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장 충격 줄이려 실적악화 예고… 10兆→6兆 급감 예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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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기대 하회” 사상 첫 사전 공시


삼성전자가 26일 사상 처음으로 실적 기대치를 낮추기 위한 자율공시를 한 데에는 시장 전망치가 실제에 비해 너무 높다는 내부 우려가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1분기(1∼3월) 영업이익 시장 추정치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가 나왔던 1월 말 이후 꾸준히 하향 조정돼 왔다. 당초 8조6000억 원 수준에서 이달 26일 기준 7조1000억 원까지 떨어졌지만, 이마저도 너무 높게 전망됐다는 것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다음 달 5일 1분기 잠정실적 발표 전에 시장 기대치와 실제 간 갭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미리 어닝쇼크를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둔화는 예고됐던 대로 지난 2년 넘게 이어져 온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호황이 끝난 탓이 가장 크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최근 중국 패널업체들이 공급을 크게 늘리면서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예상보다 급격하게 떨어진 데다 애플 등 주요 고객사의 수요가 줄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날 공시 이후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전망치를 6조2000억 원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3조7000억 원, 디스플레이 부문은 ―7000억 원으로 각각 전망했다. 반도체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7조7700억 원, 디스플레이 부문은 9700억 원이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증가 속도가 빨라 고스란히 재고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디스플레이 부문도 ‘갤럭시S10’의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주문 감소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자업계는 삼성전자의 이례적인 자율공시에 적잖게 당황한 분위기다. 다른 국내 전자업체들도 1분기 실적이 곤두박질친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메모리 사업 비중이 절대적인 SK하이닉스의 경우 1분기 실적이 지난해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매출 비중의 80%를 LCD에 의존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 역시 패널 가격 하락 때문에 1분기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영업손실 규모가 작년 동기와 비슷한 9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실적 둔화 공시가 해외에서는 종종 있었지만 국내에선 사실상 유례없는 일”이라며 “오전부터 각사 IR팀이 삼성처럼 자율공시를 해야 할지 서로 눈치 보며 바쁘게 움직였다”고 전했다.

2016년부터 2018년 중반까지 사상 최대 이익을 연달아 경신하며 ‘실적 잔치’를 벌였던 정유, 석유화학업계 역시 지난해 4분기 유가 하락과 주요 제품 마진 악화로 ‘어닝쇼크’를 겪은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이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7120억 원)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저유가가 2월까지 이어지면서 배럴당 1, 2달러대에 불과했던 정제 마진 가격이 3월에서야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달러대를 겨우 회복한 데다 에틸렌 등 주요 화학제품도 수요 약세로 이익을 못 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영업이익이 6000억 원대로 전망하는 증권가 평균 추정치와 달리 3000억 원대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 역시 1년 전에 비해 30% 이상 감소한 4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마저 실적이 크게 둔화되면서 지난해에 비해 법인세도 3분의 1 토막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 협력사들도 실적 타격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황태호 기자
#삼성전자#메리츠종금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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