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갑자기 떠서 얼떨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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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올스타전 베스트5 KT 이재도

KT 이재도
KT 이재도
별들이 모이는 프로농구 최대의 축제, 올스타전. 하지만 지난 시즌 KT 이재도(24)에겐 그저 ‘남의 잔치’였다. 그해 혹독한 데뷔 시즌을 치렀던 그는 ‘과연 내가 저런 데서 뛸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올스타전 경기를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부러움이 섞인 질투였다. 그랬던 이재도가 10, 1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2014∼2015 프로농구 올스타전 베스트 5로 선정됐다.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재도 자신이었다.

이재도는 팬 투표에서 1만1570표를 얻어 올 시즌 올스타전의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해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 주역인 인삼공사 오세근(1만4504표), 모비스 양동근(1만4225표), KT 조성민(1만1776표)에 이어 전체 4위를 차지했다. 27세 이하 선수로 구성된 드림팀(주니어)에서는 SK 김선형(1만950표)을 제치고 1위에 이름을 올렸다.

2일 KT의 안방인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만난 이재도는 “(김)선형이 형보다 많은 표를 받아서 깜짝 놀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득표 비결로 그는 ‘지난 시즌과 180도 달라진 경기력’을 꼽았다.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초반 아무것도 못하던 선수가 지난해 11월 12일 삼성과의 경기부터 갑자기 두 자릿수 득점을 하는 선수가 돼 눈에 띄었을 것 같다. 나이가 어려 팬들에게 아직 신선한 얼굴인 점도 작용한 것 같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확실히 올 시즌 이재도는 달라졌다. 이재도는 전환점으로 꼽은 삼성전에서 28득점을 폭발시킨 뒤 21경기 중 13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평균 10분 45초를 뛰며 2.1득점을 기록한 그의 올 시즌 평균 기록은 23분 54초 출전에 9.1득점. 전태풍 조성민 등 KT의 핵심 전력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것이 그에게는 기회였다.

이재도의 ‘돌풍’ 활약에 “10경기는 더 지켜봐야 한다”던 전창진 KT 감독(52)도 고개를 끄덕였다. KT의 ‘믿을맨’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이재도의 첫 번째 올스타전 목표는 팬들에게 덩크슛을 선물하는 것이다. 키가 179.8cm로 코트에서 단신인 그는 “기회가 된다면 점프력을 보여주고 싶다. 꼭 림에 한 번 매달려 보겠다”며 웃었다.

한솥밥을 먹고 있는 선배 조성민(32)과의 첫 대결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한양대 선후배 출신인 조성민과 이재도는 올스타전 이틀간 상대팀 가드로 만난다. 이재도는 “(조)성민이 형은 같은 팀이어서 정말 다행이다 싶은 선배지만 올스타전에선 재미있게 맞붙고 싶다. 내 장점을 잘 이용해서 잠깐이라도 이겨보고 싶다”고 했다.

실력은 부쩍 성장했지만 이재도는 아직 프로 2시즌째를 맞은 어린 선수다.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해 달라는 부탁에 쑥스러워하는 모습에서 풋풋함이 묻어났다. “가드로서 경기 운영이나 패스 면에서 아직 부족하다. 앞으로 뛸 날이 더 많으니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선수가 되겠다. 올 시즌이 끝날 때 어린 선수가 팀에 큰 역할을 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수줍어하던 이재도의 표정에서 어느새 단단한 의지가 배어나왔다.

한편 올스타전 하프타임 때 신동파 전 대한농구협회 부회장(71), 이충희 전 동부 감독(56), 문경은 SK 감독(44)이 이벤트로 슛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이재도는…

―나이: 24세
―체격: 179.8cm, 73.3kg
―출신교: 한양대
―포지션: 가드
―데뷔: 2013 드래프트 전체 5순위(KT)
―지난 시즌 성적: 평균 2.1득점, 1.4리바운드, 1.3어시스트, 평균 10분 45초 출전
―올 시즌 성적(6일 현재): 평균 9.1득점, 2.9리바운드, 2.5어시스트, 평균 23분 54초 출전

부산=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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