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해빙 악순환 끊고, 평화의 문 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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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실세 3인 방문이후]향후 남북 고위급 접촉에 기대감
北엔 추가도발 사전 경고하며… 인도적 현안에 전향적 자세 촉구
유엔-獨서와 달리 ‘인권’ 거론안해… 흡수통일 추구 안한다는 의지 전

“평화통일의 길 닦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과 관련해 “단발적 대화에 그치지 않고 남북대화의 정례화를 이뤄 평화통일의 길을 닦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평화통일의 길 닦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과 관련해 “단발적 대화에 그치지 않고 남북대화의 정례화를 이뤄 평화통일의 길을 닦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 핵심 실세 3인방이 남한을 다녀간 이틀 뒤인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던진 대북 메시지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악순환 끊기와 △진정성 있는 행동 △평화의 문 열기가 바로 그것이다. 모두 최근까지의 대북 메시지와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올해 3월 제시한 드레스덴 통일 구상이나 지난달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한 유엔총회 연설 메시지의 주체는 북한 주민이었다. 하지만 이날 메시지의 대상은 북한 정권이었다. 결국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해 직접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 “악순환 반복으로는 지속적 발전 불가”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남북 관계는 남북 접촉 후에도 분위기가 냉각되는 그런 악순환을 반복해서는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련 부처에 (2차 고위급) 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향후 고위급 접촉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동시에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우려도 함께 드러낸 셈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남과 북이 2차 고위급 접촉 개최에 합의한 것은 향후 남북 관계 개선에 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신중하게나마 남북 간 대화에 기대감을 드러낸 배경에는 4일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이 12시간을 머무는 동안 보인 파격적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남북 간 고위급 접촉에 정통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군복을 입은 황병서나 다른 북측 인사들이 모두 10·4선언 7주년이었던 당일 10·4선언이나 6·15공동선언 이행에 대한 일체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며 “그 자체가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이날만큼은 그들이 ‘통전(통일전선·대남선전전)’을 위해 내려온 것은 아니라는 의지를 확실히 보이려 한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북한의 대표적 매체인 노동신문도 5, 6일 한국 정부나 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을 일절 하지 않았다. 4일까지 막무가내로 비난 세례를 퍼부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 “진정성 있는 행동”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이라고 거듭 촉구했다. 단기적인 변화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같은 인도주의적 현안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라고 압박한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단기적인 비방 중단뿐 아니라 현 정부가 중시하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생존자 확인 등과 같은 인도주의적인 문제에 대해 북한의 화답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모처럼 조성된 대화 기류가 추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추가 핵실험 등으로 깨져서는 안 된다는 사전 경고성 메시지를 담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평화의 문 열자”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올해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5년이 되는 해지만 아직도 한반도는 분단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며 독일 사례를 들어 한반도 통일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올해 초에는 흡수통일을 이룬 독일을 찾아 ‘드레스덴 통일 구상’을 발표했다. 북한은 이를 두고 우리 정부가 독일식 흡수통일을 추구하고 있다며 거친 비난을 이어왔다.

그러나 오늘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독일이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그 대신 “이번 방문을 계기로 남북이 대화를 통해서 평화의 문을 열자”고 제안했다. “남북 대화의 정례화를 이뤄 평화통일의 길을 닦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김정은 정권을 향한 메시지로 보인다”며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통일이 ‘흡수통일’이 아니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전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해빙#북실세#추가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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