없었다. 투자 유치를 위해 작가들 머릿속의 아이템을 정리한 책자를 뿌렸다. “참 용감했어요. 지금이라면 표절당할 위험이 있어 절대 못하죠. 하하.”

킹덤의 성공으로 ‘퀄리티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사실을 더욱 믿게 된 이 대표는 드라마 제작 현장을 건축 공사장에 비유했다. “드라마 만드는 일은 건물 올리는 것과 똑같아요. 비가 와서 하루 공쳐도 스태프에게 돈을 줘야 하죠. 공사기간이 길어질수록 제작비는 늘어나고요.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빨리 찍고 돈을 아낄 것인가, 될 때까지 찍을 것인가.”

에이스토리와, 제작비를 투자한 넷플릭스는 후자를 택했다. 킹덤 6부작을 만드는 데 16부작 드라마 제작에 맞먹는 시간이 들었다. 편당 제작비는 2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저러다 에이스토리 망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공사기간을 늘리면서까지 퀄리티를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유료 이용자를 유지하려면 거기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완성도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별로면 (무료로) 한 달 보고는 관둡니다. 재미있게 본 것의 다음 시즌이 나오면 그걸 보려고 계속 구독하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느냐’보다 ‘얼마나 잘 만들었느냐’가 중요한 까닭입니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은 OTT가 갖는다. 킹덤의 IP도 넷플릭스에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화살로 사냥해서 다 갖기보다 총으로 사냥하는 법을 배우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과 협업해 경험을 쌓는 일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봉준호 감독도 ‘설국열차’ ‘옥자’ 등을 찍으면서 할리우드의 눈높이를 경험했을 겁니다. 최첨단 기술을 추구하는 할리우드와 같이 일하지 않으면 얻기 어려운 경험입니다.” 킹덤도 후반작업은 넷플릭스 등 해외 업체의 힘을 빌렸다.

이 대표는 킹덤의 성공을 기반으로 한국적 콘텐츠로 글로벌 OTT를 공략할 생각이다. 차기작도 한국 일본 중국을 배경으로 광복 직후부터 현재를 오가는 대서사시 같은 드라마다. 10년 넘게 스토리를 구상한 작가가 대본을 집필하고 있어 이르면 올해 말 촬영에 들어간다.

사극 드라마도 계획하고 있다. 동아시아 문화권에 대한 서양 업체들의 높아진 관심을 체감하면서 에이스토리가 나아갈 방향에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결국 한국 이야기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무조건 ‘섬싱 뉴(something new)’, 없던 걸 만들어야 해요. 해외에서 과연 성공할지 반신반의했던 조선시대 좀비가 히트를 친 것처럼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한국적인 콘텐츠를 만들 겁니다.”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

△1964년 10월 출생
△미국 뉴욕공과대(NYIT) TV 프로덕션 석사
△1994년 KMTV(현 Mnet) 음악 PD
△1997년 국민일보 비서실 기자
△2002년 ㈜엔터원 대표이사
△2004년 ㈜에이스토리 대표이사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에이스토리#킹덤#이상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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