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규 과정 된 고교 논술, 방향 맞지만 준비되어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일 03시 00분


2014학년도부터 고등학교에서 논술 과목을 자유롭게 개설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극히 일부 학교가 정규 과목이 아닌 방과 후 수업 형태로 학생들에게 논술 교육을 하고 있다. 주로 사교육 영역에서 이뤄지던 논술 교육을 공교육 안으로 끌어들인 것은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라는 측면에서 일단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번 조치는 입시 대비를 위해 학교 내부의 논술 교육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논술 교육은 학생들의 사고력, 논리력, 글쓰기 능력을 키우는 장점이 있다. 프랑스는 철학 논술 시험인 바칼로레아를 나폴레옹 시대부터 대입 자격시험으로 실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대학별 논술고사를 도입한 이후 일부 대학이 입시 전형에서 논술고사를 보고 있는 반면에 고교들은 논술 과목을 개설하지 않아 괴리가 존재하고 있다. 일부 수험생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자마자 바로 논술 학원으로 달려가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논술 학원은 학부모들에게 적지 않은 비용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생들이 논술에 적응하려면 꾸준한 독서를 통해 기초를 쌓은 뒤 충실한 논리 및 글쓰기 교육을 받아야 한다. 논술은 단기 속성(速成) 학습으로는 실력을 키우기 어렵다. 논술 교육은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학생들의 요구와 수준을 반영해 다양한 과목의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구성해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 정부는 대학입시를 간소화하는 차원에서 논술 등 대학별 고사를 축소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논술을 정규 과목에 포함시킴으로써 대학의 논술 고사가 되레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교 교사들의 논술 지도 역량에 의문을 표시하는 학부모도 많다. EBS가 사교육비 경감 차원에서 인터넷 논술 강좌를 진행하고 있으나 큰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고교 논술 교육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사교육의 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 학교 측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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