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한 “이젠 한국인으로 한국서 활동”

  • 입력 2006년 10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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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왓츠 업!"이라며 어깨를 칠 줄 알았으나 그는 손을 내밀고 정중히 인사를 청했다. '하이브리드 록' 밴드 '린킨 파크'의 멤버인 재미교포 2세 한국인 조셉 한(Joshep Hahn·30). "로커가 너무 얌전하다"고 했더니 그는 수줍은 듯 한국어로 말했다. "에이, 저도 한국 사람이에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세 번째 방한이지만 이번에는 특별하다. 앞으로 영화 제작과 솔로 앨범 등 한국에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으로 만든 단편 영화 '더 시드'는 20일 폐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 패션' 부문에 선정됐다.

지금까지 그는 '린킨 파크'의 멤버이자 DJ로 이름을 알렸다. '린킨 파크'는 2000년 데뷔, 지금까지 발표한 네 장의 앨범(정규앨범 두 장)으로 세계 2000만장의 판매를 기록했다. 이 중 조셉은 음악 활동과 별도로 '페이퍼 컷' '섬웨어 아이 빌롱' 등 밴드 히트곡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왔다. 영화감독이 된 것은 그리 낯설지 않은 일.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어요. 대학도 미술 전공(미국 파사데나 아트스쿨)을 했었죠. 그러다 취미로 시작한 음악 생활이 그룹 '린킨 파크'로 이어졌고 뮤직비디오 제작을 맡았죠. '올드 보이' '공동경비구역 JSA' 같은 한국 영화를 보면서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키워온 건데…. 지금에서야 그 꿈이 이루어진 셈이죠."

'더 시드'는 한국인 출신 할리우드 배우 윌 윤 리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머릿속에 인공칩을 박은 주인공 '성'이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괴로워한다는 줄거리다. 자신의 정체성을 알지 못한 채 방황하는 주인공의 삶은 조셉을 비롯한 미국 내 한인들의 모습과 맞물려있는 듯 하다.

"어릴 적 미국 텍사스에서 자랐는데 주위에는 키도 크고 피부도 하얀 사람들 뿐이었죠. 아무리 밥과 김치를 먹어도 '난 누구인가'라는 고민과 혼란은 늘 저를 괴롭혔죠."

그는 "'린킨 파크'의 멤버로 성공했지만 집에서는 의사 변호사가 최고라는 생각을 가진 부모님과 살면서 밖에서는 개방된 미국 문화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에서 좋아하는 배우 차인표도 만났고 복어도 처음 먹어봤다"며 "음악이든 영화든 부모님이 가르쳐주지 못한 한국의 또 다른 부분을 배우는 셈치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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