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레스토랑‘외국인 서버’ 마케팅 효과 굿!

  • 입력 2005년 6월 24일 0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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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12층에 최근 문을 연 태국 음식점 ‘타이 오키드’에 들어섰더니 매장 총괄 매니저 완차이 아루로타야놋(53) 씨가 ‘굿이브닝, 서(Sir)!’라며 맞이한다.

메뉴를 받아들자 그는 태국 음식에 대해 친절하게 영어로 설명해 준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잠시 지나니 이국의 레스토랑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외국인이 손님을 응대하는 국내 레스토랑이 늘고 있다.

외국인 손님이 많기도 하지만, 최근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한국인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서버(server)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 ‘움직이는 인테리어’

조선호텔 이탈리아 식당 베키아앤누보의 외국인 서버 미할 아쉬미노브 씨. 외국인 서버들은 이국적인 외모와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또다른 매력을 준다. 강병기 기자

3월 말 롯데백화점 명품관 애비뉴엘에 문을 연 ‘타니 넥스트도어’에는 2명의 외국인 웨이트레스가 파트 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싱가포르 출신 샤우 웨이제이(23)와 일본인 시오리 이오(29) 씨가 그들. 이곳 레스토랑의 서비스 일을 통해 한국어를 익히고 있다는 이들은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서비스뿐만 아니라 이색적인 실내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곳 레스토랑은 외국인 손님이 30∼40%에 달해 한국인 서비스맨으로는 한계가 있어 외국인을 고용했다. 이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언어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이런 사실이 외국인들 사이에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독일어나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없느냐”는 문의 전화도 자주 온다.

‘타이 오키드’의 완차이 아루로타야놋 총괄 매니저는 태국인이다. 이곳의 지분 50%를 가진 태국 바이옥호텔이 자사 호텔 총지배인 출신인 그를 파견했다. 메뉴를 총괄하며 고객에게 음식을 설명하고 선택을 도와주는 그는 “태국 음식의 원형을 살리는 일이 나의 주업무”라며 “이곳을 찾는 중장년 한국인들도 영어를 잘해 소통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타이 오키드의 한국 파트너업체인 굿타이의 유양훈(37) 이사는 “현지 음식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갖춘 매니저가 있으면 식당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높은 품질의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선호텔 이탈리아 식당 ‘베키아앤누보’도 2002년부터 불가리아 출신의 미할 아쉬미노브(24) 씨를 웨이터로 고용하고 있다. 아쉬미노브 씨는 미남형인데다 넉살이 좋아 ‘아줌마’ 고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이 같은 외국인 서버들은 ‘움직이는 인테리어’로 통한다. 한국인 고객들이 외국어로 대화하고 음식을 주문하면서 식사 외에 다른 풍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타니 넥스트도어’의 김흥기(51) 사장은 “한국인 손님들은 이들을 이국적이고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인테리어 요소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대 외식조리관리학과 나정기(52) 교수는 “외국 음식을 현지인이 설명하면 정보 제공과 신뢰의 차원에서 서비스의 질이 올라갈 수 있다”며 “유창한 외국어로 음식을 주문하는 행위 자체도 고객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 서버들에 대해 “영어를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손님도 간혹 있으며 서비스가 다소 느린 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이정현(41·홍보대행사 사장) 씨는 “레스토랑의 풍경이 색다르고 외국인 손님을 접대할 때 편하지만 서비스가 느린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 서비스 문화의 차이

조선호텔 베키아앤누보의 아쉬미노브 씨는 호텔의 새 업장이 생길 때 ‘비공식’ 오프닝 멤버로 참여하기도 한다. 한국인 서버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점을 지적해 주곤 하기 때문이다. 베키아앤누보 김정운(39) 지배인은 “공손하지만 정형화된 한국식 서비스와 달리 유머가 있고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아쉬미노브 씨의 방법은 배울 만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서버들은 또 동서양의 서로 다른 서비스 문화를 알려주기도 한다. 손의 경우 한국에서는 앞으로 모으고 있어야 하나, 서양에서는 보이지 않게 뒷짐을 지고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물잔을 채워주는데, 서양에서는 이런 서비스가 식사를 방해하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타니 넥스트도어의 양민영(25) 캡틴은 “외국인 직원에게서 서로 다른 서비스 문화를 실감하고 다양한 서비스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스토랑에서 쓰는 한국식 엉터리 영어 ‘콩글리시’를 바로잡는 것도 외국인 서버들의 몫이기도 하다. 이들은 “서비스로 드립니다”는 뜻의 영어를 ‘This is service’가 아니라 ‘This is complimentary’ 또는 ‘This is on the house’로 고쳐 준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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