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애애했던 남북 고위급 오찬장… 물밑에선 기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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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실세 3인 방문이후]
南 “공부 많이 하신것 같습니다”
北 “인생 자체가 공부 아닙니까”

4일 북한 실세 3인방의 전격 방문으로 이뤄진 남북 고위급 오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양측 간 기선 제압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6일 전해졌다.

북측 실세 3인방은 우선 오찬 분위기를 주도하기 위해 자신들이 남측 대표단에 비해 비교적 나이가 많다는 점을 은연중 내세웠다고 한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은 1949년생,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1950년생,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은 1942년생이다. 반면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49년생,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각각 53년생, 59년생이다.

회담 관계자는 “오찬 초반부터 우리 측 인사들이 하는 이야기마다 받아치며 응수하는 노련함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한 정부 관계자가 북측 대표단에 “잘 아시는 것 같다, 공부 많이 하셨다”는 취지로 말하자 북측 대표단은 “인생 자체가 공부 아넵네까”라고 받아쳤다고 한다.

군복을 입고 있던 황병서는 이날 오찬에서 반주로 나온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황병서는 “군복을 입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3명의 역할 분담도 분명했다. 오찬 내내 황병서는 거시적인 내용을 툭툭 던지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는 역할을, 최룡해는 아시아경기대회 등 체육 관련 이슈를, 그리고 김양건은 대남 관련 전문가다운 발언 위주로 대화를 이어갔다. 12시간 한국에 머물며 대남 전문가인 김양건은 비교적 자유롭게 행동하고 다닌 반면 김정은의 ‘오른팔, 왼팔’ 격인 황병서와 최룡해는 비교적 같이 움직이는 듯했다고 한다.

북측 대표단은 특별히 북한 서열 2위인 황병서의 위상 및 이미지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당시 최룡해가 공항에서 별도의 의전차량이 제공됐음에도 황병서와 같은 차량에 탑승한 것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가 외부인(남측 인사)과 탑승이 가능하거나 쉽게 접근 가능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우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날 북측 인사들의 자체적 의전 조율은 남북교류와 대남공작을 담당하는 조선노동당 산하 기구 통일전선부에서 전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급작스러운 북한 권력층의 방문으로 우리 측 관계자들은 오크우드 호텔 티타임 장소와 북측 인사들이 쉬어갈 방을 마련하는 데도 진땀을 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투숙한 중국 관광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객실을 평소보다 빨리 비워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관광객들의 체크아웃이 지연되자 북측 대표단은 곧바로 지정된 방으로 가지 못하고 우리 측과 티타임을 했던 장소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고위급 오찬#오찬장#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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