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이태양, 정우람 등 실명 공개 근거가…브로커 발언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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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10일 1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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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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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을 해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영구실격 제재를 받은 NC 다이노스 투수 출신 이태양(24)이 승부조작의 전말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올 시즌 ‘세이브왕’ 정우람(33·한화 이글스) 등을 언급해 후폭풍이 거세다. 브로커의 말 외에는 어떠한 증거도 내놓지 못 했기 때문. 만약 정우람 등의 승부조작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이태양은 명예훼손 등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양은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승부조작 브로커 조모 씨가 제안한 승부조작의 전말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정대현, 문성현(이상 넥센), 김택형(SK), 김수완(전 두산), 정우람(한화), 이재학(NC) 등의 실명을 언급했다.

이태양은 조 씨가 자신에게 정대현 등도 승부조작에 가담한 전력이 있다고 설명하며 승부조작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승부조작 브로커로 지목된 문우람에 대한 해명자료엔 ‘이 사건으로 이익을 본 사람’이라며 정우람의 이름도 적시했다. 그러면서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태양의 발언은 조 씨의 제안과 불법 사설 토토 베팅방 운영자 최모 씨가 검찰에서 했던 증언을 토대로 이뤄졌다. 실명이 언급된 선수들의 승부조작 의혹 근거는 이게 전부다. 이태양 본인도 정우람 등이 실제 승부조작이나 베팅을 했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실명 공개 명분이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거명된 선수 중 일부는 이미 검찰 조사를 받고 혐의가 없다는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재학은 2016년 창원지검과 지난해 의정부지검으로부터 승부조작 혐의에 대해 모두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문성현과 정대현도 2016년 참고인 조사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실명을 언급한 건 성급한 판단이 아니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승부조작 의혹이 불거진 것만으로도 명예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 실제 일부 야구팬들 사이에선 이태양의 실명 거명에 의존해 정우람 등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을 관련 기사에 적고 있다.

실명이 거명된 선수의 구단은 사실 무근이라며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약 실명이 공개된 선수들의 승부조작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승부조작이라는 민감한 이슈로 팬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이태양의 실명 공개는 자충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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